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대로부터의 사색>
운전과 삶은 소스라치게 닮아있다.
누가 강제한 것도 아니지만 우리는 알게 모르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강박을 가지고 있다. 일요일 오후 1시에 잠들어 5시에 깬다면, 그동안 밀린 잠을 자지 못한 것에 대한 보상 심리는 있을지언정 왠지 남들에게 뒤처진다는 생각에 이내 후회와 허무함이 몰려든다. 내가 자고 있던 그 시간에, 다른 사람들은 얼마나 더 앞서 나간 걸까. 뒤처지는 느낌이 드는 건, 우리는 어떻게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있다는 방증이다.
더더군다나, 만약 옆 차가 나보다 더 빨리 간다는 걸 보게 되면 나는 조급해진다.
왜 내 차선만 느리지? 옆 차선으로 옮길까? 옆 차선으로 옮기면, 또한 어김없이 내 차선만 드리고 내 양 옆 다른 차들은 나보다 빨리 가는 꼴을 봐야 한다.
앞으로의 전진.
옆 차와의 비교.
삶과 운전의 공통점이자, 인생의 장난질이다.
어디 그뿐일까.
'운전(運轉)'과 우리가 말하는 '운(運)'의 한자가 같다는 건 우연이 아니다. 자동차에 핸들이 있는 것처럼, 우리에게도 삶의 핸들이 있다는 뜻이며 그걸 어느 방향, 어디로 몰고 가느냐에 따라 우리의 운이 달라진다고 볼 수 있다. 도로 위 주위 차들을 우리가 정할 수 없고, 모든 운에 우리가 관여할 순 없지만 어느 정도는 우리의 의지대로 방향을 틀어 갈 수 있음을 우리는 알아채야 한다.
또한 자동차엔 액셀만 있는 게 아니다.
브레이크도 있고, 후진 기어도 있고, 주차 기어도 있다. 이 말은, 운전은 앞으로만 나아감을 의미하지 않는다. 목적지에 다다르기 위해선, 그러니까 우리가 삶에서 무언가 원하는 걸 성취하기 위해선 앞으로 나아가는 것뿐만 아니라 때론 서야 하고, 뒤로 가야 하기도 하고, 잠시 멈춰 있어야 할 때도 있다는 말이다.
무작정 앞으로만 나아가는 차는 목적지에 도달할 수 없으며, 연료를 넣지 않거나 좌우 그리고 뒤로 가지 못하는 차는 제대로 서 있을 수도 없다.
우리 삶도 마찬가지다.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건 맞으나, 쉬지 않고 간다거나 틀린 방향을 고집하여 나아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운전대를 잡은 사람은 모두가 조급하지만, 우리 삶에 이것뿐만이 아니라 브레이크와 후진 그리고 자차 기어도 있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삶은 운전처럼.
운전도 삶처럼.
오늘도 운전하다 느끼고 깨닫는 게 많다.
자꾸만 걸리는 신호와, 내 마음과 같지 않은 주변 차들에 짜증을 내기보단.
이렇게 내 마음과 생각을 다스리는 게.
어쩌면 잘 운전하고, 잘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