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르담 심리 에세이>
사람은 모두 기억을 갖는다.
오늘 아침 일어나, 지겨운 일상이 반복된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은 '기억'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러한 기억이 없다면, 어제의 나를 기억할 수 없으니 오늘의 내가 될 수 없고. 일상이 지겹다고 느낄 수도 없다. 기억하지 못하는 자에게, 오늘은 어찌 보면 처음의 어떤 날이 될 테니까.
'기억'은 '단기 기억'과 '장기 기억'으로 나뉜다.
우리 뇌의 전두엽과 측두엽은 단기 기억을, 해마는 장기기억을 담당한다. 단기 기억은 뇌로 들어온 새로운 감각 정보를 일시적으로 저장하고 분류한다. 장기기억은 이를 응고화 하여 대뇌 피질로 전달한다. 해마가 손상되면 새로운 정보를 장기적으로 기억하지 못하는 선행성 기억상실이 발생할 수 있다. 드라마에서 자주 나오는 주인공들의 기억상실은, '장기 기억'과 연관되어 있다. 스스로가 누구인지를 기억하지 못하는 건 선행, 역행, 해리성 기억 상실을 망라한 것이다.
'기억 상실'은 드라마 속에만 있는 게 아니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다. 지나간 일들을 미화시키는 것만 봐도 그렇다. 고로, '망각'은 '생존을 위한 필터'라고 해도 좋다. 모든 걸 다 기억하면 뇌는 과부하를 일으킬 것이며, 때론 잊고 살아야 할 것들도 많으니까 말이다. (모든 흑역사를 기억하며 문득문득 자주자주 화들짝 할 필요는 없다.)
어쩌면 그래서 '지금'을 살라고 하는 말이 진리라고 생각되는지도 모르겠다.
과거는 미화되고, 미래는 상상 속에만 존재하니 실존하는 건 바로 지금 뿐이고. 지금 돌아보고 상상하는 것이 나에게 있어선 실재이기 때문이다.
어제의 나로부터 연속성을 부여받은 오늘의 내가 기억하는 것이 진실이라면.
우리가 세상과 이별할 마지막 날에 기억할 것은 무엇인가. 지금 우리는 현재보다 미래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에 더 크게 휩싸여 있다. 그러나 죽음을 앞두고 있다면, 미래를 궁리할 필요가 없다. 주마등처럼 지나쳐가는 과거의 삶들에 좀 더 집중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끝에서 돌아볼 내 삶은 무엇이 될까.
지금의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끝에서 돌아볼 때 덜 후회하게 될, 그래도 이번 생에서 이것 정도는 건졌다고 할 것들이 무엇이 될는지. 끝은 알 수 없지만, 끝에서 돌아볼 삶에 대해선 지금 바로 고민할 수 있지 않을까.
이미 지나간 것에 대한 미련은 접고.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미래에 대한 불안도 접고.
하루하루는 성실히.
삶 전체는 되는 대로.
끝에서 돌아볼 삶의 모습이 조금은 더 보람될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