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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XXSTV Dec 07. 2015

고은이를 부탁해

그녀에게 연락이 오지 않은지 일주일 째다.

고은이에게 연락이 오지 않은 지 일주일째다.



그녀와의 만남은 실로 운명적이었다. 수 많은 서퍼가 찾는 양양의 죽도에서 그리고 하필 그날 게스트하우스의 바비큐 파티 장소에서, 그녀를 만난 건, 다시 강조하지만, 실로 운명적이었다.

보통 나는 양양에 금요일 오후 늦게 도착한 다음, 다음날 동틀 녘부터 서핑을 하기 위해 일찍 잠자리에 들곤 했는데, 그날은 무슨 일이었는지 그렇게 게스트하우스의 시끌벅적한 분위기가 끌렸더랬다.  


게스트하우스 바비큐 파티에서 멍하니 고기나 굽고 있던 내게 먼저 말을 걸어준 건 그녀였다. 
"우리 어디서 만났었죠? 얼굴이 낯익은데?" 
반말투로 말을 끝마친 그녀는 맥주잔 하나를 내게 건넸다. 
"라인업에서 봤나 봐요. ㅋㅋ 성함이?"
"고은이요, 최고은"


간단한 통성명을 한 뒤로 몇 가지 얘기를 나누며 그녀에 대해 알게 된 사실은 그녀가 서핑 3년 차의 주말 서퍼이며 서울에서 작은 꽃집을 운영한다는 것과 나와 같은 토크 9피트 보드를 타고 있다는 사실 등이었다.

"저도 서핑 3년 차고, 토크 9피트 보드 타요" 


ㅋㅋ어머 우리 운명인가 봐요


그녀가 장난스럽게 던진 그 '운명'이라는 단어가 내  머릿속을 어지럽히고 있었다.


이 만남이 운명론적이라는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더 있다. 가령 나는 구피인데 그녀는 레귤려였다던가, 나와 그녀 모두 웻수트를 입는 걸 싫어했다던가, 파도가 없는 날에는 시끄러운 음악과 좋아하는 책을 몇 권 준비해 놓는다던가 하는 등의 사소한 부분들이 바로 그것이다.


바비큐 파티 자리가 파할 때 즈음, 그녀에게 내일은 서핑 대신 산책을 하자고 했다. 


"싫어요. 서핑이랑 산책 둘 다 해요." 


이 어찌나 사랑스러운 대답이란 말인가.

그렇게 나는 고은이와 데이트를 시작했다. 주말이면 함께 서핑을 다니고, 바다를 거닐고, 파도를 탔다.


그런데  지난주부터 그녀에게 연락이 오지 않는다.

숨은 고은이를 찾아주는 서비스. 숨고 - Soomgo를 이용할 때가 온 것 같다.




*본 글은 최초 페이스북에 작성되었습니다. https://www.facebook.com/iamstevensin/posts/968560926541474?pnref=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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