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여행도 그렇게 시작됐다.
방금 활주로에 내린 비행기에 역추진이 걸리기 시작했다.
비행기가 완전히 멈추기 전 씨엠립까지 오게된 경위가 머리를 스쳤다.
예약한 3일 뒤 출발하는 이 씨엠립 행 표를 사게된 건 아마도 운명이리라
그 표를 보았을 때 나는 참 우연히도 퇴사한지 1주일도 안된 한량이었다.
어딘가로 떠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을 하고는 있었지만 그게 어디가 될지, 얼마가 될지도 몰랐다.
그런데 우연히도, 아니 참 운명같게도 나는 출발 3일 전의 씨엠립행 비행기표를 샀고 그렇게 씨엠립행 여행을 참도 얼결에 떠나게 된 것이다.
그길로 나는 한량 노릇을 청산하고 남은 3일간 씨엠립 여행 계획을 짜기 시작했더랬다.
모든 여행이 그렇겠지만 특히 여기 씨엠립은 더,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해서 이 고대 크메르 유적과 관련된 배경지식을 머리 속에 차곡차곡 쌓기도 했다.
이내 비행기가 멈추고 여행객들이 짐을 챙기기 시작한다. 멍하니 그 광경을 보다가 옆의 승객이 눈치를 주는 바람에 배낭을 메고 엉거주춤 일어섰다.
비행기 문이 열리고 뜨거운 공기가 나를 엄습하자 목적지에 도착했다는 느낌이 새삼 들기 시작했다.
과거의 인류가 이뤄놓은 웅장한 역사에 대해 현재의 인류가 보이는 경외심으로 가득차 있는 도시 씨엠립,
씨엠립에 나는 도착한 것이었다.
이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된다.
앙코르와트, 너는 내 운명(?) - 2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