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한 번 정리해 볼까 했던 것을 CNBC가 추적했다. 저커버그가 프라이버시에 갖고 있는 그의 생각이 어떻게 시간에 따라 변화했는지를 보이는 자료이다. 그는 원래 '정체성(identity)'도 하나만 가져야지 여러 개를 갖는 사람은 옳게 보지 않는다고 책 '페이스북 이펙트'에서 인터뷰를 통해서 밝혔듯이 매우 절제적(?)인 친구이다. (이 책은 임정민씨가 번역했고, 긴 추천사를 내가 썼다)
그는 프라이버시 개념이 지속적으로 변화 진화했고, 온라인은 사용자들이 완전히 제어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용자들이 자기와 마찬가지 일 것이라고 착각한 면이 있다. 그는2010년 인터뷰에서는 '프라이버시 시대는 끝났다'고 선언했었다. 이후 매번 프라이버시 이슈가 터질 때마다 공식 사과를 하면서 프라이버시 정책을 수정해 왔지만, 사람들이 보이는 소위 '프라이버시 패러독스'를 너무 쉽게 생각한 면이 있다.
'프라이버시 패러독스'라는 말은 사람들이 프라이버시는 중요하다고 얘기하다가도 약간의 이익을 제공하면 모든 개인 정보를 쉽게 제공한다는 현상을 말한다. 전체 인구의 70% 정도가 이런 특성을 보인다. 일년 무료 보험이나 할인 쿠폰을 준다면 모든 정보를 기입하고 있는 자신을 돌아보면 알 수 있다. 바탕에는 내 개인 정보에 접근하는 기업들에 대한 제어가 매우 중요하다고 하면서 그 회사들의 프라이버시 정책에 대해서는 별로 이해하거나 읽어 본 적이 없다는 문제가 있다.
사실 90년대와 2천년 대 기업의 수준과 지금 기업이 수집 활용하는 개인 정보는 그 차원이 다르고, 이제는 기업 스스로도 얼마나 많은 정보를 갖고 어떻게 이를 활용하는가를 파악하고 있기 힘들다. 모든 협력 파트너가 자사의 정책을 따르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기도 어렵고, 이에 대한 판매 유통과 또 다른 악용까지 추적하는 것은 단지 감시 조직이나 제도를 강화한다고 풀릴 문제가 아니다.
몇 년전 미국 대통령 과학기술 자문위는 프라이버시가 더 이상 정책 차원에서 머무르면 안되고 이제는 기술 체계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보고서를 발행 했다. 이번 캠브리지 애널리틱스 사건에서 봤듯이 프라이버시를 정책만으로, 법과 원칙만으로 접근한다는 것은 이제 더 이상 의미가 없고, 기술 프레임워크을 기반으로 접근해야 하며, 침해와 오용을 상시 감시하는 체계를 갖추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