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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아이브(IVE)가 내 마음에 들어왔다.

<스테르담 에세이>

by 스테르담

음악 축제를 창시한 제인스 어딕션(Jane's Addiction)의 보컬리스트 '페리 패럴'은 '비범하고 멋진 경험'이라는 개념과 완벽히 일치한다고 믿은 어떠한 단어를 축제의 이름으로 사용하기로 했다.


이 단어는 '매우 뛰어나거나 비범한 것 (An extraordinary or unusual thing, person, or event): 최고의, 가장 멋진, 아주 놀라운 것'을 말하며 동시에 거대한 사탕 (A giant lollipop)을 뜻하기도 한다.


이 축제의 이름은 바로.

'롤라팔루자(Lollapalooza)'다.


최근 들어 Kpop이 국위 선양을 하고 있다.

그렇다고 아이브에게 관심이 있던 건 아니다. 뉴스에 대서특필 되는 BTS 정도에 대해서만 알고 있었고... 아, 조금 떠오르다 법정 공방을 하고 있는 뉴진스에게까지는 관심 아닌 관심이 있었다. 그 외 아이돌 그룹은 중년이 훌쩍 넘은 나에겐 예쁘고 잘 생기고 잘 알아들을 수 없는 가사를 멋지게 불러내는 존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어느 날, 야근을 하다 심신이 너무 지쳐 음악을 듣기로 했다.

뭘 들을까. 요즘은 음악도 영상으로 검색하는 시대. '롤라 팔루자 베를린'이 우연찮게 내게 보였다. '아이브 롤라팔루자 베를린'이라... 아이브를 잘 알진 못했지만 국위 선양하는 모습을 보기 위해 나는 그 동영상을 선택했고 이내 곧 사람들의 함성소리와 웅장한 인트로 음악이 귀에 들려오기 시작했다.


어라?

이 사운드. 밴드를 했던 내게 익숙한 소리. 강렬한 드럼 소리와 마음을 째지게 하는 일렉기타. 드러나진 않지만 현란한 베이스. 감각적인 건반 소리까지.


이게 아이돌 음악이라고?


게다가 귀를 의심하게 한 첫 번째 노래, 첫 가사.

"시작은 항상 다 이룬 것처럼, 엔딩은 마치 승리한 것처럼"


또 한 번 들려온, 마음을 흔드는 가사.

"운명이 장난을 걸어오면 놀아줘야지 뭐 어쩌겠어"


콘서트 특성상 라이브로 진행된다는 점과, 그러하기에 대부분의 곡이 밴드 버전으로 편곡된 것이 내 귀는 물론 마음을 열게 했고 중간중간 일과 스트레스로 눌려 있던 나를 위로해 주는 가사들이 속속들이 내 가슴에 들어왔다.


시간이 어떻게 갔는지 모르겠지만, 장장 한 시간이 지나고 난 뒤 콘서트는 막을 내렸고 내 일도 다 끝나 있었다.

감각적인 밴드 사운드. 한 시간 동안 노래하고 춤을 춘 아이브. 라이브도 훌륭했고, 퍼포먼스 자체도 좋았다. 지금도 힘든 야근을 할 때면, 아이브 롤라 팔루자 베를린 편을 튼다. 솔직히 말하자면, 음악방송에 나오는 무대는 간질거리기도 하고 중년이 훌쩍 지난 아저씨에겐 무언가 금지된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잘 보지 않는다. 롤라 팔루자 무대는 내가 마치 콘서트 장에 있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밴드 사운드와 어우러져 여러 좋은 가사도 귀에 콕콕 박힌다.


입덕을 하게 되면 그룹 멤버의 이름을 알게 되는 것이 그 첫걸음이다.

몇 번을 보고 나서야 그 이름을 다 외우게 되었다. 그것에 대한 자부심이 있다거나 하는 건 아니고. 누가 왜 좋은지에 대해 혼자 생각하거나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지친 삶 속 어느 하나의 소소한 휴식이기도 하다.


그래서 말인데.

내 마음에 들어온 아이브 멤버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멤버는 바로.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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