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르담 마음 에세이>
하루만 더 버텨보자고 다짐하던 신입사원은 어느새 지천명에 이르렀다.
그 사이 많은 것이 변했다. 강산이 두 번은 넘게 바뀌었고, 서울 아파트 값은 단위가 달라졌다. 나는 쇠퇴하였고, '아이고'를 외치는 횟수가 늘었다.
그러는 사이 아이들은 장성했다.
키는 나보다 더 큰 지 오래고, 팔씨름도 나를 이겨 먹는다. 두 살 터울인 형제가 처음으로 엄마 아빠 도움 없이 학교를 향하는 뒷모습을 보며 울컥했던 게 엊그제 같다. 나의 늙음을 조금은 더디게 하고 싶지만, 훌쩍 자라 버린 아이들을 보며 나는 '상대적 노화'를 받아들인다.
이 아이들을 어떻게 키웠을까.
아내가 대단해 보인다. 우리는 둘째를 낳으며 역할 분담을 분명히 했다. 아이들에게 엄마가 필요하다는 판단하에, 아내는 일을 그만두었고 나는 돈 버는 기계를 자처했다. 나는 아내가 얼마나 많은 고생과 고뇌를 하는지 잘 안다. 게다가 아들 둘 엄마 아닌가. 여리여리했던 아내는, 지금은 분명 이전보다는 더 강인해졌다.
수험생인 아이들은 저마다 바쁘다.
아내와 함께 하는 시간이 이전보다는 더 많아졌다. 하여 우리는 데이트를 한다. 손잡고 산책하고, 산책하다 맛집에 가고, 입가심으로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시곤 한다. 사람구경, 아이들에 관한 이야기, 앞으로 살아갈 날들에 대해 이야기하다 보면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금요일 오후.
아내가 회사 근처로 왔다. 조금 이른 퇴근을 한 나는, 아내와 회사에서 집 가는 거리의 반을 걸었다. 벚꽃이 만연했고, 길거리는 연인으로 가득했다. 행복했다. 마음도 설레었다. 마치, 결혼하기 전 연애하던 그때로 돌아간 것만 같았다.
그러나 분명 달라진 게 있었다.
그때의 사랑이 들뜨고 간지러운 무엇이었다면, 지금은 안정적이고 개운한 사랑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다시 우리만의 시간이 이전보다는 더 늘어나고 있는 지금이 참 맛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을 키우고 나니.
두 번째 신혼이 온 기분이다. 어째 이 신혼은 오래갈 것 같다. 아이들이 저마다의 인생을 찾아 떠난다면, 그 신혼의 시간은 계속 이어지지 않을까.
부부는 남자와 여자로 만나.
그 이상의 인연이 될 줄 알아야 한다.
각자의 역할에 충실할 때.
이전과 같이 아껴줄 때.
서로를 배려할 때.
부부는 더 끈끈한, 이전엔 없던, 알 수 있을 거라곤 상상도 못 한 인연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