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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EVE HAN Apr 02. 2022

기억해야 하는 소프트웨어 구루들 (3): 레이 톰린슨

이메일의 아버지

인터넷의 킬러 애플리케이션이 무엇일까? 지금은 아마 월드와이드웹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가장 오래 전부터 쓰였던 것은 이메일이다. 90년대 말이나 2천년대 초에 국내 명함에 이메일이 적혀 있으면 뭔가 앞서가는 사람이라는 느낌을 주던 시절도 있다. 


지금 우리가 쓰는 이메일은 레이몬드 톰린슨(Raymond Tomlinson: 1941-2016)이 1971년 BBN (당시 이름은 Bolt, Beranek, and Newman이었다. 내가 대학원 시절에는 BBN에서 나온 테크니컬 리포트를 우편으로 받아서 보곤 했다)에 근무하던 시절 아파넷(ARPANET)용 파일 전송 프로그램 개발을 하면서 개인적으로 만들어낸 기능이다 (사실 상관의 지시가 아니었기 때문에 처음엔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했다고 한다). 

이메일의 아버지 레이 톰린슨

톰린슨은 1967년에 BBN에 입사했고 그 곳에서 테넥스(TENEX) 운영체제를 개발하면서 아파넷의 NCP, 텔네(Telnet) 개발에 참여했고, CPYNET이라는 파일 전송 프로그램을 작성했다. 카피넷은 나중에 SNDMSG로 이름을 바꿨고, 테넥스를 사용하는 컴퓨터의 다른 사용자에게 메시지를 보내게 했으며 그게 현재 이메일 탄생이 시초이다. 테넥스는 PDP-10을 위한 운영체제였으며 나중에 DEC의 TOPS-20 운영체제의 기반이 되었다. 


그가 만든 이메일 소프트웨어인 SNDMSG 프로그램은 널리 사용되었고, 1972년에는 이메일을 지원하기 위해 FTP를 확장하는 표준을 정하는 팀 일원이었고, 이는 1982년 SMTP 프로그램이 나올때까지 이메일을 지원하는 프로토콜로 사용되었다. 그는 BBN에서 일할 때 아파넷에 연결된 컴퓨터 간의 파일을 전송하는 프로그램에 머신 간에 메시지를 전송하는 기능을 확장한 것이다. 1973년에는 RFC-561이라는 인터넷 이메일 메시지 포맷을 정의하는 표준안의 공동 저자로 활동했다. RFC-561은 지금도 우리가 사용하는 '보낸사람, 받는 사람, 날짜, 제목' 등의 이메일 필드를 정의하고 있다.


그의 공헌 중 하나는 이메일에 @ 마크를 사용했다는 점이다. 그는 다른 사이트(컴퓨터)에 있는 사람을 지정하는 주소를 사용할 때 앳마크 (우리나라에서는 골뱅이라고 하고, 이탈리아에서는 달팽이라고 하고 슬라브 사람들은 원숭이라고 부른다고 한다)를 채택했는데, 이는 이미 키보드에 있던 @ 마크가 가격 단위 등을 나타내는데 사용했던 마크라 'At(@)' 마크를 상대방의 위치 표시에 사용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결정이라고 했다.


레이가 처음 보낸 이메일은 지금 보관되어 있지 않은데, 본인도 뭐였는지 기억이 안난다고 했다. 아마 키보드 상위 열의 'QWERTYUIO'같은 것 같이 의미 없는 문자 나열이었다고 했기 때문에 첫 이메일이 그것이라고 오해를 한 자료들이 가끔 나온다. 그는 여러 인터뷰에서 뭐였는지 전혀 기억이 안난다고 했다. (사실 국내의 첫 이메일도 보관되어 있지 않다. 있었으면 요즘 유행하는 NFT로 팔았으면 매우 비싸게 팔 수도 있었을지 모른다.) 한가지 더, 그는 이메일을 e-mail이 아닌 email로 쓰기를 원했다. 하이픈 사용을 좀 줄이자는 의도였고, 그래서 이메일은 영어로 email로 써야 한다. 


톰린슨은 2012년 인터넷 소사이어티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렸고, 2011년에는 MIT 출신 최고의 혁신가 150명 중 한 명으로 선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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