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대로부터의 사색>
어느 한 교차로 진입로. 끼어드려는 차가 자꾸만 어슬렁 거린다. 아예 앞에서 끼어든다면 양보라도 할 텐데, 바로 옆에서 쭈뼛쭈뼛 방향 지시등도 없이 머리를 들이댄다. 마치 내 운전석을 겨냥이라도 한 것처럼. 이건 운전 미숙의 결과 일까, 아니면 자신이 원하는 것 앞에 눈이 먼 어리석은 누군가일까.
한 번은 양보를 하여 앞에 끼어든 차가, 그 옆 차에게 양보하지 않으려 무리하게 운전하다 사고 날 뻔한 적이 있었다.
그로 인해, 나는 약 몇 분을 뒤에서 그 둘이 싸우는 시간을 기다려야만 했다. 양보를 했는데 피해를 본다는 것이 꽤 씁쓸했다.
운전을 하다 보면, 유독 거슬리는 차들이 있다.
도대체 나에게 왜 이러는 것이나며, 차에서 내려 상대방의 멱살을 잡고 묻고 싶은 욕구를 유발하는.
욕해봤자 그 욕은 나만 들을 수 있고, 지적해 봤자 자신의 잘못은 절대 인정할리 만무할 그 상황들이 나는 참 싫다.
그런데, 그러한 상황이 단지 운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며 삶이 오버랩되었다.
거슬리는 차. 거슬리는 사람. 이유 없이 미운 사람들, 영문 없이 나를 싫어하는 사람들. 운전할 땐, 내 주위의 차들을 내가 선택할 수 없다. 살아가며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만 내 옆에 둘 수 없듯이. 다들, 그저 각자의 길을 가는 차와 사람들. 그 뒤엉킴은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에서 오는 삶의 괴로움은 어느 누구에게로부터 보상받을 수 있을까.
운명의 장난.
물론, 그러한 장난 속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평생 가져갈 우정을 발견하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싫고, 밉고, 불편하고, 거슬리는 인연들이 더 많다는 걸 우리는 안다.
나 또한 누군가에겐 거슬리는 차이고, 사람이겠지.
삶을 이렇게 설계한 누군가에게 미움 한 스푼을 건네며, 그렇게 나는 다시 내 운전에 집중하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