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AI는 쓰지 못하는 글

<스테르담 페르소나 글쓰기>

by 스테르담

'FOMO(Fear of Missing Out)'는 경제적인 것만에 국한하지 않는다.

'무언가를 놓치고 있다는 두려움'은 이제 AI에도 적용된다. 나는 요즘 AI Tool을 공부하고 있으며,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것은 연간 결제를 하기도 했다.


AI의 실력은 실로 놀랍다.

어색한 기계음에서 익숙하고 친근한 목소리로 변했다고 할까. 방대한 양의 지식과 정보는 순식간에 쉽게 읽거나 볼 수 있는 콘텐츠로 제공된다.


글쓰기에도 AI는 큰 도움이 된다.

내가 쓴 글이나, 관심 있는 주제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주고 또한 목차나 개요까지 작성해 준다. 이쯤 되면 내가 글을 쓰지 않고 AI를 시켜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런데, 바로 이 지점이다.

AI에게 모두 맡겨버리는 것. 본질은 점점 왜곡된다. 편리를 위해 AI를 사용하는데, 편리를 얻고 우리가 지불하는 것이 그 이상이라면... 왜곡되는 본질을 우리는 직시해야 한다.


AI는 날로 똑똑해지는데, 사람은 그 반대다.

방대한 자료를 요약하는 AI의 머리는 커지는데, 요약본을 받아 들고... 그것마저 제대로 보지 않는 사람들. AI가 효율적으로 무언가를 제공해 준 덕분에 생겨난 시간에 우리는 무엇을 하는가? 자동차가 자율 주행을 하는 동안 운전자는 무엇을 하는가? 짧은 동영상을 보는 게 다다. 아니면, 잠을 자던가.


사색은 어디로 갔는가?

생각과 고민은 어디에 있는가?

나 자신에 대한 정체성, 내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고민은 어느 쪽이어야 하는가?


솔직히, AI의 도래를 부정할 순 없다.

이미 AI 없인 살지 못하는 지경이 되었고, 앞으로도 그 정도는 더할 것이다.


그러나, 단 한 가지.

AI에게 양보하거나 시키고 싶지 않은 건.


바로 '글쓰기'다.


AI는 글을 잘 쓴다.

정말 잘 쓴다. 요약도 잘하고, 분량과 장르도 넘나 든다. 그러나 쓰지 못하는 글이 있다.


'내어 놓는 글쓰기'

'나를 관통하는 글쓰기'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쓰는 글'

'기쁨과 슬픔, 경험과 다짐을 바탕으로 한 글'


AI의 결말은 '디스토피아'란 걸 우리는 다 안다.

이미 많은 영화와 드라마에서 이를 다루었다. 시간문제다. 언제 인류가 AI에게 먹혀들지는. 편리를 대가로 한 반대급부가 얼마나 큰 것인지를 깨닫게 될 것이다. 염세주의자 같은 말? 너무나 큰 걱정? 휴대폰 하나에도 정신과 자아를 빼앗기고 있는 우리네 지금 모습을 보고도 그런 말이 나올 수 있는지.


단 하나의 희망은, '글쓰기'라고 나는 본다.

'글'은 스스로 써야 하며, 사색과 감정을 기반으로 한 고귀한 생물학적 행위다. 누가 쓰라고 해서 쓰는 것이 아닌, 자유의지를 기반으로 한 이 에너지는 AI가 만들 디스토피아에 저항할 수 있는 단 하나의 희망이라고 본다.


무릇, 인간은 생각하고 깊이 사색하고 자신을 향해 계속해서 침잠해야 한다.

그것을 멈출 때, 그러니까 글을 쓰지 않을 때.


어쩌면 AI가 만든 디스토피아의 시간은 좀 더 빨리 앞당겨질 것이다.


선뜻, 거창해 보일 수 있는 이러한 담론이.

그저 나 하나의 바보 같은 생각이라고, 그렇게 치부되기를 바라며.


나는.

계속.

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나의 스타트 루틴은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