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르담 마음 에세이>
잠시만 버텨야지 했던 시간이 어느덧 20년을 훌쩍 지나 회사에선 부장이 되었다.
아직 어른이 되었다는 확신이 들지도 않았는데, 나는 이미 수험생 자녀를 둔 부모다.
시간은 무섭다.
그 무서움을 모르고 대충 사는 것 같은 내 모습이 나는 더 무섭다.
세상은 의외로 나를 기다려 주지 않는 것들 투성이다.
아버지는 이미 어렸을 때 돌아가셨고, 얼마 전엔 정정하시던 어머니께서 쓰러지셨다.
중환자실에 계시던 어머니께, 그동안 하지 못했던 사랑 한단 말을 눈물로 전했다. 조금은 호전된, 그러나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없는 어머니를 보며 부모님은 나를 기다려 주지 않는다는 걸 새삼 다시 깨달았다. 계실 때 잘해야 한다는 당연한 생각은, 생각보다 쉽지가 않다.
아이들의 눈에, 나와 아내도 그러할까.
아니, (아직은) 그보다는 아이들이 우리를 기다려 주지 않는 존재다. 아이들이 커가는 것을 보며, 자신의 늙음을 인지한다고들 하지 않는가. 이제는 나보다 더 커버린 아이들, 나는 아직 어른이 다 안되었다고 생각하는데, 그러한 아이들을 보면 생각 고쳐 먹고 더 열심히 그리고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의 커 가는 속도가 생각보다 무섭다.
말해 뭐 할까.
젊은 날엔 젊음을 모르고, 그때에는 시간이 많다고 착각하며, 나이가 들어가면 그 모든 게 후회가 된다. 낭비했던 젊음, 있는지도 몰랐던 시간, 후회를 위한 후회. 그렇다고 무엇하나 제대로 도전해보지 못한 삶. 오늘의 나는 가장 젊으면서도, 가장 늙은 존재이기도 하다. 후회는 사람을 주저앉게도 하지만, 다시 일어나 후회하지 않도록 다시 일어나게 하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후회할 시간이 없다는 생각에 지금을 박차고 나아가면, 그 자체가 젊음이 아닐까 한다.
좋은 아이디어, 기분 좋은 행복.
순식간이다. 메모를 하고, 기록하고, 글로 남기는 이유다. 그들의 공통점은 휘발성이 매우 강하다는 것이다. 알코올은 저리 가라다. 돌아서면 잊히는 녀석들이 괘씸하기도 하지만, 그래서 삶에 있어 그 둘은 중요하다. 사람들은 간사해서, 넘쳐나거나 지속되는 것엔 고마움을 느끼지 못한다. 번뜩이는 아이디어, 글감, 좋은 기분, 행복한 분위기... 붙잡으려 하기보단 그것이 떠오르거나 느껴질 땐 그저 담담하게 기록하고 보내주면 된다. 나를 기다려주지 않는 것들에 대한 미련은 접어 두고.
기력이 있는 인간은 기고만장하다.
그 기력이 금세 사라질 것이란 걸 잘 알지 못한다. 건강은 우리를 절대 기다려 주지 않는다. 잘 알면서도 내 몸을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건, 사회적 탓도 있음이 분명하다. 그러나 나 자신은, 그 어떤 상황과 환경에서도 스스로를 지켜내야 하는 존재이므로, 다른 탓은 하지 않기로 한다.
문득, 계절은 돌고 돌지만 그것이 나를 기다려 주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반복되는 것과 기다려주는 건 같지 않다는 걸 깨달아야 한다. 영원히 내 옆에 있을 거란 착각, 평생 변하지 않을 거란 망상, 내가 모든 걸 (마음만 먹으면) 조절할 수 있다는 오만.
삶의 끝에서 화들짝 하지 말고, 지금부터 나를 기다려 주지 않는 것들에 대해 곱씹어 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