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도전, 열정 그리고 자신감
“누가 나에게
옷 한 벌을 빌려 주었는데
평생 동안 잘 입었다
때로는 비를 맞고
햇빛에 색이 바래고
때로는 눈물에 소매가 얼룩지고
웃음에 흰 옷깃이 나부끼고
나는 그 옷을 잘 입고
이제 주인에게 돌려준다"
– 류시화 시집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에 수록된 서시
류시화 시인이 떨어뜨린 고백, 묘사, 발견의 시약. 그 레시피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저만의 레시피로 제 영혼을 살찌우는데 그 시약을 사용해 봅니다.
부모님을 통해
육신을 부여받고 이 세상에 눈을 떴습니다
평생 동안
그 은혜로 잘 살았습니다.
때로는 비바람에 움츠리고
더위에 땀 흘리고
슬픔에 눈물짓고
한없는 행복에 웃음 짓느라
그 육신에 생채기와 주름이 나기도 했습니다.
이제 오늘의 소명을 잘 마치고
새로운 내일의 소명을 받으러
감사의 마음을 담아 눈을 감고
과거의 육신을 떠나갑니다.
"서시"라는 시를 저는 위와 같이 해석해 보았습니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명상록에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합니다.
"인간은 시신을 짊어지고 가는 하나의 가련한 영혼이다.
우리는 동일한 물질로 생겨났다가 동일한 물질로 분해된다."
왜 하필 우리는 지금 이 시대에,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태어났을까 잠시 생각해 봅니다. 그 이유가 어떻든 간에 인간은 유한한 인생을 살다 간다는 건 변하지 않는 사실입니다.
지금 내가 입고 있는 옷이, 언젠가는 돌려주어야 할 지라도, 너무 곱게 옷장 속에만 간직하고 있지 않으신가요? 그건, 닳아 헤질 때까지 입으라고 선물해 준 분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습니다. 인생의 무대에서 내 옷의 주인으로서 당당히 어깨를 펴고 살다 보면 비바람과 뜨거운 햇살에 조금은 그 옷이 닳아 헤지더라도 선물해 주신 분도 흡족한 웃음을 지을 것입니다.
인생의 무대에서 멋진 패션쇼를 마치고 무대를 떠날 때 나 자신에게 당당하게 박수쳐 줄 수 있는 그날을 생생하게 꿈꿔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