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2. 사람 공부가 필요하다 #6
"우린 의대생만큼 공부하는데 돈은 참 못 벌어요."
그 언젠가 대학교 3학년 때의 일이었다. '지각(知覺)심리' 시간에 눈의 구조에 대해 설명하시던 강사님이 하신 말씀이었다. 그것이 순간 고개가 끄덕여질 정도로 공감이 되어서 그 말이 수십 년이 지난 지금에도 또렷이 기억이 난다. 이름마저 생소했던 '지각심리'시간이라 더 그랬는지 모른다. 프로이트와 융이 발견한 무의식에 대해 더 깊이 배우길 원했던 나는, 사람의 마음을 실증하기 위해 통계프로그램을 돌리던 심리학 수업에 대해 1차 충격을 받은 터였다. 게다가, 무의식은커녕 갑자기 눈의 구조를 배우며 망막과 시신경을 달달 외웠어야 하니 그 당황스러움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었다. 사실, 그땐 그랬다. 무의식에 대한 것이나, 당장 사람 마음을 읽을 수 있는 것이 아닌 다른 모든 강의들에는 관심이 없던 것이다. 지금에야 '지각(知覺)'이 얼마나 우리 마음에 큰 영향을 미치는지 깨닫고는 있지만, 아마 많은 사람들도 '지각심리'라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면 매우 생소해한다.
앞서 우리는 '마음'이 어디에 있는지에 대한 담론을 거쳤다. 그러고는 그것이 '머리'에 있는지 '심장'에 있는지 쉬이 결론 내지 못했다. 물론, 우리는 '마음'을 가리켜 보라 하면 대부분 심장 쪽을 가리킬 것이다. 하지만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우리가 '마음'이라고 느끼는 그 감정을 느끼기 위해서는 오감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오감을 통해 들어온 자극들은 모두 신호화되어 뇌로 모이고, 뇌는 이것을 각 신경에 그 역할들을 하달한다. 뇌에서 받아들이고 느낀 그것 자체가 감정이 되고 마음이 되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뇌가 없다면 우리는 아무것도 느낄 수 없고, '마음'이라는 것 자체를 인지하지 못할 수도 있다. 이러한 면에서 '지각'은 중요하다. 외부 자극과 환경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그것을 대응하는 방법이 달라지고, 각각 특유의 행동을 보이기 때문이다. 같은 눈이라 하더라도 어떤 사람은 해바라기를 보고 그저 노란색이라고 느끼고, 또 어떤 사람은 형형색색의 노란색으로 받아들이며 그 아름다움에 감탄하는 감정을 느낄 수도 있다. 즉, 지각은 사람에 따라 각각 다른 것이다. 네덜란드의 유명한 화가인 반 고흐가 그린 해바라기 그림을 본 적이 있는가? 그는 우리가 보지 못하는 노란색을 보고 그것을 표현했다. 같은 눈이라도, 그것을 바라보는 시각과 경험 그리고 감정이 달라 만들어낸 결과다. 그러니 내가 보는 것을 저 사람도 똑같이 보고 있다고 단정하면 안 된다.
이번 장은 성격 형성 이론을 이야기하려 한다. 그 시작은 '지각심리'다. 사람은 '지각'을 통해 우선 받아들이고 '감정'을 느끼며 그것을 바탕으로 '성격'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왜 배우는지 몰랐던 '지각심리'의 중요성을 이제야 깨닫게 된 것을 반성하는 마음으로 설명을 이어가 본다.
지각은 환경 내의 사물을 인지하는 것이며, 두뇌의 특정 영역에 사물이나 자극에 대한 모양이나 관념을 형성하는 것이다. 어른은 경험이나 학습을 통해서 주관적, 객관적 견해를 가질 수 있기에 받아들이는 모든 것들에 대해 감각적 인식을 인지도에 따라 이해하고 체계화하며, 수정할 수도 있다. 신생아나 어린이들은 아직 그 정도가 미숙하기 때문에 신경계의 성숙과 경험 그리고 학습의 상호 작용에 대해 발달을 해 나아간다.
천재라는 예외는 뒤로하면, 보통 사람들은 1세경부터 도형에 대한 판별을, 2세경부터 간단한 형태에 대해 인지한다고 한다. 문자나 숫자 등의 좀 더 복잡한 형의 판별은 그 이후에 일어나는데, 색(色)의 경우에는 좀 더 일찍 형성된다고 알려져 있다. 더불어 전체가 아닌 미분화된 지각을 해 나아가다, 아동기가 되면서 개별적이고 분석적인 지각이 왕성해지고 이것이 좀 더 발달하여 사물이나 환경을 전체적으로 받아들이고 분석하게 되는 것이다.
'지각'은 달리 말하면, 자신이라는 존재를 주위 환경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자연발생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모든 위험요소에서 생존을 위해 느껴야만 하고, 그것에 반응하고 대처해야 하기 때문이다. 즉, '감각'은 '지각'이 되고, '지각'은 '감정'을 발생하게 하는 것이다.
'지각'이 누구에게나 획일적이라면, '지각심리'라는 공부는 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우리가 보는 것이 정말 실재한 것인지, 어떤 존재의 실체인지를 가늠하지 못한다는 부분은 우리의 허를 찌른다. 그래서 지각심리에서 대표적으로 다루는 것이 '착각'의 영역이다. 가장 기초적인 예로 심리학은 '에임즈의 방'을 거론한다. '착각의 방'으로도 불리는 이 방에서는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걸어가는 사람의 크기가 점점 작아진다. 이는 방의 안쪽 길이에 대한 정보 부족에서 오는 착시현상이다. 사람의 외부세계를 '객관적 물리세계'라고 하는데, 실제로 사람들이 느끼는 세계는 '행동적 환경'이라고 한다. 이 둘이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을, '지각심리'가 파고든 것이다.
'지각심리'에서 거론되는 또 하나의 중요한 이론은 '형태주의 심리학'이다. 부분의 합은 전체 이상이라는 것을 주장하는 것으로 '게슈탈트 심리학'이라고도 불린다. 네온사인이 좋은 예다. 예를 들어, 100개의 전구가 꺼졌다 켜졌다 하는 단순 작동을 벗어나, 그 순서를 달리하면 그 위에서 글자나 의미를 도출해낼 수 있다. 그저 전구가 모인 것뿐인데 우리는 거기서 전구가 내는 빛 이상의 의미를 얻어 낸다. 이처럼 사람들은 무언가를 '종합'하려는 심리를 가지고 있다. 날아가는 철새 집단을 볼 때, 새 한 마리를 보는 것이 아니라 삼각형의 무리 모양을 보고 일정한 도형들이 그려져 있는 사이사이에 보이지 않는 도형을 보고 싶지 않아도 보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심리적 특성을 '군화(무리 지음의 법칙)'라고 하는데 사람들은 대개 근접해 있는 것, 같은 형태의 것, 유사한 규칙이나 움직임에 대해 특히 그러한 성향을 강하게 보인다.
이 외에도 '항상성'도 있다. 이는 우리가 지각하고 있는 것은 '눈에 비친 자체'가 아니라, 원래부터 '알고 있는 대로' 사물을 지각하는 것이다.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것'도 여기에 속한다.
너무나 피곤해서 집중이 안 되는 회의에서, 자신의 이름과 비슷한 단어가 나오면 정신이 번쩍 드는 것도 '지각심리'의 영역이다. 칵테일 효과로도 잘 알려져 있는 사례다.
지금까지 성격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주 요인으로 먼저, '지각심리'에 대해 살펴보았다. 이러한 관점에서 우리네 직장인을 바라보면 좀 더 흥미로울 수 있다. 우리는 태어나서 미분화된 지각으로 세상을 인지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우리가 직장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우리는 신입사원으로서 직장이라는 외부 환경을 미분화하여 받아들이고 지각하고 인지한다. 신입 사원이 받아들이는 지각, 선임 사원이나 고참 사원이 받아들이는 그것들은 천차만별일 것이다.
우선, '지각심리'가 무엇인지를 알고 또 이것이 나중에 성격 형성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아놓자. 이러한 심리학적 지식을 가지고 우리는 타인을 바라보고, 나를 바라보고 직장이라는 구조와 환경을 바라볼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