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테르담 Nov 20. 2017

직장인, 오늘 나의 불안을 마주하라

Part 3. 심리학으로 바라보는 직장생활 #6

당신은 직장에서 어떤 직급에 위치해 있는가.

우리가 직장에서 일을 하고 있다면 분명 어느 직급에 머물러 있을 것이다. 보통 사원, 대리, 과장, 차장, 부장, 임원 등으로 구분한다. 앞서 우리는 직장 생활의 모든 어려움은 곧 '불안'에서 야기되었다는 것을 살펴봤다. 회사 가기 싫어 욕구불만이 가득한 사람들이 모인 곳, 그래서 불안하고 저마다의 방어기제로 아웅다웅하는 곳. 

직장이란 곳이 바람 잘날 없는 것은 피라미드 구조의 직급체계 때문이다. 그 사이에 존재하는 권력과 알력, 상위를 향한 쟁탈전은 없던 '불안'도 마구 생산해낸다. 그래서 직급별로 가진 '불안'도 제각각이다. 당연한 듯 받아들일 수도 있겠지만, 이번 장에서는 그것을 한 번 짚어보고 넘어가 보자. 그것을 볼 때 어떤 사람은 격하게 공감할 것이고, 어떤 사람은 잊었던 불안을 떠올릴 것이며, 또 다른 이는 앞으로 겪게 될 것을 마주하게 될 수도 있겠다. 중요한 것은 우리 각자의 '불안'을 직시하는 것이다. 우리는 그것을 마주 보지 않고 그저 무의식 중에 떠오르는 감정에 반응하느라 여념이 없다. '불안'으로 야기된 감정을 자세히 보지 않으면, 우리는 그것에 잠식되어 우리가 왜 행복하지 않고 날마다 감정 상하며, 사람들과 갈등을 빚는지 깨닫지 못하게 된다. 화가 나도 왜 화가 나는지 모르고 화만 내는 사람처럼 말이다.




1. 사원의 불안


사원은 모든 것이 두렵다. 새로워서 두렵고, 무능력할까 봐 두렵다. 적응하지 못할 것에 대한, 그리고 여기서 잘 살아남을 수 있을까라는 미래불안까지. 나만 빼고 모든 사람은 각자의 일을 알아서 잘 하는 것 같다. 선배들은 알아서 일을 유능하게 처리하고, 옆에 같은 동기 녀석들은 칭찬을 받으며 어찌 되었든 나보자 잘 나가는 것 같다. 사원이라고 중책을 주지 않거나, 별 시답지 않은 일만 받을 때면 이러려고 고등교육을 받았나라는 자괴감까지 든다. 

특히 신입사원에 가깝다면 모라토리엄(지급유예)을 겪으며 불안감은 커진다. 즉, 지적/ 육체적/ 사회적 능력면에서는 한 사람의 몫임에도 불구하고 직장인으로서 의미와 책임의 지불을 유예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직장에 들어오기 전에 꿈꿨던 멋진 프레젠테이션으로 박수갈채를 받는 모습과는 너무 다른 상황에 놓여 불안하다. 무기력과 허탈함, 그리고 나 자신이 쓸모가 있긴 한 걸까라는 조바심이 불안이라는 불꽃에 기름을 부어댄다. 또 언제 일다운 일을 맡았는데 실수하거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할까 하는 두려움은 사원의 하루를 하루하루 힘들게 한다.


2. 대리의 불안


경영대학원(MBA)을 알아보거나 이직을 가장 많이 고려하는 직급이다. 

내 동기들은 물론 나조차 대리 시기에 접어들면서 MBA 공부를 병행했던 기억이 난다. 즉, 사원의 때를 벗고 아주 조금은 업무에 대해 눈 떴을 때. 이 길을 계속 가야 할지 말아야 할 지에 대한 불안이 가장 큰 때다. '한 회사의 전략은 대리가 짠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대리들에게 떨어지는 일들은 엄청나다. 사원보다 빠릿빠릿하고, 과장이나 차장보다 비교적 말을 잘 듣기에 선호되는 것은 당연하다. 대부분 가정도 이루기 전이라 몸이 가벼운 것도 한 몫한다. 

이렇게 업무에 몰두하다 보면 잠시 정신을 차려 여기에 계속 남아 있어야 하는지에 대한 불안이 몰려온다. 이직을 하려면 몸이 더 무거워지기 전에 이직하던가, 아니면 MBA나 대학원을 통해 몸값을 올려야 한다는 원인 모를 강박이 몰려온다. 이직한 동기 녀석은 '연봉 천만 원을 더 받더라'라는 소문에 가장 민감할 때. 꿈이고 뭐고 연봉 천만 원 더 받는다는 말에 나는 옳은 길을 택한 건지 좌불안석이 된다. 


3. 과장의 불안


과장의 불안은 대리의 그것에서 점점 더 짙어지는 모양새다.

 한 직업전문기관에 따르면 과장 2년 차 이전에 이직을 하는 것이 가장 적당하다는 설문 결과가 있다. 즉, 이직을 결단하던가 아니면 있는 곳에 뿌리내릴지를 결정해야 한다. 결혼을 하고 자녀가 있는 경우도 많아 몸도 그리 가볍지 않다. 슬슬 정치나 줄 서기를 해야 한다는 불안도 몰려온다. 이미 업무 능력만으로 승승장구할 수 있다는 것이 아님을 알고 난 뒤다. 

이제는 어느덧 중간 관리자 반열에 올라 업무 능력도 인정받아야 한다. 아래에서는 자신을 바라보는 후배들이 있고, 위에는 업무를 하달하는 선배들이 있다. 가운데 낀 자의 설움과 불안은 생각보다 크다.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딱 그 처지다. 위에서 언급한 업무와 정치 그리고 사람 관계 등, 만능 엔터테이너가 되어야 한다는 부담과 불안이 엄습한다. 아직 젊다는 호기로 들이박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갓 태어난 자녀를 생각하거나, 결혼하지 않았더라도 미천하지만 이제껏 쌓아온 커리어를 돌아보면 막무가내로 나갈 수많은 없는 자신을 발견한다.


4. 차장의 불안


이제는 운명 지어진 상태다. 

이직과 같은 다른 생각을 하기보단 현재 자리에서 다음 단계로 갈 것에 온 힘을 다해야 한다. 하지만 위에는 부장이 있고, 아래는 까마득한 후배가 있어 차장 역시 애매모호한 직급이다. 대부분 팀 내에서 파트장이나 선임 역할을 맡게 되는데 실질적인 권력은 없지만 후배들을 통솔하고 솔선수범하여 이끌어야 한다는 부담이 크다. 특히 수직적 리더십이 아닌 수평적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는데, 소위 요즘 아이들을 데리고 간다는 것이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다. 

더불어 이제는 '직급'에만 연연하는 것이 아니라, '직책'에도 민감해진다. 더 나은 '직책'을 맡지 못하면 어쩌나, 즉 능력을 인정받지 못하는 것에 대한 '불안'의 양이 이만저만 아니다. 평사원에서 마지막 진급 단계인 '부장'으로 향할 때, 그냥 부장이 될 것이냐 아니면 임원 진급의 가능성이 있는 부장으로 갈 것이냐는 차장직급에서 이미 갈리기 때문이다. 유능한 다른 동기 녀석들이 직급은 같지만, 자신보다 높은 '직책'을 맡고 있는 경우 차장의 불안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5. 부장의 불안


별도로 설명하지 않아도 부장의 불안이 무엇인지 잘 알 것이다. 

임원으로 가느냐 못 가느냐의 길목이다. 이미 글렀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경우는 언제 집에 가게 될지가 가장 큰 관심사이자 불안이다. 조금이라도 희망이 있는 사람들에게도 정말로 올라갈 수 있느냐에 대한 불안은 상존한다. 게다가 연차는 쌓이는데 후보에 올랐다가 한 해, 두 해 쓴맛을 보면 불안은 영혼을 잠식할 정도다.

다른 일을 알아보기에는 너무 늦었지만,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면 뭐라도 알아봐야 한다는 조급함이 몰려온다. 앞으로 얼마 동안 회사를 다닐 수 있을지 헤아려보면 손가락 몇 개만 접어보면 안다. 그러니 요동하지 않으면 사람이 아니리라. 몇십 년 동안 몸 바쳐 온 회사에게 내쳐질 생각을 하니 인생사 허무하다고 느껴진다. 연말에 임원으로 진급을 할 것이냐, 아니면 맡은 '직책'에서 강등될 것이냐가 부장 직급의 가장 큰 불안요소다. 그나마 맡은 '직책'을 그대로 이어가는 것이 어쩌면 선방하는 길일 수도 있다.


6. 임원의 불안


부장에서 임원으로 진급하면 부장 직급까지의 퇴직금을 정산한다. 

즉, 임원은 계약직이 된다. 연간 단위로 계약을 하게 되므로 일방적인 '계약 해지'는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 임원의 근속연수도 5년이 채 안된다는 통계도 있다. 그만큼 생존을 위한 싸움이 치열하다. 연말 인사 발표에서 이름이 사라진 수많은 임원들을 목격한다. 

우리가 말하는 '자리'는 없어지기도 하고 생겨나기도 한다. 업무 능력과 운, 무사고와 정치 그리고 연줄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임원의 자리는 그래서 불안하다. 그나마 임원이라도 달아보고 집에 가는 것에 만족하면 안 될까? 어디 사람이 그런가. 모르면 그만이지만 한 번 알고 난 달콤한 권력과 경제적 윤택함은 아이러니하게도 임원들의 불안을 더욱더 고조시킨다.




기본적으로 직장은 사람과 욕구불만, 그리고 불안으로 가득 찬 곳이다. 

어느 누구 하나 불안해하지 않는 사람이 없다. 그래서 우리는 그것을 돌아봐야 한다. 나 자신이 그리고 타인이 이러한 불안 속에서 어떻게 살고 있고 반응하는지를 봐야 한다. 위에 열거한 직급이나 불안의 시기가 아마도 조금은 다를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러한 불안을 한 번도 느껴보지 않은 사람은 없다. 지금도 느끼고 있는 불안, 그리고 앞으로 맞이하게 될 불안에 대해 겸허히 받아들여보자. 잠시 잊었던 불안에 대해 그래서 나는 어떻게 반응하고 그것을 이겨 냈었는지, 지금은 어떻게 해야 하고 앞으로는 어찌해야 할지. 자신을 바라보되, 나를 둘러싼 사람들 또한 이러한 불안을 겪고 있다는 것을 상기해보자. 


한 대 때려주고 싶었던 그 사람이 아주 잠시라도 조금은 가련해 보이지 않는가?




[종합 정보]

스테르담 저서, 강의, 프로젝트


[신간 안내] '무질서한 삶의 추세를 바꾸는, 생산자의 법칙'

[신간 안내] '퇴근하며 한 줄씩 씁니다'


[소통채널]

스테르담 인스타그램 

매거진의 이전글 직장인, '불안'을 재정의 할 것!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