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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Feb 04. 2019

[직장내공] 연세 의료원 강의 후기

'업(業)'에 대한 이야기

나를 한껏 긴장시킨 강의 주제


쉽지 않음을 직감했다.

'직장내공' 출간과 더불어 감사한 의뢰가 들어왔지만, 주제를 놓고 볼 때 그것은 나를 긴장시키기에 충분했다. '직장생활의 의미와 일의 가치'. 제목만 읽어봐도 딴청 피우는 교육생이 떠올랐다. 하지만 이렇게 제목까지 정해서 강의 의뢰를 한 거라면 분명 무언가 어려움이나 그에 맞는 목적이 있으리라 생각했다. 강의 의뢰를 한 연세의료원 아카데미 담당 선생님께 직접 묻기로 했다. 이것저것 많이 요청하고 질문을 했는데도, 기꺼이 대답을 해주시는 모습에서 간절함과 다급함을 느낄 수 있었다.


"병원에 갓 들어온 신입 간호사분들을 위한 강의입니다.
이분들은 일반 회사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취업 경쟁률이 그리 높지 않습니다. 자격증을 취득해야 하기에, 그 코스를 밟아온 분들이 대부분이고 병원의 간호사에 대한 수요가 아직도 높기 때문입니다. 다만, 초기 퇴사율이 상당합니다. 해서 강사님께서 이 부분에 대해 도움을 주셨으면 해요."



'업(業)'에 대한 이야기


고리타분해 보이는 주제를 어떻게 풀어낼까 고민했다.

주의를 끌고, 재미있게 그러나 가볍지 않게 그 의미를 전달하고 싶었다. 책상 앞에 앉아 모니터를 멍하니 바라보며 아이디어가 떠오르길 기다렸다. 강의안은 그렇게 몇 시간이고 첫 페이지에서 진도를 나가지 못하고 있었다. 주어진 강의 시간은 한 시간. 내가 그것을 짧은 시간 안에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까?


'업(業)'이란 말이 떠올랐다.

아무래도 간호사는 '사명감'이 충만한 직업 아닌가. '업(業)'이란 단어로 '직업'이상의 가치를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그리고 짧은 시간 효과적으로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 '직장내공'의 내용을 인용하기로 했다.


Intro. '업(業)'에 대한 관점


'직업'과 '업보'의 예를 들었다.

두 단어의 공통된 단어는 '업(業)'이다. '직업'은 '수입을 목적으로 하는 사회 활동', '업보'는 '자신이 행한 행위에 따라 받게 되는 운명'. 결국 '직업'을 통한 행위는 개인들의 '업보'다. 그러니, 직장인이든 간호사든 자신이 맡은 일을 함부로 해선 안된다. 더더군다나 간호사 분들은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분들 아닌가. 이 부분을 강조했다. 내가 전생에 무슨 죄를 졌길래 건물주가 아닌 직장인의 업보를 안고 태어났을까라는 말을 하니 여기저기서 웃음이 흘러나왔다. 그러나, 지금 여러분들이 해야 하는 일은 결국 지 생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말을 하니 사뭇 진지해졌다.


1~3. 직장/ 사회생활을 위한 조언


'직장내공'의 많은 부분을 인용했다.


1) '사람'과의 관계

- 직장 생활은 사람 때문에 힘들다. 그런데 스스로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즉, 나를 돌아봐야 한다. 나도 누군가를 힘들게 할 수도 있다.

- '감정'과 '메시지'를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명대사. "미란다는 그의 일을 하는 것뿐이야"의 뉘앙스를 설명해줬고, 많은 수강생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2) '의미'있는 직장생활을 위한 조언

- 귀는 열고, 입은 닫고, 마음은 반만. [직장내공 155p]

- 각각의 상황에 따른 예시와 함께 설명을 해주니 많은 수강생들이 받아 적기 시작했다.


3) '내공'을 쌓은 직장생활을 위한 조언

- '커뮤니케이션 엇박자'를 줄여야 한다. [직장내공 194p]

- '절대 사람을 바꾸려 하지 말 것'

- '역지사지'는 '해결책'이 아닌 '대비책'이 되어야 한다.

- '중간보고'의 기적




마지막으로, 난 '버티기'에 대해 설명했다.

그것은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이에게는 정말 필요한 것. 그리고 자신의 가능성을 싹틔우기 위한 최소한의 거름기간이라 말했다. 이것이 아니다 싶거나, 아니면 이걸 더 파야겠다는 판단은 최소 몇 년간은 해보고 결정해야 한다. 더더군다나 '사명감'에 기반해 자신들의 '업(業)'을 택한 분들이라면 말이다. '버티기'는 비겁하거나 고리타분한 게 아니라 스스로의, 자신을 위한 '선택'이 되어야 한다고 힘주어 강조했다.


누군가는 끄덕였고, 또 누군가는 진지하게 끄적였다.


딱딱하고 건조할지 모르는 그 날의 강의는, 많은 사람들의 깨달음으로 화기애애하게 끝났다.

때론 재밌게, 때론 무겁게, 때론 즐겁게, 때론 진지하기를 바랐던 나의 의도대로.



P.S


이틀이 지나고, 연세의료원에서 동일한 주제로 재강연 요청이 왔다.

내 강의가 반응이 좋았구나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무엇보다 누군가에게 의미 있는 영향을 주었음을 감사해하기로 했다. 한 명이라도 더 내 이야기를 통해 의미를 깨달아갔으면 하는 바람. 다음 강의를 기꺼이 준비하기로 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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