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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Sep 30. 2015

[너를 만난 그곳] #9. 내 직장의 기억 Part 3

진실로 상대방을 배려하면 진심은 통하게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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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영업에서 해외 영업으로 옮긴 내가 주위 사람들을 업무로 당장 이길 수는 없었다.
또한, 부모를 잘 만나 어려서부터 외국 학교에 다닌 그들의 외국어 능력 또한 넘사벽이었다.

그래서 내가 생각한 전략은 이랬다.
첫째, 궂은 일은 무조건 먼저  도맡아할 것.
둘째, 소통을 중요시 여기고 잘 할 것, 무엇보다 상대방을 배려하며.
셋째, 어떻게든 내 이름 석자를 빠른 시일 내에 널리 알릴 것.

지금도 내가  생각하는 나의 강점은 첫째와 둘째의 것이다.
그래서 가장 고민이 되었던 부분은 세 번째, 어떻게 내 이름을 빠른 시일 내에 널리 알릴 것인가였다.

그렇게 하기 위해선, 누구도 못한 초특급 계약을  성사시켜 1년 치 매출을 가져오거나,
아니면 대형 사고를 쳐야 하는데 이는 드라마에서나 가능할 일이었다.

그런  그때 마침 하나의 기회가 찾아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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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 Rock Band  신청합니다."

당시 인사부서에서는 조직원들의 사기 진작을 위해 사내 동아리 활동을 장려했다.
그래서 주저 없이 앞 뒤 보지 않고 신청했다.

신청 서류 접수 담당자가 한 참을 쳐다 본다.
난 그저 웃어주었다.

당시 대부분의 동아리들은 스키, 당구, 등산 등의 모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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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질러 놓았는데, 무엇부터 해야 할까.
악기를 다루는 사람들이 있을까.

내가 드럼을 연주할 수 있었기 때문에, 필요한 사람들은 건반, 리드기타, 베이스 기타, 보컬 등이었다.
하얀색 와이셔츠와 블라우스를 입고 컴퓨터 자판에 연신 엑셀 데이터를 집어 넣고 돌리는 사람들에게서, 그러한 모습이 쉽사리 보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공고를 냈다.
당장 연주를 할 수 있는 밴드가 아닌, 학예회 수준이라도 좋으니 배우면서 키워갈 요량으로.

이러한 나의 생각이 보기 좋게 틀렸다는 것을 깨닫는 데는 채 일주일이 걸리지 않았다.
단정한 와이셔츠와 블라우스 안에 감추어진 재능들이 그들을 가만 놔두지 않았다.

소위 말해 놀랄 정도로 날리던 사람들이 내게 왔다.

대학가요제 참여 경력이 있는 밴드 출신의 보컬 대리, 홍대 앞 밴드 클럽을 호령하던 기타리스트 과장.
아르바이트로 나이트 건반을 연주했던 차장과 어렸을 적부터 바이올린을 켜 온 막내 사원까지.

일이 커졌다. 당장이라도 콘서트를 할 기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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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2월 23일 홍대 앞.
400여 명의 회사원들이 홍대 앞 물을 흐렸을 것이고, 그래서 그 곳에 있던 젊은 사람들에게 많이 미안한 날이었다.

하지만, 우리 밴드의 첫 콘서트로 인해 오랜만에 회사 근처를 벗어나 자유를 만끽한 사람들은 무척이나 흥분해 있었다.

옷은 와이셔츠와 정장 차림이었지만, 속마음은 모두 대학생 그 시절로 돌아가 있는 듯했고 우리가 연주하는 노래와 함께 그 밤을  만끽했다.

몇 달을 고생한 것에 비해 두 시간의 공연 시간은 매우 짧았고,
계속 이어지는 앙코르 소리에 무척이나 행복했다.

그렇게 난 내 이름 석 자를 널리 알렸고,  다다음해에는  더욱더 성대한 콘서트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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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생활을 하면서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물론 많은 것들이 있겠지만  그중 하나로 "여직원들과 잘 지내는 것"을 꼽고 싶다.

다행인지 모르겠지만, 난 남자보다는 여자들과 금세 더 친해지는 성격이었고, 그 성격으로 인해 많은 이점이 있었다.

어쩌면 시대를 잘 타고 났는지 모른다.
만약 아버지 세대에 태어났다면 아마 사회 부적응자였을지도 모른다.

여직원을 배려하고 진정으로 감사함을 표현한다면, 생각도 못한 것들로 배가 되어 돌아온다.

과음으로 고생한 다음 날 책상 위에 전복죽이 있을 수도 있고, 남들은 하루 걸려  승인받아야 할 서류를 단 10분 만에  해결할 수도 있다.

예산 초과로 자기 돈을 토해내야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부족할 때마다 예산이 미리  충전되어 있는 사람도 있게 마련이다.

상대방을 배려하면 진심은 통하게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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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 외에도 상사에게 잘하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하다.
말해 뭐할까. 정말 기본 중에 기본이다.

한 번은 내 능력과 내 의지를 알아주지 않는다고 생각한 상사에게 무언의 반항을 한 적이 있다.

일부러 다가가지 않았고, 어차피 저 사람은 나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고 단정했다.

결국, 난  그분에게 고과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대리 생활을 1년 더 해야 했다.

과장으로의 진급이  누락되었을 때, 그 상사가 먼저 나에게 맥주 한 잔을 하자고 했다.

진심으로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당신은 나를 알아가고 싶은데 자꾸만 도망가려는 내가 느껴진다고 했다.
그러면서, 난 너와 잘 지내고 싶다고 하셨다.

참으로 미안했다. 진급 누락이라는 원망의 화살이 내게로 돌아오는 순간이었다.
그래,  사랑받기 위해선 내가 먼저 사랑해야 했구나.
그게 힘들면 사랑하는 척이라도 해야 했구나.

아마도 아버지를 일찍 잃은 내게는 부족한 무엇이었을 테고, 결국 이렇게라도 깨닫게 된 것이 다행으로 여겨졌다.

그 다음 날, 나는 용기를 내어 커피 한 잔을 들고 상사 방에 들어갔다.
사랑하는 척이 아니라 진심을 전하고 싶었다.

진심은 통할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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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사에 대해 좀 더  이야기해보면. 사실, 나도 시간이  지날수록 상사가 될 것이고, 생각해보면 나에게 먼저 다가오는 부하가 예뻐 보이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그리고 상사가 되어 올라갈수록 외롭다는 말이 점점 이해되기 시작했다.
그 위치에서는 거짓이나 아첨으로  점철되어진 대접을 받더라도, 그게 뻔히 보일지라도 일단은 고마워할 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마음이 존경심과 함께, 진심이면 더 좋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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