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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면 꿈에 가까워지는 느낌이야

<스테르담 심리 에세이>

by 스테르담

오늘도 퇴근길의 내 어깨는 활짝이지 못했다.

일과 주변의 압박. 스스로가 자신을 옥죄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그러한 것들을 무시하기엔 삶이 녹록지 않다. 혼자만의 삶도 아니지 않은가. 어깨가 제대로 펴지지 않는 건, 그러한 무게도 한 몫하겠지만 어쩐지 그 무게는 내 선택이므로 오롯이 안고 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집에 도착하면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다행함과 포근함을 느낀다.

그러나, 어차피 인생은 각자의 것. 가족 개개인은 저마다의 숙제를 가지고 있다. 각자의 숙제는 각자가 풀어내야 한다. 가족은 그 숙제를 대신 풀어 주는 게 아니라, 숙제를 풀 수 있도록 서로 응원해 주는 사이다.


글쓰기를 시작했을 때를 기억한다.

심각한 번아웃과 우울이 함께 왔던 때. 무얼 할까 방황하다, 글을 쓰기 시작했다. 때론, 삶의 사소한 변화가 큰 변화를 가져오기도 하는데 글쓰기가 내겐 그랬다. 작가라는 페르소나가 생기더니, 연달아 책이 출간되었고, 기고와 강연을 이어가며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되었다.


지금은 해외에서 주재하느라, 그 활동을 꾸준히 하진 못하지만.

단 하나. 글은 매일 쓰고 있다. 멈추지 않고 있다. 그러할 수가 없다. 아무리 힘들고, 아무리 귀찮고, 아무리 사소한 글이라도 나는 쓰고 또 쓴다.


왜?

골똘히 생각해 봤다. 정말, 나는 왜 쓰는 것일까? 왜 쓰기를 멈추지 않는 것일까?


내 결론은 이것이다.

글을 쓰면 꿈에 가까워지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무언가 대단한 걸 바라면서 쓰기 시작한 건 아니다.

그저, 안에 있는 것들을 내어 내고, 나를 파고들어 자아를 더 알고 싶었던 것뿐이다. 그러다 보니, 주위도 살피게 되었고 평소와는 다른 시각으로 삶을 바라볼 줄 알게 되었다. 글감이 마르지 않고, 쓰는 걸 멈추지 않을 수 있는 건 바로 이 덕이다. 일상은 꽤나 지루한 것 같지만, 그걸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삶은 흥미진진한 것으로 돌변하기도 한다. 반대로, 흥미진진한 것만 찾는 게 아니라, 특별한 것도 평범하게 볼 줄 알면 감사할 일도 많다. 그로부터 오는 깨달음은 꽤나 크고, 그것이 또 글감이 되어 삶의 선순환이 되어 생산자의 삶으로 나를 안내한다.


분명한 건, 글을 쓰면 나는 내가 바라는 것에 한 걸음 더 가까이 가고 있다는 것이다.

목적은 분명 하나, 목표 없는 글쓰기. 그저 나를 계속 써 나아가는 것. 생각과 마음을 내어 놓고 기록하는 것. 가장 이기적인 것이 가장 이타적이라는 걸 나는 믿는다. 내 고백과 생각이, 많은 사람에게 영감과 도움이 되는 걸 보면서 내 꿈은 조금씩 더 성장하고 견고해지고 있다.


때론 꿈이 없어 불안했다.

꿈이 있어도 이루지 못할까 두려웠다.


그러나 이젠 더 이상 불안하지도, 두렵지도 않다.


쓰면 되니까.

그 불편함과 두려움 마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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