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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Oct 25. 2017

직장인, '불안'을 재정의 할 것!

Part 3. 심리학으로 바라보는 직장생활 #2

자아가 위험을 느끼면서 자신의 힘으로 감당해 낼 수 있는지 아닌지를 저울질하여 자신의 무력을 자인할 때 나타나는 상태

- 프로이트 -


불안이란 무엇인가?


심리학을 공부하고 깊이 새겨본 사람으로서, 직장생활을 어지간히 해본 사람으로서.

난 이 글을 읽는 당신의 마음을 읽을 수 '없다'. 심리학과 직장생활은 자만할 수 없는 영역이자, 자만하더라도 자신에게 그러해야지 다른 사람을 쉬이 판단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건 말할 수 있다.


"직장인인 당신은 '불안'하다!"


물론, 당신이 '직장인'이 아니라도 '불안'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다. 당연한 이야기를 싱겁게 하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불안'을 마주하고 깊이 관찰해본 적이 있는가라는 나의 질문은 당신에게 그리 싱겁지만은 않을 것이다.


'불안(不安)'은 우리에게 매우 친숙한 단어다. '불안'은 말 그대로 안심이 되지 않은 심리적인 상태나 감정을 의미한다. 사람의 감정이 처음 발달하게 된 동기는 '공포'였다. 생존을 위해서다. 인류는 그 '공포'를 감지하고 최소화하며 생존 본능을 극대화 해왔다. '안정되지 않은 것'이라는 맥락에서 볼 때 '공포'와 '불안'은 꽤 닮아있다. 하지만, '불안'은 신체적이나 정신적으로 '분명한 위협'을 인지하였을 때 나타나는 '공포'와는 다르다. 무서워하는 대상이 분명하지 않고 공포에 대비하여 대상을 두려워하는 정도도 미약하기 때문이다.

즉, '불안'은 어찌 보면 만성화된 '공포'라 해도 좋다. 우리는 살면서 크건 작건 수많은 두려움과 공포를 느낀다. 거기에 매 순간 발생하는 욕구불만까지 더해지는데, 우리는 이 모든 것을 '의식'할 겨를이 없다. '무의식'에 나도 모르게 쌓이고 쌓인 공포와 불쾌한 일, 해소되지 않은 욕구가 만들어낸 것이 바로 '불안'이다.

'불안'이 무서운 것은 언급한 대로, 불안의 대상이 분명치 않다는 것이다. 그러니 불안을 떨쳐버리기 쉽지 않다. 원인이나 대상을 알아야 무어라도 할 텐데 내가 왜 불안한지를 모른다. 누군가 심한 불안감에 사로잡혀 있다면, 평소와는 다르거나 비정상적인 행동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바꿔 말하면, 비이상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들의 행동 뒤에는 '불안' 요소가 있다.


프로이트는 불안이나 공포는 리비도가 가로막혀 성적 출구를 찾지 못해 일어나는 것으로 보았다. 더불어, 자아가 위험을 느끼면서 자신의 힘으로 감당해낼 수 있는지 아닌지를 저울질하여 자신의 무력을 자인할 때 나타나는 상태라고도 했다. 그는 직면한 위험 상황이 외부세계에서 왔을 경우가 분명할 때를 '현실 불안', 그 위험 사태의 시작이 초자아에 있을 때를 '도덕적 불안', 이와 비슷하게 위험사태의 시작이 이드에 있을 때를 '신경증적 불안'이라 칭했다.


직장인의 불안


사람의 '불안'이 '공포'에서 유래되었다는 것을 보면, '불안' 그 자체가 그리 나쁜 것만은 아니다. 공포는 생존을 위한 일종의 본능적 감정이다. 즉,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이다. 불안은 그 공포의 요소가 다시 나타날지 모른다는 만성적 준비태세다. 그러니, 불안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수단이라고 볼 수 있다.

직장인에게 있어서 불안은 그래서 더욱더 친근하다. 스스로를 지켜야 할 일이 많기 때문이다. 언제 해고당할지 모르는 불안. 동료나 후배들에게 뒤처질지 모른다는 불안. 인정받지 못할 것에 대한, 일이 잘 풀리지 않을 것에 대한, 나와 맞지 않는 사람과 함께 일하게 될지 모른다는 것에 대한 불안 등.

서두에 밝힌 프로이트의 '불안'에 대한 정의를 보자. 누구나 아는 '불안'의 감정을 글로 풀어놓으니 왠지 뭔가 있어 보인다. 그리고 어렵다. 어찌 되었건 프로이트는 '자아가 위험/ 위협을 감당할 수 있는지의 여부'에 초점을 두었다. 이러한 맥락에서 직장은 '자아가 위험한 상황/ 위협을 받는 상황'이 비일비재하다. 굳이 여기서 직장인의 '불안'이 어느 누구의 그것보다 뒤처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할 필요도 없겠다.

미국의 정신분석학자인 호나이는, '불안은 인간 활동의 원동력'이라 주장했다. '열등감'이 보상작용을 만들어 삶을 개척한다는 아들러의 이론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사람들은 불안에 대비하거나 그것을 최소화하기 위해 움직이는 부분이 분명 있다.

직장의 시스템은 분명 이것을 잘 이용하여 시스템을 구축하고 사람들을 일하게 만든다. 월급이라는 보상도 있지만, 열심히 하지 않으면 인사 등급을 못 받게 되고 그리하면 승진을 못하고 돈도 많이 못 벌게 된다는 것. 종내에는 직장에서 쫓겨날 것이라는 '불안'이 그것이다.


다시 앞에 했던 질문을 상기해보자.


"당신은 '불안'을 마주하고 깊이 관찰해 본 적이 있는가?"


지금까지 내가 생각했던 불안은 무엇이었고, 다른 사람들이 느낄 불안은 무엇이었을까? 아마, 앞서 내가 언급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직장에서 오래 있지 못하거나 인정받지 못한다는 불안. 그리고 그와 관련된 몇 가지의 것들.

하지만 우리 자신을 돌아보면 우리는 그 불안을 용감하게 마주해본 적이 없다. 우리는 그것을 피해왔거나 애써 외면하려 했을 것이다. 어쩌면 그 불안은 마음뿐만 아니라 물리적으로 나타났을 것이다. 신체적 손상이나 통각에 대한 위협은 불안의 한 증세다. 당장 지금 잘 생각해보자. 직장인은 하루에 감정의 등락이 상당하다. 일순간 세상을 다 가진 것 같다가도, 자존심이 짓밟히고 무능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이러한 것의 주역은 대부분 '불안'이다.

그러니 마음을 가다듬어 지금 내가 느끼는 불안이 무엇인지 잘 살펴보자. 맡은 일이 잘 풀려도 행복하지 않은 마음이 드는 것은, 이 회사를 오래 다니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 때문이 아닌가? 직장 상사에게 신뢰를 얻고 있지만 동료들이 질투하고 미워할까 봐 불안하지는 않은가? 아니면, 지금 당장 해야 하는 일이 잘 풀리지 않을까 봐 불안한가?




'불안'이라는 나의 감정을 그저 '스트레스'라는 이름으로 뭉뚱그려 이것을 벗어나기 위해 갖가지 취미활동했을 수도 있다. 그것을 잊고 떨치기 위해 외면하며 다른 것에 몰두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결과는 어떠한가? 그 불안이 떨쳐졌는가? 우리는 앞에서 '불안'이 무엇인지 살펴보며 중요한 의미를 하나 발견했다. 바로, '불안'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불편한 마음'이라는 것. 즉, 그것을 외면하고 잊는 것은 내가 생존하기 위해 고민하는 기회를 박탈하는 것과 다름없다. 그 기회를 박탈하고 외면하다 보니, 우리의 불안은 점점 더 커진다. 그래서, 우리는 '불안'을 직시하고 깊이 들여다봐야 한다고 역설하는 것이다.

'불안'을 외면하지 않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받아들임'이다. 우리는 직장에서 매우 방어적이다. 그러다 보니 우리의 잘못이나 부정적인 피드백받기를 소스라치게 싫어한다. 그리고 그것을 튕겨낸다. 이는 불안을 외면하기 위한 1차적 반응이다. 나의 잘못을 인정하거나,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 들을 일단 곧이 곧대로 받아들여보면 생각보다 마음이 편하다. 그러면 나의 '불안'이 보인다. 선각자들은 이러한 진리를 깨닫고 명상이나 기도를 했다. 명상이나 기도는 불안을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받아들이고 곱씹어보는 좋은 수단인 것이다.


다시 한번 더 불안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보자. 그리고 나의 마음속에 있는 불안은 무엇인지 한 번 보자. 지금 처한 상황과 유쾌하지만은 않은 피드백을 받아들여보자. 프로이트가 말한 대로 자아가 그것들을 받아들일 수 있는지 없는지를 봐야 한다. 회피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그러면 호나이가 말한 대로 우리는 '불안'을 우리가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는 디딤돌로 슬기롭게 활용할 수도 있다.


불안에 대해 곱씹어봤다면, 우리는 '불안'에 어떻게 대응해왔는지를 함께 알아보자. 우리가 '불안'에 대해 반응한 것들을 돌아보다 보면, 다른 사람들의 행동이나 반응도 유추해볼 수 있다. 그러면 우리는 나 자신과 상대방을 좀 더 이해할 수 있다. 심리학이 그 빛을 발하게 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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