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파본능

<스테르담 마음 에세이>

by 스테르담

애착이 가는 사물이 있다.

때로 우리는 사물에 감정을 더한다. 예를 들어, 10년 간 탔던 차를 팔 때 떠나가는 그 뒷모습을 보면 어쩐지 마음이 아련하다. 정 들여 키운 소를 보내는 그 마음이 이러할까. 새로운, 좋은 주인을 만나 쌩쌩히 달릴 그 모습을 기원한다.


요즘 마음이 가는 사물은 소파다.

한국인은 소파를 앉는 도구로 보지 않는 것 같다. 기어이 바닥으로 와 등을 대어 바닥에 앉는다. 어째, 거실의 경계를 정해주는 푹신한 벽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다. 소파는 침대의 역할도 한다. 등받이로 사용되거나, 눕는 용도. 소파에 누우면 이상하게 마음이 편하다. 옷은 그대로다. 갈아입을 힘이 없을 때, 직장에서 돌아와 소파에 눕는 건 하나의 의식과도 같다.


왜일까.

소파는 상징적인 무언가를 가득 머금고 있다. 직장에서의 전투를 마치고 온 나를, 무장해제토록 해주며 받아주는 베이스캠프와 갖다고나 할까. 침대에 누우려면 옷을 반드시 갈아입어야 하지만, 소파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허용한다. 가끔 소파에서 잠들긴 하지만, 어찌 되었건 소파는 밤새워 잘 곳이 아니기에 그게 허용되는 것이다.


내가 방전된 휴대폰이라면.

소파는 무선충전대와 같다고나 할까.


주말에 모자란 잠을 몰아잘 때도, 소파는 큰 역할을 한다.

충전대 위에 놓인 전화기처럼, 나는 그렇게 잠을 잔다. 충전의 속도가 저속일 때도, 고속일 때도 있다. 분명한 건, 무언가 충전된다는 느낌적인 느낌이 있다는 것이다.


5년 간의 외국 생활을 마치고, 한국으로 들어와 집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짐을 실은 컨테이너도 아직 바다 위에 떠 있다. 바닥생활(?)을 하니 충전할 곳이 마땅치 않았는데, 새 소파가 드디어 집에 도착했다.


나는 이미 그것과 한 몸이 되었다.


새로운 소파는 앞으로도 등받이와 충전기의 역할을 톡톡히 할 것이다.

어쩌면 집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사물로.


소파로 향하는 본능이, 어쩐지 열심히 잘 살고 있다는 위안이 되기도 한다.


사물을 통해 이르는 애착은 결국,

다름 아닌 내 삶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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