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긍정적으로 살아온 나인데, 그래도 힘들긴 힘들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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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공항은 언제나 친근하다.
티켓팅을 하면서 업그레이드를 바라고.
오가다 출장 출발/ 도착하는 회사 사람들을 만나고, 라운지에 들어가 간단한 식사를 하며 대기한다.
이러고 보니 아직까진 실감이 나지 않는다.
출장과 여행의 구분이 없다. 아직까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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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 번 돌이켜 본다.
'네덜란드'... 생각해보니 내 주위에서 네덜란드로 휴가나 여행을 간다고 한 사람을 본 적이 없다.
네덜란드는 그랬다.
거쳐서 구경하는 곳이긴 하지만 여행이나 휴가를 위한 소위 말해 Main 국가는 아니다.
하지만, 한 때는 세계에서 가장 잘 사는 나라였고 지금도 행복순위와 복지혜택 등은 항상 상위권에 들어 있는 나라. 그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나라임은 부인할 수 없다.
다시금 나 자신이 떠 오른다.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사람이지만, 그렇다고 완전 중심의 Main은 아니면서, 그래도 나름의 분명한 매력과 존재 이유가 있는...
생각이 많아졌지만, 결론은 하나.
나를 위한 여행지로는 잘 선택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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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듯 복도 쪽에 자리를 잡고 앉는다.
아쉽게도 업그레이드가 되지 않아 이코노미석이다.
그래도 괜찮다.
여행이 아닌가. 여행.
그것도 나를 위한.
모든 걸 즐기기로 마음먹고 시작했다.
삶도 여행이라면, 이렇게 마음먹고 살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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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무원들은 언제나처럼 분주하다.
잠시도 쉬지 않고 서비스를 제공하고 승객들에게 최선을 다한다.
아름다움 속에 가려진 고생과 역경이 땅콩 하나로 만천하에 공개된 이후로, 보는 눈이 달라졌다.
같은 월급쟁이들이니, 힘냅시다.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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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 안은 참으로 힘들면서도 매력적인 곳이다.
인터넷과 와이파이가 닿지 않는 유일한 곳.
가끔은 단절된 곳이 포근할 때가 있다.
생각해보니 요즘 세상에 아프리카 어느 오지가 아니고서야 이런 곳이 없다.
몸은 힘들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사육당하는 것 같아 보통 기내식은 먹지 않는다.
그냥 무턱대고 먹지 않으면, 세상 가장 슬픈 표정으로 승무원분들이 걱정을 한다.
그래서 요즘은 그게 부담스러워 출발 하루 전 과일 식사로 신청을 한다.
어쨌든, 생각다운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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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회사 다닐 체질이 아닌가 봐"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
그곳은 바로 '회사'
커다란 비행기 엔진 소리에 귀는 아프지만 그 어느 때보다 마음이 고요한 기내에서 생각에 젖어 본다.
생각해보니 체질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렇게 회사를 부정하고 싶진 않다.
앞서 언급한 적이 있듯이 나는 회사 다니면서 빚도 갚았고, 나름 재미있게 일하고 있기 때문에.
그래서 한 번 더 생각해 보았다.
난 왜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이야기를 하고 있지?
생각다운 생각을 하는 재미있는 시간 동안 나름의 결론을 내렸다.
난 어려서부터 자신감이 그리 많지 않았고, 정체성을 찾는데도 시간이 오래 걸렸다. (지금도 찾아 가고 있지만.)
아마도 아버님이 일찍 돌아가시고, 집에 혼자 남겨진 아이에게 주어진 숙명이었는지 모른다.
그런 내게 회사는 자신감을 찾아가고 정체성을 구체화 해가는 무대를 제공해주었다.
사람들과 대화를 하게 되고, 칭찬을 받아 날개를 달기도 하고 공개적인 망신을 당하면서 병법을 익히고.
때로는 사람을 부리는 법도, 내가 부림을 당하더라도 최선을 다해 당하는 법, 그래야 당장은 힘들어도 좋은 날도 온다는 것.
아마도 자존심과 자신감이 강하고 정체성이 확고한 사람은 월급쟁이로서의 삶이 시시할지 모른다.
아니, 분명 시시할 것이고 갈수록 회의감에 젖어들 것이다.
출발점이 달랐다. 그것이 나의 결론이다.
(일찍 돌아가신 아버지, 그리고 가정을 꾸리느라 나를 혼자 남길 수밖에 없었던 어머니께 감사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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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물론, 월급쟁이로서 회의감이 들지 않는 다면 거짓이다.
힘들 때면 '그래, 난 돈을 받으면서 배우고 있는 거야.'라고 스스로 위로하면서 버틴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가장 힘들 때는, 내가 특별히 할 줄 아는 것이 없어서... 전문직을 할 능력이 안되어서...
어려서부터 금수저는 아니라도 은수저라도 물고 태어났으면 뭔가 진득이 공부라도 해서 의사, 변호사, 외교관이라도 될 가능성이 있었을 텐데... 하는 어리광을 스스로 방관할 때다.
흙 수저는 가장 논리적인 변병이 될 수 있는 요즘 세상이니까.
그러고 보니, 나의 꿈은 방송국 PD였다. 요즘은 '사'자로 끝나는 전문직이라 프로듀사라고도 불리는.
만약 집이 부유했다면, 아버님이 살아 계셨다면 어학연수도 다녀오고, 유학도 다녀오고, 등록금 걱정 없이 언론고시에 매진할 수 있었을 텐데... 라며 꿈을 접은 것을 끊임없이 변명한다.
모든 사람들이 부유하게 시작해서 자신의 삶을 이룬 게 아닌데, 오히려 어려움 속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 성취해내는 것이 우리가 동경하는 삶일진대, 나는 그러하지 못했고 그래서 가끔은 이러한 자책들이 월급쟁이인 나를 초라하게 만든다.
변명은 참... 끝이 없다.
그런데, 가끔은 한 편으로 고맙다.
변명, 네가 있어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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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주위를 둘러본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잠들어 있고 주위는 적막하다.
수천 미터 상공위에 각자 홀로 놓인 이들.
그리고 나.
다들 어떤 사연을 들고 이 여정에 올랐을지.
누굴 만나고, 무얼 하려 어디로 가는지 문득 궁금해진다.
그렇다고 옆 사람에게 상기된 얼굴로 이것저것 물으면 해외여행 처음 가는 사람 취급을 받을 테고, 무엇보다 쉬고 싶은 사람에게 말 건다는 것 자체가 그리 유쾌한 일은 아니다.
반대로 생각해봐도 그렇고.
그래서 적막하고 또 적막하다.
그래, 우리는 아니 나는 어디로 왜, 무엇을 하러 가는 중일까?
결국, 나에게 되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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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계획이 계획이라고 사실 구체적으로 내려서 바로 어디를 가야지 하고 생각하지 않았다.
발길 닿는 곳으로 가고 싶단 생각이 문득 들었고, 그래서 정말 격렬하게 아무것도 계획하지 않았다.
여행이란 이런 맛이라고 생각하며 허세 부리는 동안, 무언가 의미를 찾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슬며시 고개를 들이밀고 있었다.
아...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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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날씨가 좋다.
북서쪽에 놓인 네덜란드는 영국, 북구와 더불어 날씨로는 둘째 가라면 서러울 만큼 변화무쌍한 곳이다.
운(?) 좋으면 하루에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다 겪을 수도 있는 곳이다.
막 도착한 스키폴 공항은 언제나처럼 활기찼다.
처음 도착하여 본 " Schiphol"이라는 이름은 "쉽홀"로 발음하기 쉽다.
그도 그럴 것이 바다보다 낮은 저지대였던 이곳에 배가 많이 빠져 유래된 이름이라는 설이 있다.
"JFK", "Charles De Gaulle" 등과 같은 위인 이름을 사용한 다른 나라들과는 참으로 대조적이면서, 얼마나 네덜란드 사람들이 재미있고 실용적인지 알려주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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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장으로만 오던 호텔에 여행자 신분으로 체크인을 하고, 방에서 짐을 풀었다.
기분이 묘했다.
울컥했고 솔직히 말해 크게 울고 싶었다.
그러진 않았지만 마음으로 울었다.
누구에게는 별거 아닌 유럽 여행일지 모른다.
하지만 난 유럽 여행을 목전에 두고 세상과의 이별을 생각했었기에...
나에게 주는 선물이라는 생각에 그렇게 눈물이 흘렀다.
열심히 긍정적으로 살아온 나인데, 그래도 힘들긴 힘들었나 보다.
처량하게 호텔 방에서 짐 풀면서 눈물을 흘리게 될 줄이야.
인생 참 재밌다.
Place Information
1. Schiphol Amsterdam Airport: IAMSTERDAM 레터를 처음 볼 수 있는 공항
- Evert van de Beekstraat 202,1118 CP Schiphol, Netherlands
2. Steigenberger Hotel: 짐을 풀며 사색에 잠긴 호텔
- Stationsplein Zuid-West 951,1117 CE Schiphol, Netherland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