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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XXSTV Dec 10. 2015

잊을 수 없는 첫 서핑의 추억

그렇게 나는 서퍼가 되었다.


모든 서퍼들은 제일 처음 파도를 가르던 그 날을 잊지 못한다.


2013년 필리핀 Zambales에서 처음 서핑을 접했을 때를 나도 아직 잊지 못한다.


서핑을 배워보겠다는 생각만으로 구글링을 하며 찾아낸 곳이었다. 마침 항공사에 다니던 터라 비행기표도 쌌다.


혼자 떠나는 여행이라 걱정도 있었지만 땡기는 건 해야 되는 성격이라 야매로 하는 수영만 믿고 마닐라로 향했다. 마닐라에서 버스를 타고 5시간여를 달려 나는 어떤 서핑 샵에 도착할 수 있었다.

 



"나 서핑하고 싶어, 뭐부터 시작해야 해?"


서핑 샵의 인스트럭터들은 멀리 한국에서, 그것도 혈혈단신으로 엄청난 크기의 백팩을 매고 온 나를 신기하다는 듯이 쳐다보고 있었다. (겨울 옷은 부피가 어찌나 크던지  그때 이후로 겨울에 더운 나라로 여행을 간다고 하면 짐부터 걱정한다.)


"텐똘라, 텐똘라!"


영어가 안 통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도 잠시 인스트럭터 중 꽤나 경력이 되어 보이는 친구가 가격을 불렀다.


 "텐 돌라, 오케이"

그렇게 나는 프랭크라는 강사와 서핑을 배우기 시작했다.

수줍은 미소의 후랭크 쨔응


나름 운동신경이 있다고 자부하는데 서핑은 어찌나 어렵던지... 보드 위에서 꼬꾸라지고 바닷물을 실컷 들이키니 슬슬 오기가 생기기 시작했다.


멋지게 파도를 타 보겠다는 일념으로 그렇게 5일여를 밥 먹고 서핑만 했다. (맥주랑 커피도 먹었다...)


아침 9시에 바다에 들어가 매 한 시간마다 나와서 밥을 먹고(서핑을 하다 보면 정말 금방 배가 고프다!) 십 분 정도 쉰 뒤 다시 바다로 들어가 서핑을 했다.


프랭크는 그러다 어깨 다친다고 나를 말렸다. 그런데 나는 어깨 따위는 어떻게 돼도 좋다고 생각했다.


파도가 밀어주는 보드 위에서의 그 기분이 너무나 좋았으니까.

여태 살면서 느껴보지 못한 그 기분이 어깨의 근육통을 한 번에 날려주고도 남았으니까!

그래 서였던 거 같다. 프랭크가 찍어준 이 사진 속에 내가 누구보다 행복하게 웃고 있는 이유가.

인터넷도 안되고 심지어 필리핀 현지 휴대폰의 전화조차 안 터지는  그곳이었지만


정말 밥만 먹고 서핑만 할 수 있어서, 낡은 보드지만 신나게 파도 탈 수 있어서 내가 저렇게 행복했었나 보다.


매일 널브러져 자던 게스트 하우스의 해먹 위에 아무렇게나 쓰여 있던,

허름한 식당의 벽에 아무렇게나 쓰여 있던,

또 내게 서핑을 가르쳐준 프랭크 그 녀석이 맥주를 마시기만 하면 입에 침이 마르게 말하던 이 문구가 새삼 떠오른다.


"EAT, SURF AND LOVE"


그렇게 나는 서퍼가 되었다.

실버서퍼가 되었다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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