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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Sep 23. 2018

너와 나는 왜

덜 격정적이었으면 좋겠다

왜 그리 격정적이었을까

너와 나는 왜


사랑이라는 건 그저

각자의 감정이었음을

각자의 욕심이었음을

나중에야 알았다


아니, 알면서도 시작했다

바보같이


모든 걸 꺼내어 사랑했던 사이

그 뜨거움에 시력을 잃고

사리를 잃고, 분별을 잃고

친구를 잃고, 시간을 잃고

마침내 자신마저 잃고


또 하나의 나라 착각했던

너는

이제 없다


아니, 처음부터 넌

또 하나의 내가 아니었을 것이다


뜨거웠던 사랑은

그보다 더 격정적인 미움으로 번지고

사생결단하듯 싸워낸 후엔

이별이란 트로피가

각자의 손에 그렇게

들려진다


너와 나는 왜

왜 그리 격정적이었을까


좀 덜 그랬다면

우리는 아직도 같은 곳을 보고 있을까

여전히 마주 보고 있을까


떠나보낸 너를 생각하며

조금은 덜 격정적이어야지

다짐한다


너도,

어디선가

그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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