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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Oct 15. 2017

욕구불만은 직장인을 방어하게 만든다.

Part 2. 사람 공부가 필요하다 #5

앞에서 우리는 '호메오스타시스'라는 개념을 알아보았다.

그 '가장 알맞은 정도'를 추구하는 '항상성'의 균형이 깨질 때, 사람은 흔들린다. 이와 같이 욕구/동기가 어떠한 장애물에 의해 방해받을 때 생겨나는 마음의 불안정함을 '욕구불만' 또는 '욕구좌절'이라고 한다. 목표를 향해 가는 행동에 제약이 생기는 경우 그 욕구/동기가 충족되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행동'은 그래서 욕구/동기뿐만 아니라 욕구불만을 내포한다. 즉, 욕구/동기에서 기인된 목표를 위해 행동을 하기도 하지만, 욕구불만을 최소화하거나 그것을 방어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욕구와 동기로 시작된 행동에 대해서는 같은 사람으로서 이해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다. 문제는 욕구불만이나 욕구좌절에서 오는 행동이다. 어떤 사람이 눈 앞에 놓인 밥을 허겁지겁 먹는다면, 우리는 그 사람이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아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배가 고파 먹고 싶은 욕구가 발생했고, 눈 앞에 놓인 맛있는 음식을 보고는 먹는 행동을 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배고픈 사람(물론 우리는 그 사람이 배가 고프다는 사실을 모를 때)이 갑자기 손톱을 심하게 물어뜯으며 초조해하거나 히스테리를 부리게 되면 우리는 그 사람을 의아한 눈으로 바라본다. '저 사람 왜 저래?' 하고 말이다. 배고파서 저러는 것인지, 슬퍼서 저러는 것인지, 아니면 심한 압박감에 그러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심지어는 본인도 잘 모를 수 있다. 배고플 때 자신도 모르게 어떤 특정 행동하는 것을 모르거나, 어떠한 행동을 한 것이 배고파서 그랬었다는 걸 말이다. (배고플 때 히스테리나 짜증을 부려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때를 떠올려 보자.)

그래서 우리는 이 욕구불만과 마주 했을 때,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잘 관찰해야 한다. 심리학의 아버지인 '분트'의 '내관법'을 활용하면 좋다. 매 순간 욕구불만이 느껴졌을 때 자신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그것을 반복하고 깨달아 다른 사람을 보면 많이는 아니더라도 예전보다는 남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사람들은 욕구불만과 마주했을 때 어떻게 행동하게 될까? 수많은 반응들이 있겠지만, 심리학에서는 이를 우회, 공격, 퇴각, 대상적 반응, 자아 방어 반응 등으로 정리해 놓았다. 보통, 사랑하는 사람에게 반려자가 있다는 걸 알게 된 어떤 한 사람의 예를 많이 들곤 한다. 상대방에게 반려자가 있으므로 그저 애인으로라도 남고 싶다는 우회 반응, 그 반려자를 해코지 하는 공격행동, 그저 체념하는 퇴각적 반응, 그와 비슷한 다른 남성을 선택하는 대상적 반응, 그 사랑하는 대상을 깎아내리면서 욕구를 달성하기보다는 욕구불만을 완화하는 자아 방어 반응 등으로 말이다. 


우리네 직장인에 빗대어 보면 어떨까? 내심 기대했던 승진에서 누락되었다고 가정해보자. 그 소식을 들었을 때 큰 분노와 좌절을 동반한 욕구불만 상태가 일어날 것이다. 이를 욕구불만에 대한 각각의 반응으로 살펴보자.


1. 우회 반응

승진(직급)에서는 누락되었어도, 일단 현재 자신의 직급/ 직책이라도 고수하고자 한다. 때로는 인사부서와 협의해 조금의 연봉이나 복지를 개선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기도 한다.


2. 공격행동

홧김에 퇴사를 하거나, 무언가를 집어던지거나, 애꿎은 사람들에게 공격행동을 할 수 있다. 물론, 자신을 밀어내고 승진한 사람에게 해를 가할 수도 있다. 만약, 직장생활을 지속하기 위해 물리적 해를 가하지 못할 경우 그 대상을 험담하거나 정치적으로 공격하기도 한다.


3. 퇴각적 반응

마음이 약하거나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의 경우다. 자신의 욕구를 축소시켜 그것을 체념한다.


4. 대상적 반응

승진은 못했지만, 그와 상응하는 직책을 맡거나 같은 레벨 또는 더 나은 조건을 찾아 이직하기도 한다.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을 때, 그와 상응하는 목표를 달성함으로써 욕구불만을 최소화한다.


5. 자아 방어 반응

'빨리 승진해봤자 집에 빨리 간다', '승진하면 일과 책임만 많아지지'라며 자신을 위로한다. 전형적인 '합리화'로 욕구불만을 완화한다. 이솝우화에 나오는 포도밭의 여우로 많이 빗대어진다. 사실, 우리가 살아가면서 가장 많이 쓰는 방법 중 하나다.




이밖에도 사람들이 욕구불만에 반응하는 모습은 더 있다. 

지금까지의 것들이 욕구불만이 일어난 뒤 보인 반응이었다면 사전에 그것을 방지하거나 회피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욕구불만은 사람들에게 있어서 유쾌하지 않은 것이고, 또한 경험을 통해 이미 학습된 것들이기에 사전에 피하고 싶어 한다. 


승진을 위해 모인 직장 교육 프로그램에서 만난 사람들의 경우를 보자.


"공부 많이 했어요?"
"아, 잠을 잘 못 자서/ 일이 바빠서/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공부 정말 하나도 못했습니다."


'셀프 핸디캡'으로도 불리는 이러한 반응은, 스스로 핸디캡을 줌으로써 목표 달성에 실패했거나 욕구가 충족되지 못했을 경우 그 충격을 최소화하는 자아 방어 수단이다. 시험 결과가 좋지 않거나 승진에 누락되었을 경우, '나는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는 합리적 상황을 미리 만들어 놓는 것이다. 이것은 개개인의 자존감을 지키는데 큰 방어기제로 활용된다. 사람들은 자존감이나 자존심에 해를 입는 것을 극히 두려워한다. 이는 의식적으로는 물론 무의식적으로도 가동되는 심리적 기제이며, 일상생활에서 누구에게나 활용되는 방법이다. 마음에 드는 이성에게 거절을 당했을 때, 그래 내 주제에 무슨... 또는 오늘 옷을 잡 못 입어서 그렇다고 생각하던가 화장이 제대로 받쳐주지 않아서 일거라고 생각하는 것도 셀프 핸디캡의 또 다른 예다.


욕구불만을 회피하는 방법으로 또 하나는 바로 처음부터 다시 하는 '재출발' 방법이 있다. 

일종의 '욕구불만의 유예' 반응이다. 무언가를 진행하다가 장애물을 만나 욕구불만이 발생할 것 같으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반응이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함으로써 지금까지의 욕구불만을 완화하거나 없애버릴 수 있다는 심리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영어 공부를 위해 책을 펴서 진도를 좀 나가다 보면 학습에 대한 부담이 커져 잠시 쉬고 난 후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게 된다. 그래서 대부분의 책 첫 챕터는 뒷부분보다 더 많이 손이 대어져 있다. 아마도, 수학이나 영어 문제집의 앞부분만 너덜너덜하게 만들었던 경험이 다들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업무상의 이메일을 읽다가 바로 해결이나 답장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부담(욕구불만)이 감지되면, 그 메일에 중요 표시를 하고는 조금 나중으로 미루어 놓는 경우가 있다. 발생한 욕구불만을 회피하고, 조금 나중에 그 메일을 차근차근 처음부터 읽으며 회신을 하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휴대폰으로 뉴스나 어떤 페이지를 읽을 때 조금이라도 느려지면, 그 순간을 못 참고 와이파이를 껐다가 켜 다시 시작하는 행동도 이와 관련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즉, 페이지가 느려지는 답답함(욕구불만)을 느끼느니, 차라리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겠다는 심리적 반응이다.

직장이든 연애든, 아니면 취미나 부서를 자주 바꾸려 하는 사람이 있다면, 절대적이진 않더라도 욕구불만을 미리 회피하거나 최소화하려는 심리적 경향이 있을 수 있다. 마주할 욕구불만이 두렵거나 부담스러워 그것을 피하고, 새로 시작함으로써 더 나은 삶을 추구하는 것이다.


자, 우리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 나는 욕구불만이 생겼을 때 어떻게 반응해 왔는가? 주변 사람들은 욕구불만이 발생했을 때 과연 어떻게 행동할까? 생각해보니 이해되지 않았던 누군가의 행동이, 그래도 조금은 이해되는 부분도 있지 않은지? 

욕구불만이 가득한 직장생활 속에서 우리는 심리학과 함께 조금 더 현명해져야 한다. 물론, 나를 위해서 말이다.



덧붙임


이러한 욕구불만을 역으로 이용하는 경우도 있다.

'리액턴스(Reactance 반응 저항)'이라고 불리는 이 반응은,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은 사람의 심리를 말한다. 원래는 물리학에서 전기저항을 나타날 때 쓰는 용어였지만, 그 작용 형태가 유사하여 심리학에도 쓰이기 시작했다. 마크 트웨인의 [톰 소여의 모험]에는 이를 역으로 활용한 재밌는 에피소드가 나온다. 이모가 시킨 울타리 페인트칠을 툴툴거리며 할 때, 마침 친구 벤이 지나가며 그런 톰 소여를 놀려댄다. 하지만 톰 소여는 그것을 즐기는 것처럼 행동을 하였고 벤은 이에 속아 같이 칠할 수 있냐고 묻는다. 톰 소여는 벤에게 너는 페인트칠에 소질이 없어 보이니 안된다고 하였고, 벤은 페인트칠을 같이 하고 싶어 안달이 나게 된다. 

이뿐만 아니라 홈쇼핑이나 백화점 등에서 '한정판', '오늘만 이 가격', '마감 임박'이란 말을 자주 쓰는 것도 이러한 리액턴스를 활용한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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