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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Sep 22. 2017

책을 써야 할까, 글을 써야 할까

다시, 글쓰기에 몰입할 때다.

살아오면서 나는 무수한 결정들을 해왔다.


때론, 그 결정들이 내가 한 것이라기보다는 떠밀려한 것들도 있었고 나에게 아예 결정권이 없는 경우도 많았다. 그러니, 그 결정들 중에서 돌아보건대 정말 잘한 결정이었다는 생각이 드는 것들이 많을 리가 없다. 결정이라는 것은 순간에 내려지지만, 그 결정이 잘 한 것인지 아닌 것인지를 판가름하는 것은 그 후의 일이다. 순간적으로 잘 한 결정인 것 같으면서도 나중에 돌아보면 아닐 수도 있고, 반대로 순간의 결정이 실수와도 같이 느껴지지만 시간이 흐르고 나서 전화위복이 되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관점에서 봤을 때, 글을 쓰기로 결정한 건 정말 잘한 일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되도 않는 초라한 글부터 시작했지만 글을 쓰기 시작하니 많은 것들이 새롭게 보인다. 무언가를 생산해보고자 하는 어설픈 인생의 철학이 실행되는 순간.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이러한 '생산적 활동'과 더불어 '나를 표현하기 위함'이다. 나를 표현해서 무얼 할까 싶지만, 나를 표현하다 보면 나도 모르는 나를 만나게 되고 그 낯선 존재와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법을 배운다. 그 낯선 존재는 나에게 깊은 울림과 자극을 주고, 때로는 감당하지 못할 스트레스를 나눠 갖기도 한다. 낯설다고 표현하긴 했지만, 결국 나는 나인 것이다. 나를 위로해주는 나, 나와 함께 있어주는 나. 그러니 매일이 외롭지 않고, 혼자 있는 시간이 헛되지 않다. 더불어, 사방이 이야깃거리들이고 사소한 하나라도 흘려보지 않는다. 사람들과 사물들을 관찰하다 보면, '왜?'라는 질문과 함께 골똘해진다. 


글을 쓴다는 것, 책을 쓴다는 것.


처음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 무엇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다. 어떤 이야기, 어떤 장르를 쓸 것인가. 어디에 써서 어떻게 알릴 것인가. 굳이 알릴필요가 있을까? 일기와 같이 나를 위한 글이어도 충분할 텐데. 게다가 작가도 아닌데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꾸준히 글을 쓸까.

이 수많은 고민과 걱정 속에서 내린 단 하나의 결론은 일단 무조건 쓰자였다. 사실, 글을 쓰기 시작할 때 어려운 점은 무언가 목표를 가져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이다. 목적도, 목표도 없이 일단 시작해야 한다. 내가 쏟아내고 싶은 것, 내가 표현하고 싶은 것. 나를 끄집어내는 시간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처음 글은 항상 나로부터 시작한다. 그래서 '일기'가 우리는 친숙하다. 

운이 좋게도 그저 시작한 글쓰기를 통해 책을 내게 되었다. 그러니 바로 겉멋이 들어, 어느새 부턴가가 나는 책을 쓰려하고 있었다. 글을 쓴다는 건 앞에서도 이야기했듯이 '나를 표현하는 것'인데, 처음부터 책을 쓰자고 다짐하니 자기 검열이 시작되었다. 이 소재는 팔릴만한 것일까? 이렇게 쓰면 읽는 사람한테 잘 먹힐까? 이 표현은 좀... 이런저런 생각이 들면서 글쓰기는 진행되지 않는다. 


다시, 초심을 돌아보면 아무런 생각 없이 일단 무조건 쓰고 보는 것이었다. 그런 글들이 하나 둘 모이기 시작해서 쌓이고 쌓이다 보면 길이 보인다. 그렇게 쌓인 자산들을 엮여 책이 되는 것이다. 즉, 글을 쓰다 보면 그것이 책이 되는 것. 책을 쓰는 사람들은 이미 글쓰기를 통해 많은 것들을 쌓아 놓은 것이다. 그것이 글의 양이든, 자신만의 문장과 표현법이든 말이다. 


일단 써야 한다. 글을. 나 자신을.


오늘도 나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는 지금 책을 쓰고 있는가, 글을 쓰고 있는가. 너무 많은 생각과 목적, 목표들을 떠올리며 나를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잃는 것은 아닌가. 스스로의 가능성을 억압하진 않는가.

책을 쓴다고 겉멋 들어 누군가의 입맛에 맞아떨어질 문장을 고민하는 것보다는, 나를 표현하는 글쓰기로 돌아가기를 다시금 다짐해본다. 지금 내게 필요한 건 바로 나를 표현하고 고민하는 순간, 즉 '글쓰기'임을 잊지 않아야 한다. 그러고 보니 자주 만나던 '낯선 나'는 잠시 잊혀 있었다. 스스로의 침잠에 빠져야 할 시간인 것이다. 이러한 초심을 잡는데도 역시 글쓰기는 많은 도움이 된다. 내가 앞으로도 글을 써야 하는 이유다. 글을 쓰는 것은 나지만, '글쓰기'는 나를 위로하고 바로 잡아준다. 오늘 하루도 이렇게 글을 쓰며 하루를 마감하는 시간이 오롯하게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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