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버려 두기의 기술, '글쓰기'

스테르담 페르소나 글쓰기

by 스테르담

인생에 있어 큰 번아웃이 왔을 때, 반대급부로 내게 온 선물은 바로 '글쓰기'였다.

아무것도 하기 싫고, 그 무엇도 할 수 없다는 무기력감이 역설적으로 손가락만 까딱(?)하면 되는 글쓰기로 나를 인도한 것이다. 물론, 추후에 글쓰기가 얼마나 큰 육체적 + 정신적 노동(?)인지를 깨닫게 되었지만 어찌 되었건 그 시작은 무모하지만 의미 있는 무언가였다.


글쓰기를 하며 나의 시선은 외부가 아닌 내 안을 향했고, 슬럼프와 번아웃에 빠지게 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인정, 비교, 허세, 불안 그리고 타인과의 갈등. 나는 모든 것에 완벽하려 집착했고, 어느 것 하나 놓지 않으려 아등바등 살던 불안정한 삶의 고됨이 폭발한 것이었다.


스토아 철학을 대표하는 '에픽테토스'는 '통제의 분할', '분별의 기술'을 인생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가르쳤다.

통제할 수 있는 것과 그러하지 못한 것을 구분해야 하는데, 나는 그 모든 걸 붙들고 있던 것이고 통제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결과 모두를 내 탓과 못남으로 귀결하고 있던 것이다.


'Let them', 요즘 떠오르는 말이다.

비틀스도 이미 'Let it be'를 계속하여 말해왔지 않은가.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것들, 그래서도 안 되는 것들, 통제할 수 있다고 한들 예상과는 다르게 벌어지는 모든 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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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내버려 두기.


반복되는 슬럼프와, 거대한 파도와 같이 나를 덮친 번아웃의 원인은.

결국, 내버려 두지 못한 것에 기인한다.


나는 글쓰기로 그 어마어마했던 번아웃으로부터 빠져나올 수 있었다.

역으로 말하면, 글쓰기를 통해 나는 많은 것을 내려놓고 내버려 둘 수 있게 된 것이다.


내버려 두지 못하는 못된 습관은, 대개는 시선이 외부로 고정되었을 때 생긴다.

고정된 시선을 해제하고, 나를 바라보는 습관. 더 깊이 스스로를 파고드는 질문과 시선. 그러할 때 내버려 둘 수 있는 지혜와 용기가 생긴다. 붙잡는다고 붙잡히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된다. 통제할 수 없는 것에, 그동안 얼마나 큰 미련을 가졌는지도.


글을 쓰면 혼자가 된다.

혼자가 되면 시선은 내부로 향한다.

내부로 향한 시선은 스스로를 돌아보게 한다.

스스로를 돌본 시선은 통제할 수 있는 것과 그러하지 못한 것을 구분할 수 있게 한다.


손아귀의 힘을 풀고.

잔뜩 힘이 들어간 미련과 집착을 용서하고.

그 모든 것으로부터 나 자신조차 내버려 둘 수 있을 때.


삶의 변화는 시작된다.

고로, 글쓰기는 그동안 내버려 두지 못하던 것을 내버려 둘 수 있게 하며 새로운 삶을 살 수 있게 해주는, 살아가면서 반드시 연마해야 할 고도의 기술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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