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르담 페르소나 글쓰기>
살아가다 보면 복수(復讐)하고 싶어질 때가 있다.
억울하고 분한 마음. 그대로 또는 그 이상으로 상대에게 되돌려줘야 할 때가 분명 있다. 그러나 삶은 이를 호락호락 허락하지 않는다. 복수엔 생각보다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고, 자칫하다간 내가 더 피해를 볼 수도 있다.
복수의 종류엔 몇 가지가 있다.
공적 복수, 사적 복수가 대표적이다. 법을 활용하거나, 직접 그걸 응징하거나. 앞선 방법은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뿐더러 지금의 사법 체계를 봤을 때 통쾌하지도 않을 게 뻔하다. 후자를 택하는 건, 사실 드라마나 영화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사적 제재는 심신은 물론 사회적으로도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분한 마음은 어떻게 다스려야 할까.
복수의 또 다른 방법을 활용하는 것인데, 그 방법은 바로 '자기 방어적/ 성장 지향적 복수'다. 상대에게 직접 복수하기보단, 스스로를 보호하고 더 나은 삶을 사는데 집중하는 것이다. 분노로 발생한 에너지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꾸는 것. 심리학에서 말하는 자기 방어 기제 중, '승화'라는 것이 있는데 이는 부정적인 감정을 사회적/ 개인적으로 가치 있고 생산적인 활동으로 전환시키는 무의식적 심리 과정을 말한다.
그리하여, 나의 복수법은 바로 '글쓰기'다.
악플을 달거나 상대에게 공격적인 글을 써 보내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를 돌아보는 것에 더 집중한다. 그러한 일이 왜 일어났을까, 상대방의 의도와 나의 반응을 돌아보며. 감정을 정리하는 글을 쓰는 것이다. 모든 의사결정과 행동은 감정에 의해 이루어지지만, 그 에너지를 긍정적으로 바꾸고 제대로 된 방향으로 설정하는 건 이성이다. 글쓰기는 고도의 이성적 행위이자, 철저히 감정적인 과정이다. 폭우처럼 몰아치는 감정도 글쓰기로 잠재울 수 있으며, 글쓰기를 통해 또 다른 감정을 다시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복수의 상대가 주는 글감들은 꽤 달달하다.
때론, 아예 그와 상관없는 글을 쓰기도 한다.
감정에 짓눌리지 않고, 그저 '글쓰기' 그 자체에 집중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부정적인 감정과 억울한 마음은 어느새 잊힌다. 게다가 다수의 글이 양산되니 이 얼마나 생산적인 일인가. 마음이 편할 때 글은 잘 써지지 않는다. 쉽고 편한 것에 이끌려, 짧은 동영상에 심취할 뿐. 마음이 불편하거나 어지럽고, 누군가에게 복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오히려 나는 마음의 펜을 든다.
마음에 있는 것을 쏟아 내고, 머리로 깊이 사색하며 두들기는 자판엔 긍정적인 에너지가 가득하다.
말 그대로, 글쓰기를 통해 내 마음과 무의식을 승화하는 것이다.
영화 속 사적 복수의 대부분은 과정은 통쾌할지 몰라도,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갈 땐 어딘가 모르게 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
글쓰기로 복수하는 건 왠지, 뭔가 후련해지고 채워지는 느낌이다.
복수의 최종 목적이 무엇인가. 내 마음 편해지자고 하는 것 아닌가. 뭐든, 본질을 봐야 한다. 통쾌함은 영화적 장치다. 일상에서의 복수는 '편안함'을 지향해야 하며, 여기에 더해 글쓰기로 더 많은 것을 생산하는 것이 그야말로 제대로 된 복수라 할 수 있다.
편안함.
성장과 생산.
모든 복수는 글쓰기로 하자고.
다시 한번 더 다짐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