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가 제일 잘하는 일

<스테르담 페르소나 글쓰기>

by 스테르담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내가 가장 잘했다고 생각하는 건 바로 글쓰기다.

내 삶은 그리 호락하지 않았고, 그렇다고 특별하다거나 지옥의 연속은 또 아니었다. 평범한 듯하면서도 평범함을 갈구하고, 보통이 아닌 듯 하지만 결국 보통을 추구하는 삶. 그 와중에 일어난 후회와 아쉬움은 지금도 나를 하루에도 몇 번씩 들었다 놨다 한다.


제대로 움직이지도 않으면서 목표치는 저만치여서, 스스로를 괴롭힌 날도 허다하다.

그런 어제의 나를 저주하면서도 오늘의 나는 변화하지 못했고, 그저 그런 내일의 나를 받아들일 생각을 하니 삶은 무료하고 무기력했다. 꾸역꾸역 뒤처지지 않으려 하던 삶, 남들보다 한참 뒤에서 허겁지겁 달리는 못난 모습, 획기적으로 세상을 바꿀 수 없다는 걸 알게 된 힘없는 자의 서러움.


그래서일까.

내가 선택한 건 바로 '글쓰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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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감당 가능한 도전이었다.

무언가 거대하게 시작하지 않아도 되었고, 내가 쓴 소설이 5년 안에 노벨상을 받는다는 목표를 세우지 않으니 그 어떤 이야기라도 꺼내 놓을 수 있었다. 다행인 건, 내 안엔 생각보다 꺼내 놓을 것들이 많다는 것이다. 그걸 누가 읽어줄까, 잘 써주었다고 해줄까... 란 허황된 기대만 버리면 되었다.


알고 보니, 글쓰기가 가장 잘하는 일이 그것이었다.

사람들 속을 헤집는 일. 그 어수선함을 꺼내는 일. 꺼내어 보여주고 직시하게 해주는 일. 그리하여 스스로 정리하게 하는 일. 다시 일어나 걷고, 뛸 수 있게 해주는 일. 그리도 미운 내 자아와 화해시켜 주는 일. 못남을 인정하고, 그 못남에 조금은 더 나은 나를 얹는 일. 자극에 바로 반응하지 않고 글쓰기를 통해 어떻게 반응하여 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을지를 알려 주는 일. 행복은 거대한 게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글을 쓰는 게 사실은 내가 바란 이데아였다는 걸 알게 해 주는 일.


글쓰기가 내게 가져다준 삶의 변화와 선물은 말로 다할 수 없다.


글쓰기가 잘하는 일이 분명 있다.

쓰면 된다. 쓰기만 하면 된다. 글쓰기가 알아서 잘해줄 것이다.


글 쓰기가 잘하는 일.

반면, 내가 잘하는 일은 바로 글쓰기.


그 둘의 조화가 예사롭지 않다.

잘 쓰려할 필요 없다.


개떡같이 써도, 글쓰기는 알아서 무언가를.

나를 위해. 잘해줄 것이다.


그게, 글쓰기가 제일 잘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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