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쓰기가 낳은 괴물
책쓰기 강사와 재림예수
번아웃이 오고, 영혼의 숨을 쉬고자 글쓰기를 시작했을 때.
나는 우연히 어느 한 책쓰기 강사의 정보를 접했다. 평생 글쓰기를 해본 적이 없으므로, 나에게 있어선 글쓰기 멘토가 필요한 순간이었고, 어서 빨리 지금의 답답한 현실을 바꾸고 싶다는 생각이 가득했던 때라 그의 등장이 우연이 아닐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그에 대해 좀 더 알아봤는데...
그는 '다작(多作)'의 아이콘이었다.
수백 권의 책을 냈다고 했다. 책 한 권으로 인생을 바꿀 수 있다고 외쳤다. 초창기엔 자기 계발서와 글쓰기 관련 정보를 제공하며 신뢰를 쌓았던 것 같다. 그러다 그의 본색이 드러났다. '책 한 권으로 평범한 직장인이 월 천만 원을 버는 법'이란 타이틀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글쓰기의 본질은 사라지고, '작가'라는 타이틀이 주는 사회적 권위와 경제적 이득을 전면에 내세웠다. '글쓰기'가 '책쓰기'에 가리어져, '삶의 성찰'이 아닌 '명함'이나 '성공의 도구'로 전락한 순간이었다.
전형적인 가스라이팅과 과시 마케팅이 시작되었다.
고가의 외제차, 명품, 대저택을 영상과 SNS에 노출하며 '나처럼 하면 당신도 이렇게 될 수 있다'라는 메시지를 반복하며 부를 과시했다. '한국 책쓰기 코칭협회'라는 거창한 이름으로 많은 작가를 배출했다는 숫자를 내세워 권위(?)를 수립했다. 수강료를 수천만 원으로 책정하며 진입 장벽을 높인 뒤, 그 안에 들어온 사람들에게는 '너희는 특별하다'라는 선민의식으로 고립을 강요하고 찬양을 세뇌했다.
한동안 그를 잊고 있었는데, 최근 충격적인 그의 모습을 뉴스에서 마주했다.
자신이 '재림 예수'라며 팔 벌려 그의 유튜브에서 소리치고 있었고, 그에게 돈을 갖다 바친 사람이 수두룩하며 그 피해액이 수십 억에 달한다는 것이다. 그의 아내가 운영하는 출판사를 통해 마구잡이로 쏟아낸 책, 그의 아내가 인어족 '엘레나'라며 판매한 크루즈 분양권, 가족과 연을 끊고 물질은 아무 소용없다는 말. 사람들에게서 돈을 갈취한 그는 아이들을 국제학교에 보내고 펜트하우스에 살며 호위 호식하고 있었다.
나는 잠시,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왜 속는가?
이러한 황당무계한 말을 믿을까 싶지만, 이미 그에게 모인 수십억이 속은 사람들의 수와 정도를 말해준다.
사람들의 '인정 욕구'와 '경제적 자유'에 대한 갈망을 돈으로 바꾼 그의 전략은 분명 성공한 듯싶다. '영향력'이란 말에 있어, 선과 악은 구분되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나쁜 영향력이 더 큰 힘을 발휘한다는 진리를 다시 한번 더 그는 증명해 낸 것이다.
글쓰기의 시작점에서 조급했던 내가, 그에게 빠져들지 않은 이유는 명확했다.
나는 '글쓰기'를 추구했고, 그의 '책쓰기'는 나와 결이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글을 쓰고 싶었던 것이지, 책을 내려는 게 내 최종 목표는 아니었다. 글을 통해 나 자신을 더 잘 알고 싶었고, 영혼의 숨을 쉬고 싶었던 것이다.
오히려.
그렇게 쌓인 글은, 투고 한번 없이 출판사들의 선 제안을 받아 십여 권의 책이 되었다.
책쓰기 강사에게 속은 사람들의 절박함을, 나는 폄하하고 싶지 않다.
나 또한 글쓰기를 시작하며 내 이름으로 된 책 한 권을 가지고 싶었고, 지긋지긋한 현실을 한 번에 바꿀 무언가를 찾아다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찌 되었건 그에게 수천만 원을 가져다준 사람들의 공통점은 '삶의 지름길'만을 찾았다는 것이다. 글을 쓰는 고통스러운 과정은 건너뛰고, '출간 작가'라는 결과만 사고 싶어 하는 심리가 그를 괴물로 키워냈다. 판단력은 마비되고, 절박함으로 벼랑에 선 사람들에게 어쩌면 그는 정말로 구원자처럼 보였을지도 모를 일이다.
책쓰기 vs. 글쓰기
이 이야기를 접하면서, 양가감정에 휩싸였다.
하나는, 내가 글쓰기 하나만큼은 제대로 시작했구나.
그것을 삶에 잘 반영하고 있구나. 나는 평생 흔들리지 않고 글을 쓸 수 있겠구나. 내 선택이 맞았구나. 내가 그토록 강조하는, 글쓰기와 책쓰기는 엄격히 구분되어야 한다는 말이 맞는구나.
반면.
또 다른 생각은, 이렇듯 진실과 진리를 말하는 나의 영향력은 왜 이리 작은가. 돈만을 바라는 건 아니지만, 선한 영향력은 늘 강하지 못하고, 악한 영향력은 오히려 '부(富)'를 창출한다. 나쁜 사람의 의도가 뻔한데도, 분명 속는 사람이 있고, 속는 정도도 매우 깊다.
AI에게 그와 나의 철학을 비교해 달라고 해봤다.
AI가 답했다.
이 사건은 작가님이 꾸준히 주장해 오신 인문학과 글쓰기가 왜 중요한지를 역설적으로 증명합니다. 김도사가 판매한 것이 '껍데기(책 쓰기)'라면, 작가님이 강조하는 것은 '알맹이(글쓰기)'입니다.
나의 방향과 본질에 대한 탐구가 역시나 틀리지 않았다는 안도감과 함께.
지극히 당연하고 그러해야 할 방향과 추구점에 대해서는, 그 영향력이 왜 그에 비해 미미해야 하는지에 대한 회의가 드는 게 사실이다.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본 이유다.
글쓰기의 본질과 사업화
고백하자면, 나는 글쓰기의 사업화를 구상하고 있다.
글쓰기가 돈이 되면 좋겠다. '돈'은 '자본주의' 안에서 '영향력'의 잣대가 된다. 동등 또는 그 이상의 가치를 선사할 때 사람들의 지갑은 열리고, 노동과 영혼을 갈아 넣은 애씀이 담긴 돈을 흔쾌히 내어 놓기 때문이다.
세상을 바꾼 빅테크 기업이나, 스타트업들이 생활 속 문제들을 해결하며 돈을 버는 것과 같은 이치다.
다만 내가 주의를 기울이는 건, '영향력의 정도'보다 '영향력의 선함'이다. 어쩌면 그래서 아직 위에 언급한 책쓰기 강사만큼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나에게 있어 영향력은 '선함'이 '정도'보다 우선이다. 나를 속이고 누군가를 가르치고 싶지 않고, 그들의 어두운 욕망을 활용해 돈을 벌고 싶지도 않다.
내가 어느 한 사람이라도 글쓰기를 시작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글쓰기를 통해 진정한 '나'를 발견하고 숨 막히는 페르소나들 속에서 영혼의 숨 쉬는 법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어디에선가, 이전의 나처럼 슬럼프와 번아웃을 겪으며 그 굴레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사람이 분명 있을 것이다. 그 지옥에서 빠져나오는 길은 누구도 알려 주지 않는다. 답은 '자아'안에 있다. 그러나, 세상은 자아를 돌아보게 가만 놔두질 않는다. 스스로를 돌아보지 말고 어서 지갑을 열라고 한다. 무엇을 원하는지, 진정 필요한 게 무엇인지는 중요치 않다. 남들이 하니까, 남들이 사니까, 남들이 가니까...라는 명분으로 오늘도 '자아'를 내팽개쳐둔 채 허황된 것들을 좇는다.
괴물로 변한 책쓰기 강사에게, 내가 배워야 할 것이 있긴 하다.
아마도 그는 사람들에게 큰 영향력을 끼치기까지 수많은 고민을 했을 것이고, 일상을 통째로 갈아 넣었을 것이다. 나는 지금 직장인이면서 작가이자 강사 활동을 한다. 분명, 집중의 정도가 다르다. 그는 본격적으로 그의 책쓰기를 상업화했고, 나의 글쓰기 사업화는 직장생활 이후로 잠정 연기해야 하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건.
글쓰기에 있어서는, 나는 그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글감을 가지고 있고, 하루하루 꾸준히 쓰고 있으며, 앞으로도 쓸 것이고, 사람들에게 거짓이 아닌 진실한 글쓰기의 본질을 전하겠다는 자부심이 있다.
나는 언젠가 글쓰기를 사업화하여 성공하고자 한다.
돈을 끌어모으고, 영향력을 강하게 퍼뜨리고자 한다. 악하고 나쁜 게 아니라, 글쓰기 앞에 무너지고 넘어지는 사람들을 돕고 싶다. 작가라서 쓰는 게 아니라, 쓰니까 작가라는 걸 깨우쳐 주고 싶다. 마음 안에, 생각 안에, 영혼 안에... 얼마나 많은 (자신도 모르는) 글감이 숨어 있는지를 깨우쳐 주고 싶다. 봇물 터지듯, 그 안의 것들을 끄집어내는 걸 돕고 싶다.
글쓰기는 '나'를 향한 여정이다.
하루아침에 끝날 일이 아니다. 책 한 권 쓴다고 완성되는, 그러한 성격의 것이 아니다. 지금까지 나는 무수히 많은 글을 써왔지만, 이것은 나의 아주 작은 일부만을 표현한 것이다. 나는 아직도 나를 잘 모른다. 완벽함이 아닌, 완전함을 위해 나가는 것이 바로 글쓰기다.
글쓰기는 삶처럼 속도가 아닌 방향이다.
내 삶은 타인에게 보여주기 위한 명함이 아니며, 자아를 향한 호흡이다.
유투버들이, '구독과 좋아요를 눌러 주세요'라고 말하는 걸 보면 오글거리곤 했다.
꼭 저렇게 말해야 하나... 도움이 되면 알아서들 하지 않을까... 그러나 나도 이제 구독과 응원, 그리고 후원을 점차 직설적으로 요청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수십 억을 등쳐 먹은 그의 영향력은 실로 대단하다.
솔직히 부럽기까지 하다. 그러나 그 방향과 철학은 부럽지 않다. 조급해하지 말고, 나는 내 방향과 철학을 하나하나 쌓아갈 것이다. 재림 예수인지, 사회적 괴물인지 내가 알길 없는 괴랄한 그의 행보와 그를 추종하는 사람들의 기이한 추종 습성은 두고두고 나에게 그 어떠한 자극이 될 것이다.
나는 앞으로도, 어떻게 하면 한 사람이라도 더 글쓰기에 다가갈 수 있을까를 고심할 것이다.
그 방법은, 누구를 속이려 머리를 굴리는 게 아니라 늘 그렇듯, 하루하루 내 글을 쌓아가는 것이 가장 정직하고 곧은 속도와 방향이란 걸 잊지 않으려 한다.
구독과.
응원과.
가입과.
후원을.
언젠가, 글쓰기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면 많은 참여를.
오글거리도록, 부탁합니다.
저에게 주시는 그 모든 걸, 어느 한 분이라도 더 글을 쓰게 하는데 활용하겠습니다.
선한 영향력이, 더욱더 강해지기를 바라봅니다.
<참고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