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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Jan 30. 2019

[극한직업] 맘먹고 웃기겠다니, 웃을 수밖에

간만에 우습지 않은 진짜 웃긴 영화가 나왔다!

[최대한 스포는 없도록 하였습니다!]


영화 감상평은 오랜만이다.


아마도 '극한직업'의 내용이 무거웠거나 심각했거나 어두웠으면 나의 영화 감상평은 좀 더 뒤로 미루어졌을 것이다. 또는, 억지웃음으로 관객을 압박했다면 더 그랬을 것이고. '극한직업'은 그렇지 않았다. 웃겼고 재미있었고 즐거웠다. 오래간만에 힘을 쫙 뺀, 그저 한 번 웃기겠다고 아웅다웅하는 여럿의 '극한행동'들이 보는 이로 하여금 웃음을 유발했다. 어쩌면, 관객들은 이런 영화를 정말로 기다려왔는지 모른다. 각박한 시대, 항상 위기이고 어렵다는 이 시기에 말이다.


그래서 치킨느님의 등장은 우연이 아닌 듯하다.


기승전치킨집의 시대에 살고 있다며 자조하는 우리들에겐 반갑고도 친숙한 소재. 게다가 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 '치킨'을 생각하지 않는가. 파는 사람도, 먹는 사람도. 이것을 소재로 영화를 만 사람들도 치킨의 덕을 본다. '치킨'은 여럿을 먹여 살린다. 그러니 '치킨느님'이겠다.


'극한직업'내 형사 캐릭터들은 평이하다.


주인공들이 속해있는 '마약반'이란 조직도 낯설지 않다. 그들과 대치하는 마약사범들도 어떻게 하면 마약을 잘 유통시켜 한몫 챙길까 고민하는 어느 영화에서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그런데 이 영화는 왜 재미있을까?


평이하고도 고루한 캐릭터들의 호감을 한껏 끌어올리는 것은 바로 상황 설정이다.


어쩌다가 치킨집을 인수한 형사들이, 그 치킨집을 맛집으로 대박을 낸다는 설정. 상상해봄직한 내용이지만, 그 누구도 시도한 바는 없다. 콜럼버스의 달걀처럼, 이병헌 감독이 그것을 해낸 것이다.


대박을 낸 형사들은 형사와 맛집 운영자 사이에서 고민한다.


마치, 양념과 후라이드 둘 중 하나를 고르지 못해 고민하는 우리처럼. 양념 반, 후라이드 반이라는 해결책이 있지만, 어디 인생 실전인 현실이 그런가. 결국, 자신들의 본분을 잊고 만다. 본분을 잊는 형사들의 모습은 웃음을 주지만, 동시에 그들만의 애환과 고생도 함께 보여준다. 연민에서 나오는 웃음은 마음을 울린다. 한바탕 크게 웃기도 하지만, 약간은 씁쓸하게 웃길 땐 그 연민이 스며 있다.


사실, 박장대소를 하며 웃을 기회는 많이 없다.


그런데 돌아보니 매 장면마다 웃지 않은 적이 없었다. 간혹 큰 훅을 날리지만 계속해서 웃음의 잽을 날리는 것이다. 이 영화의 매력이다.


"지금까지 이런 치킨은 없.었.다. 이것은 치킨인가 갈비인가. 수원 양념갈비 치킨입니다"라고 본분을 잃고 전화를 받는 류승룡의 모습은 이 영화의 핵심이다. 마지막 장면에서 '안 죽어, 안 죽어'를 미친 사람처럼 외쳐대며 보여주는 액션은 신선하지만, 너무나도 긴 지루한 싸움 장면은 옥에 티다.


외모로 보면 마약사범 사이에 있어야 할 진선규지만, 엄연히 치킨을 대박으로 이끈 주인공이다. 모든 사건 사고의 시작점인 트러블메이커로서의 모습은 극의 활력을 불어넣는 중요한 캐릭터다. 다만, 마지막 액션 장면에서는 일당백으로 싸우는 모습이, 직전에 무기력하게 납치된 모습과는 상반되며 개연성을 떨어뜨린다.


이동휘는 기존 캐릭터와는 달리 형사의 본분에 가장 충실하다. 그런데도 재밌다. 본분에 충실하려 하면 할수록 웃기는 아이러니한 모습. 이동휘니까 가능하다.


이하늬의 연기도 안정적이다. 그런데, 화장을 안 하고 욕을 하며 망가지는 역할 변신을 했다는 평에는 동의를 못하겠다. 화장을 하지 않아도 미스코리아 이하늬가 보이고, 욕을 하는 모습도 연기를 잘해서인지 아니면 덜 찰져서인지 오히려 자연(?)스러워 보인다. 크게 튀지 않으니, '변신'이라고까진 못하는 것이다.


공명의 모습은 신선함 그 자체다. 앳된 모습으로 열연한 신참내기 형사를 잘 소화했다. 마지막 액션 신에서 약에 취해 '안 아파, 안 아파'를 외치고, 신들린 무당처럼 헤헤 거리며 경찰봉을 휘두르는 모습은 명장면 중 하나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소상공인들은 이걸 목숨 걸고 한다!"라고 외친 류승룡의 대사는 이 나라 소상공인들의 갈채를 받을만하다. '마약 치킨'이 정말 '마약'치킨이었음을 빗대는 장면도 먹방과 맛집의 지금 시대를 투영한다.


설정도 신선하고, 중간중간 내뱉는 대사들도 위트 있다. 생각지 못한 유명 배우들의 특별출연도 볼만하고, 마지막 액션 장면은 마치 어벤저스가 세상을 구하는 것과 같은 통쾌함도 선사한다. 덤앤더머에서 어벤저스로 거듭나는 그들의 모습은 크게 기대해도 좋다.


그나저나, 후라이드 치킨에 양념갈비 양념을 시도해보는 사람이 분명 있을 것이다.


나도 이번 주말에 시도해볼 참이니까.




'견디는 힘' (견디기는 역동적인 나의 선택!)

'직장내공' (나를 지키고 성장시키며 일하기!)

'오늘도 출근을 해냅니다' (생각보다 더 대단한 나!)

'아들에게 보내는 인생 편지' (이 땅의 모든 젊음에게!)

'진짜 네덜란드 이야기' (알려지지 않은 네덜란드의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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