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떨어져도 할 말이 없다.

<스테르담 마음 에세이>

by 스테르담

눈 깜짝할 사이에 꽃이 피었다.

하늘을 보고, 들판을 본 게 언제 적인가. 각박하고 삭막한 삶을 살고 있어도, 꽃은 보란 듯 봉오리를 틔운다.


꽃은 개화를 허락받지 않는다.

때가 되면 기어이 본연의 아름다움을 드러낸다. 겉으로 보기엔 여리여리해 보이지만, 내가 꽃을 강인하다고 보는 이유다.


활짝이 만연하게 그 모습을 드러낸 꽃들의 자태가 사람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도통 멈출 줄 모르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세우는 것 또한 꽃의 힘이다. 마음을 움직였기 때문이다. 사람의 행동은 의지가 아니라 감정에 의해 결정된다는 걸 꽃은 증명한다.


조금 안타까운 건, 이제 벌써 꽃잎이 흩날린다는 것이다.

흩날림은 안녕을 뜻한다. 꽃의 수명은 그리 길지 않다. 아마도 하루 이틀 뒤면, 아름다웠던 그 자리엔 또 다른 생명이 자리 잡을 것이다. 아름다움은 찰나. 그 아름다움을 피우기 위해 영혼까지 끌어 모은 존재에겐 조금은 가혹한 형벌이 아닐까 싶다. 하긴 뭐, 행복 또한 찰나이고, 행복을 느끼자마자 다음 행복을 기약해야 하는 우리에게 내려진 형벌이 어쩌면 이와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꽃이 피지 않는다고 죽어있는 게 아니다.

살아있는 동안은 언젠가 꽃을 피운다. 그 누구의 허락도 없이, 내 생각과 우려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고로, 꽃이 떨어져도 나는 할 말이 없다.

꽃이 선사한 잠시간의 쉼표를 지나.

그저 나의 삶에 집중하면 된다.


잘 가라.

또 보자.


그동안 나는 열심히,

잘 먹고, 잘 살고 있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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