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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Dec 28. 2017

크리스마스이브의 니스는 낯설다

니스에서의 일주일 [Intro]


- 여정 -


암스테르담 To 프랑스 니스 (비행기 이동, 1박)

프랑스 니스 (1박) To 모나코 (렌터카 이동)

프랑스 니스 (1박) To 프랑스 깐느 (렌터카 이동)

프랑스 니스 (4박) To 암스테르담 (비행기 이동)




차는 무척이나 꿀렁거렸다


간만에, 아니 아주 오랜만에 운전하는 수동 기어와 그 자동차의 독특한 기어비가 만들어낸 결과였다. 가족들 앞에서 시동을 꺼트리지 않아 체면치레를 하긴 했지만, 어쩐지 뒷 자석의 아이들의 불안한 눈빛과 당황함이 역력한 나의 눈붗이 자꾸만 룸미러를 통해 마주쳤다. 니스 공항에 밤늦게 도착한 우리는 그렇게 렌터카에 몸을 싣고 숙소로 향했다. 터미널 1에서 찾지 못한 렌터카 데스크는 한참을 헤맨 후에야 터미널 2에서 찾을 수 있었는데, 터미널 2로 가는 셔틀버스를 찾는 일도 만만치 않았다. 그러고 보니 같은 유럽 내 이동이고, 솅겐조약이 맺어진 나라인데 여권 검사까지 한 것을 돌이켜보면 낯선 것들의 연속이었다. 한 겨울의 네덜란드에는 없는 그것. 바로 햇살을 즐기기 위해 남쪽으로 날아왔건만, 낯선 환경에 놓이고 보니 순간적으로 네덜란드 집이 그리워지기까지 했다.


니스로 갈 채비를 하는 비행기 @ Schiphol Airport


이번 여행의 목적은 그저 휴식


그럼에도 꾸역꾸역 찾아온 이곳은, 역시나 햇살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었다. 주재의 마지막 해를 기념하는 의미도 있었고. 예전까진 그저 어디라도 한 군데를 더 가야 했고, 무엇이라도 하나 더 보겠다는 마음으로 바쁜 시간을 쪼개어 여행하다 보니, 차를 가지고 여러 도시를 스쳐 가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이번엔 차를 운전하지 않고 비행기로 니스에 정착(?)해 한 숙소에서 7박 8일을 보내기로 했다. 차도 이틀만 빌려 니스에서 가까운 모나코와 깐느만 다녀오기로 했다. 남는 기간엔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하지 않았다. 그저 쉬어보려는 심산. 여행을 와서 무어라도 하나 더 보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할 일 없이 멍 때려 보기도 하고 가벼운 산책으로만 하루를 채워 보는 것도 좋겠다 싶었다. 솔직히 잘 모르겠다. 아무 할 일 없이 여행지에서 유유자적 보내게 된다면 나는 또 스스로를 어떠한 채찍으로 내리칠까. 하루에 글을 몇 개 이상 안 쓰거나, 독서를 하지 않는다는 죄책감이 몰려올 것이 뻔하다. 그저 아무것도 안 하는 게 정말 삶에 있어 사치일까? 그것도 일 년 중, 아니 주재 기간 4년 만에 있을 단 며칠간의 그 시간이 말이다.


우리 짐이 나오면 '빙고'를 외치기 위해 기다리는 아이들


크리스마스이브, 니스와 간단한 첫인사


짐을 풀고 나니 어느덧 밤 11시 즈음. 우리를 기다리던 숙소 관리인이 9시부터 기다렸다고 알 수 없는 말로 불만을 표현한 지 1시간 뒤였다. 그것은 프랑스 말이 아니었고, 아마도 터키 어딘가의 말이었던 것 같다. 그래도 아이들을 보며 미소를 짓기 시작한 관리인은 방안을 여전히 알 수 없는 그 말로 숙소에 대해 열심히 설명하고는 사라졌다. 

집을 떠난 지 6시간 후. 비행시간은 2시간이었지만 그 여정이 짧지만은 않았다. 6시간 차로 달렸으면 우리는 어디쯤에 있을까를 생각하며 스스로를 위안했다. 밖은 이미 어둠으로 가득 차 있었지만, 크리스마스 이브라는 들뜬 분위기가 우리를 방안에 가만있게 놔두질 않았다. 아이들은 피곤하다며 미간을 찌푸리긴 했지만 어느새 주섬주섬 옷가지를 챙기고 있었다.

밤 11시가 넘은 크리스마스이브의 니스는 너무나도 한적했다. 일어나지 않았어야 하는 테러의 현장도 그저 바다의 파도소리만 들릴 뿐, 사람이 거의 없었다. 아이들은 바다에 돌을 던지기 시작했다. 녀석들은 바다에 가면 두 가지다. 바다에 뛰어들거나, 그러지 못할 땐 돌을 던지거나. 모래사장에 있는 자갈들 모두를 바다에 던지겠다는 기세로 시작한 그것은 10분을 채 가지 못하지만 녀석들은 마냥 즐겁다. 돌멩이 하나로 저렇게 신날 수 있을 때가 인생에 있어서 얼마나 될까. 돌을 던지는 아이들을 보며 흐뭇한 나 자신을 보며, 그 자체로도 감사하고 신비로웠다. 돌을 던져 행복한 아이들, 그 아이들을 보며 나도 모르게 지어지는 미소. 그래, 인생 뭐 있나.




적막하고 낯선 니스와의 첫인사. 다음 날에 떠오를, 한겨울이지만 따뜻한 햇살을 기대하며 숙소로 돌아온 우리는 자정을 지나 서로에게 '메리 크리스마스'를 외쳤다. 그것이 잘 자라는 인사였던 것처럼, 어느새 아이들은 쌔근쌔근 숨소리를 몰아쳤다. 그 숨소리가 달콤했다고 생각한 찰나, 니스에서의 첫 밤은 어느새 그렇게 지나가고 있었다.


프롬나드 데 장글레 해변 산책로
크리스마스 이브의 한 밤은 조용하고 차분함으로
유명한 광장도 조용하기는 마찬가지
화려한 조명이 건물 외벽을 장식하며 적막하지만 들뜬 분위기를 연출한다
시간이 늦어 정지한 관람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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