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르담 마음 에세이>
어느 한 드라마에서, 자신을 괴롭히던 친구에게 다가가 주인공이 말했다.
"이제부터 내 꿈은 너야."
오뉴월에 서리가 내리고도 남을 주인공의 복수 다짐을 한 문장으로 함축한 작가의 생각에 경탄한다.
나는 생각했다.
나는 왜 이리 괴로울까. 드라마 주인공처럼 그 누가 나를 괴롭히고 있는 것도 아닌데...
곰곰이 생각한 끝에, 나를 괴롭히는 건 다름 아닌 '나 자신'이라는 사실을 인정해야만 했다.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구체적으로 나의 그 어떤 것이 나를 괴롭히고 있는 걸까. 더 곰곰이. 더 깊게. 더 간절하게 스스로를 해부했다.
결론은, 어설픈 완벽함이었다.
무엇을 하려면 완벽하게 시작하고, 완벽하게 해내고, 완벽하게 마무리해야 한다는 강박. 이 못된 버릇 때문에 나는 생각보다 많은 걸 시작할 수 없었고, 기대보다 많은 것들이 흐지부지 되었고, 높은 목표를 세워놓고는 정작 아무것도 하지 않으며 자책하기 일쑤였다.
시작은 창대하였으나, 그 끝은 늘 미약한 날들이 반복되었다.
내가 좋아하는, 전위적 예술가 살바도르 달리가 말했다.
"완벽을 두려워하지 말아라. 어차피 완벽해질 수 없으니까."
나는 지금 어느 체육관에 있다.
거기엔 나를 괴롭히던, 어설픈 완벽함으로 중무장한 또 다른 내가 서있다.
나는 그에게 다가가, 눈을 똑바로 뜨고 말한다.
"이제부터 내 꿈은 80점이야."
90점도 벅차다.
적당히, 과락되지 않을 정도의 다짐이 필요할 때다.
이것은 대단한 용기다.
100점을 포기하는.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는.
굳이 용기를 내지 않아도 되는.
대충 시작해도 된다는.
왠지, 내 꿈이 이제야 더 현실적이고 정감 있게 다가온다.
삶은 만족하는 자의 것이다.
적당히.
그렇게 살아야겠다.
나를 괴롭혀, 남을 게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