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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의 희열

<스테르담 페르소나 글쓰기>

by 스테르담

희열은 대개 동(動)적인 것으로 상기된다.

욕구가 충족되는 순간. 도파민이 폭발하는 지점. 솟아오르는 감정은 비로소 희열이라는 말로 치환되는데, 숨이 벅차거나 심장이 뛰며 비로소 그것은 완성되곤 한다.


돌아보니 나는 글쓰기에서도 희열을 느꼈을 때가 많다.

지금도 그렇다. 그런데 글쓰기는 동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지 않은가. 오히려 정(靜)적이라 표현하는 게 더 친숙하다. 그러나 글쓰기에서 희열을 느끼는 건 분명하며, 그 정도가 동적인 것에서 얻는 것과 비교할 때 손색이 없다. 아니, 오히려 더 자극적이고 스스로를 한껏 끌어올리는 느낌을 받을 때도 있다.


글감이 끊임없이 떠오를 때.

그것들을 막힘 없이 내어 놓을 때.

손이 저절로 움직여 많은 문장을 써 내려갈 때.

내가 글을 쓰는 것인지, 글이 나를 쓰는 것인지 '글아일체'를 몸소 체험했을 때.


출장길에도, 비행기에서도, 타국에서도, 심지어는 택시 안에서도 나는 글을 써 내려갔다.

쓰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본능적인 간지러움. 정 쓰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제목이라도 남겼을 정도다.


달리 생각하면, 글쓰기는 참으로 동적인 것이 아닐까.

희열을 느끼게 하니 말이다. 앉아서 멀뚱히 써 내려가는 것 같지만, 머리와 마음에서 교차하는 수많은 생각과 추억, 그걸 잘 표현하고자 돌아가는 두뇌의 가속, 초단위로 움직이는 손가락까지. 이성과 감정이 요동하는 글쓰기야 말로 희열을 느끼기에 가장 동적인 활동이란 생각이다.


도파민으로 쌓아 올린 희열은 잠시 뿐이고, 허무함이 돌아오며, 다음의 자극은 더 세야 한다.

그러나 글로 쌓아 올린 희열은 오래가며, 오히려 무언가 채워지는 걸 느끼며, 자극엔 무뎌지게 된다.


이전엔 없던, 알지 못했던 진정한 의미의 희열.

나는 간혹 도파민에 홀리거나 중독되었다고 느낄 땐, 여지없이 글쓰기로 회귀한다.


어떤 희열을 나는 추구하고 있는가.

어떤 동적인 활동을 할 것인가.


쓰게 되면 알 것이다.

쓰다 보면 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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