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나에게 호의적이지 않을 때

<스테르담 마음 에세이>

by 스테르담

유독 그러한 날이 있다.

세상이 나에게 호의적이지 않다고 느껴지는 날.


하는 어떤 일 모두가 호락호락하지 않고, 삐걱대는 타인들과의 관계가 있고, 나 스스로가 미친 듯이 바보스럽고 멍청해 보이는 순간들.

편의점에서 산 흰 우유팩도 제대로 뜯기지 않아 윗부분을 모두 찢어버린 날, 과자봉지 하나 제대로 뜯지 못해 가위를 찾았으나 가위가 없어 망연자실했던 때, 제발 일어나지 말았으면 하는 일이 걱정한 그대로 일어나는... 예를 들어 김치찌개가 흰 옷에 튀지 말았으면 했는데 여지없이 튀고 마는.


누군가는 나를 내가 원하지 않는 방식대로 평가하고, 또 누군가는 나에게 배신을 하며, 다른 누군가는 내가 하지도 않은 일로 쑤군대기도 하고.


미래가 보이지 않고, 현실도 지지부진할 때.

그렇다고 지금까지 살아온 과거가 그리 탐탁하지도 않을 때.


모든 게 엉켜버리고, 모두가... 모든 게... 나한테 왜 이럴까... 하는 날들이 있는 것이다.


'호의(好意)'는 좋은 뜻을 말한다.

나는 세상에 나쁜 뜻을 가진 적이 없다. 그런데, 세상은 호의가 계속되면 그게 당연한 것으로 안다...라는 지론을 가지고 있는지 썩 나에게 호의적이지가 않다. 아니, 이전에 호의적이기라도 했다면 이해가 가겠지만, 호의적인 적이 없는데, 나는 그 호의를 당연하게 여길 기회조차 얻지 못했는데...


이러한 생각이 들 때, 난 글을 쓴다.

글을 쓰면 마음이 많이 안정된다. 호의적이지 않은 것들에 대한 분노도 사그라든다. 세상은 알아주지도 않을 분노이지만, 생각보다 거대한 이것을 나는 글에 한 자 한 자 녹여낸다. 효과가 생각보다 크다. 호의적이지 않은 것들에 대한 복수심을 경감해 준다. 복수엔 큰 에너지가 필요하고, 복수를 한다고 한들 상대가 알지도 못하는 복수는 필요도 없으려니와, 복수의 끝은 늘 허무함으로 귀결되니까.


세상이 나에게 호의적이지 않을 때.

그렇게 난 글을 쓰고, 호의적이지 않은 것들에 대한 분노를 잠재우며 그럼에도 나는 호의를 가지고 숨을 쉬고자 노력한다.


언젠가, 이 숨의 어느 한 끝이 세상에 가 닿아, 나의 호의를 알아주길.

호의를 받으려면, 내가 먼저 호의적이어야 한다는 걸 또다시 깨닫는 하루다.


그러고 보니.

오늘 산 바나나 우유의 뚜껑은, 말끔하고 자연스레 잘 벗겨졌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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