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 격정적이었으면 좋겠다
왜 그리 격정적이었을까
너와 나는 왜
사랑이라는 건 그저
각자의 감정이었음을
각자의 욕심이었음을
나중에야 알았다
아니, 알면서도 시작했다
바보같이
모든 걸 꺼내어 사랑했던 사이
그 뜨거움에 시력을 잃고
사리를 잃고, 분별을 잃고
친구를 잃고, 시간을 잃고
마침내 자신마저 잃고
또 하나의 나라 착각했던
너는
이제 없다
아니, 처음부터 넌
또 하나의 내가 아니었을 것이다
뜨거웠던 사랑은
그보다 더 격정적인 미움으로 번지고
사생결단하듯 싸워낸 후엔
이별이란 트로피가
각자의 손에 그렇게
들려진다
너와 나는 왜
왜 그리 격정적이었을까
좀 덜 그랬다면
우리는 아직도 같은 곳을 보고 있을까
여전히 마주 보고 있을까
떠나보낸 너를 생각하며
조금은 덜 격정적이어야지
다짐한다
너도,
어디선가
그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