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XXSTV Dec 13. 2015

싱가폴, 일상이 되다.

현재 이곳 싱가폴의 시각은 오전 9시입니다.

<2013년 9월 13일의 기록>


설레는 마음으로 눈을 뜬다. 출국하는 날 아침. 시계를 보니 평소보다 한 시간이나 일찍 일어났다.

그래, 여행은 이렇게 시작된다.


냉장고에서 사과를 꺼내 크게 한입 베어 문다. 입 안에 가득 차는 사과향이 참 좋다.


어제 밤 싸놓은 배낭을 메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집을 나선다. 아직 해도 뜨지 않은 시간



버스정류장을 향해 걷다 보니, 비마저 보슬보슬 내린다. 계절이 변해감을 알려주는 가을비.


인천공항을 향하는 비 오는 버스 안에서 생각이 잠시 멈춘다.

아, 오늘  출근해야 하지


퇴근 후에 비행기를 탄다는 사실이 뇌리를 스친다. 잠시 머릿속은 혼선-

하지만 이내 동선을 정리하고 김포공항으로 목적지를 변경한다.


김포공항으로 이동하는 공항철도 안,

해가 고개를 내밀었다.




회사에 도착하니 시간이 많이 남는다. 사무실은 적막-

형광등과 에어컨을 켜고 자리에 와서 컴퓨터를 킨 후, 라운지로 커피를 받으러 나간다.


쌓인 메일을 훑고 오늘 업무를 정리한다.

금요일에는 특히 더 많은 업무들이 오고 가는 것 같다는  실없는 생각도 잠시 해본다.

하나 둘 정리되는 업무와 반비례해서 퇴근까지의 시간이 줄어간다.


드디어 퇴근시간.

배낭은 무겁지만 인천공항을 향하는 발걸음은 어느 때 보다 가볍다.



인천공항으로 가는 공항철도 안, 다른 여행자들과 눈인사를 한다.


정차역이 인천공항임을 알리는 안내 방송이 열차 안을 채운다.

모든 여행자들의 눈동자에서 설렘을 읽을 수 있는 순간.


항공사에서 일해도, 공항에 매일 출근한다고 해도,

공항은 항상 설레는 공간이다.


항공사 카운터를 찾고 보딩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인다.

면세품 인도장을 찾아 미리 주문한 상품을 받고, 싱가폴에 있는 지인에게 줄 선물도 챙긴다.


23:45 비행기가 출발하기로 되어 있는 시간.

보딩이 길어진다. 아니 보딩을 위한 기다림이 길어진다.

출발 시간 한 시간여가 지나고 나서야 비행기에 오른다.


자리에 앉아 웰컴 드링크를 마시며 이륙하기 전 이번 여행에 대한 기대감을 즐긴다.  

곧 비행기가 계류장을 떠나 움직이기 시작한다. 떨렁 혼자 남은 보딩 브릿지가 처량하다.

활주로를 향해 움직이는 비행기만큼, 내 마음이 싱가폴에 가까워진다.


세시간여의 비행 후, 대만에 도착한다.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와이파이 찾기.

다행히 공항 내 와이파이를 찾아 포스퀘어에서 타오 위엔 공항 체크인 성공.



순간 터지는 제세터 레벨 3 배지. 기분이 좋아진다.

체크인에 성공항 공항이 10개, 5개를 더 체크인하면 레벨 4다.

들렀던 모든 공항에서 와이파이가 됐으면 벌써 레벨 5는 됐을 거라는 아쉬움을 뒤로하고,

싱가폴을 향하는 환승 구로 이동한다.


삼십 분, 한 시간, 한 시간 반. 기술적인 문제로 비행 편이 지연된단다.

싱가폴로 가는 길이 험난하다.


결국 두시간여가 지나고 나서야 보딩이 시작된다는 안내방송이 나온다.

비행기를 기다리던 300여 명의 승객들이 일순간 낮은 환성을 지른다.   


비행기가 창이공항에 랜딩 하겠다는 기내방송이 설픈 잠을 자던 나를 깨운다.


현재 온도는 28도입니다. 현재 이곳의 시각은 오전 9시입니다.


기내방송이 싱가폴에 도착했다는 사실을 재확인시켜준다.


28도, 그리고 아침 9 시인 싱가폴.


그렇게 그  날부터 7일 간 싱가폴은 내게 일상이 되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