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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과 직장인의 상관관계

<스테르담 심리 에세이>

by 스테르담

손에 넣은 솜사탕을 물에 씻어 먹으려다, 사라진 솜사탕을 보며 나라 잃은 표정을 짓는 너구리 영상이 있다.

이걸 마주하고, 나는 '직장인'과 '주말'이라는 말을 떠올렸다. 직업병인 듯싶다. 직장인이라는 페르소나를 쓰고 있으니, 그에 맞추어 세상과 콘텐츠를 바라보고 있는 걸 보면.


신은 세상을 창조하다 6일을 일하고 일곱째 날에 안식했다.

그러나 지금의 인류는 이러한 신의 행동에 정면으로 반박해 주 5일을 시행하고 있으며, 이젠 4.5일 또는 4일까지도 그 일수를 줄이려 하고 있다. 바벨탑의 저주를 야기해선 안 되겠지만, 일하는 날짜를 줄이려는 사람들의 노력은 일의 강도와 스트레스를 고려할 때, 신에게 한 번은 대항해봐야 하는 몇 안 되는 것으로 간주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주말은 너구리 손에 들린 솜사탕과 같다.

그 달콤함을 맛 보고자 하면, 금세 사라지고 남는 건 월요일에 대한 두려움이다.


주말이라고 딱히 그리 대단한 걸 하진 않는다.

밀린 잠을 자고, 청소를 하고. 평일에 돌보지 못한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다 보면. 그렇게 주말은 솜사탕이 물에 녹듯 사라진다.


최근 회사 업무로 인해, 근 두 달간 주말이 없던 적이 있었다.

그리곤 깨달았다. 그리 대단하지 않다고 생각했던 일들이, 얼마나 대단한 것들인지를. 몰아서 자는 잠은 시간을 허비하는 게 아니라 충전의 시간이었고. 청소는 직장에서 어지러웠던 마음을 달래는 행위였음을. 또한 가족들과의 소소한 일상이, 사라지면 큰일 날 일들이라는 것도.


주말과 직장인의 상관관계.

직장인이기에 보장된 어느 두 날. 신이 보장해 준 어느 한 날. 주말을 온전히 누리지 못하는 어느 누군가에 비해선 사치스러운 시간.


사라진 솜사탕에 놀라 자빠지지 말고.

아주 잠시라도 두 손에 무언가를 들고 있었음을. 들고 있던 무언가로 단 몇 초만이라도 행복을 느꼈었음을.


5일이 지나면, 손에 쥐어지는 솜사탕에 나는 어떤 의미를 부여할 것인가.

금세 사라질 시간들에 미련 갖지 말고, 다시 다가올 시간들을 잘 대비해야 하지 않을까. 사실 우리는 주말을 위해 사는 게 아니라, 한 주를 잘 살기 위해 주말을 잘 활용해야 함을.


이제는 인정하고, 알아채야 한다.

영혼을 갈아 넣은 한 주가 있기에, 주말이 있음을.


또 하나.

직장인의 주말은.

언젠간 끝날.

유한한 무엇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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