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러할 때 행복한 사람이라는 걸 깨달았다

<스테르담 마음 에세이>

by 스테르담

행복이란 뭘까.

잎사귀를 스쳐가는 바람과 같은 찰나. 등락하는 롤러코스터와 같은 짜릿함. 또 때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에 대한 안도감.


행복의 유형이 있다면, 아마도 이 세상 인구수 의 몇 배쯤 되지 않을까.

그와 반대되는 불행과 슬픔 또한 그 이상의 수를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고.


행복이란 건 거대한 아이러니를 가지고 있다.

어제 먹은 초콜릿의 행복함을 기대하지만, 오늘 맛본 초콜릿이 어제만큼의 행복을 보장하진 않는다. 택배가 도착했을 때 어린아이처럼 달려 나가는 행복함도 이젠 예전만 못하다. 행복의 기준은 세월이 흐를수록 바뀐다. 그 역치(閾値)가 낮아지는 일이란 제법 덜하다.


어릴 적 행복은 도파민의 정도에 달렸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분이 한껏 솟아오르면 그게 행복이라 해도 사는 데 전혀 지장이 없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른 지금, 높은 도파민은 오히려 독이 되기도 한다. 건조해지고, 마를 대로 마른 마음에 도파민은 사치일 때가 있고 돌보고 책임져야 하는 것들이 많아질수록 도파민은 유혹이나 그 어떤 위험이 되니까.


지금은 되려 편안한 것이 좋다.

시끌벅적한 만남보다는 고독한 혼자만의 시간이 좋고, 우르르 몰려하는 스포츠보단 그저 걷는 게 좋다. 주말 늦잠을 자고 일어나 클래식을 들으며 글 쓰는 게 좋고, 어느 화려한 관광지를 가는 것보단 나에게 의미 있는 수수하고 정갈한 곳이 좋다.


나는 그러할 때 행복한 사람이구나.

이걸 깨닫는 데, 꽤나 많은 시간을 들었다.


나를 알지도 못한 채, 사회라는 곳에 발을 들이고 무엇을 위해서인지 모르지만 일단 시작한 그 뜀은 멈출 기세가 없고... 인정받고자 하는 어린 마음은 어른들의 세계에서 통하지 않는다는 걸 꽤 늦게나 알아버린 너덜너덜한 존재의 행복은 소박해야 마땅함을 알게 되었다.


오히려 작고 소박한 행복이, '보통의 삶'을 사는 게 가장 어려운 거였다는 깨달음에 이르러 그 가치가 극대화되는 삶의 경험을 하게 된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

그 역치 또한 높을 필요가 없다.


이런 생각을 할 때.

생각을 글로 옮길 때.

그러니까, 나는 이러할 때 행복한 사람이라는 걸 새삼 또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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