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중심 잡기
"작가님, 이번엔 좀 어려운 요청을 드릴까 합니다."
한 기업 사보를 담당하시는 팀장님의 두 번째 메일이었다.
첫 번째 요청은 '네덜란드 이야기'에 대한 것이었다. '델프트'를 가보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 썼던 글. '델프트'는 개인적으로도 애착이 가는 도시였기 때문에 즐거운 마음으로 글을 써 내려갔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이번엔 '마음의 중심'에 대한 글을 부탁하셨다. 처음으로 팀장님께 직접 전화를 걸었다. 나를 기고 작가로 발굴해주신 것에 대한 감사 인사와 더불어, 여러 질문이 이어졌다. 이러한 주제가 나온 배경과, 내가 어떤 '결'과 '맥'을 잡고 글을 써 내려가면 되는지. 팀장님도 조금은 어려운 숙제를 준 것 같다고 이야기 하긴 했지만, 아무래도 '직장인 심리학' 매거진을 운영하고 있는 나에게 기대하신 무언가가 있는 듯했다. 전화를 끊고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가족과 여름휴가 중이었고, 태양은 뜨겁고 습도는 매우 높은 어느 한 여름날이었다.
노트북 모니터를 뚫어져라 바라봤다.
커서는 재촉하듯 깜빡거리고 있었다. 시작이 쉽진 않았지만, 분명 이것은 내가 관심을 가진 주제였다는 걸 상기했다. 이미 그것을 다루고 있는 중이기도 했고, 언제 한 번 정리를 했어야 하긴 했다. 그리곤, 직장인으로서 내가 느낀 '감정의 중심'에 대해 써 내려갔다.
그리고 그것은, 나와 같은 직장인들이 보는 어느 한 기업의 9월호 사보에 실렸다. 팀장님은 고맙다며 손수 발행된 사보를 내 사무실로 보내주시기도 했다.
그것을 받아보고 '작가'로서 써 내려간 글을, '직장인'이 되어 다시 읽었다.
훌륭한 작가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쩐지 그 글이 직장인으로서 '중심'을 잡는데 도움이 된다는 생각을 하며 입술을 씰룩거렸다.
원문: http://www.mobiswebzine.com/201809N/culture01.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