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직을 위한 공식은 없다

by 정은상

창직 열풍이 불고 있다. 여기저기 창직 컨설턴트 과정을 개설하고 창직 전문가를 양성한다고 한다. 커리큘럼을 만들고 이대로만 하면 창직이 된다고 떠들어 댄다. 마치 수학 공식처럼 이러이러한 단계를 거치며 이렇게 저렇게 하면 창직이 된다고 한다. 그렇지 않다. 창직에는 공식이 없다. 물론 일말의 힌트를 줄 수는 있다. 왜냐하면 창직은 오롯이 자신의 정체성을 먼저 찾고 과연 무엇을 해야 하는가 절절하게 고민하고 한걸음 한걸음 내디디며 온몸으로 경험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시행착오를 많이 할수록 창직이라는 과실을 맛볼 수 있다. 거기에 도달하긴 하겠지만 완성이란 없다.

종종 방송국에서 작가들로부터 전화가 걸려 온다. 어떻게 창직을 했는지 구체적 사례를 들려달라고 한다. 5년간 200명을 코칭한 경험을 살려 창직 사례를 설명하면 우선 작가가 이해하기 어려운 모양이다. 당연하다. 창직이란 작가가 바라는 그런 패턴을 갖고 있지 않다. 그리고 대중을 상대로 방송을 해야 하는 작가의 입장에서는 누구나 보고 들으면 그래 바로 저렇게 해야 창직이 되는 거야라고 고개를 끄떡일 수 있어야 한다고 판단해 버린다. 이해를 하지 못하면서도 여전히 창직 사례를 들려 달라고 조른다. 창직의 사례는 있지만 그게 창직인지 믿기 어렵고 인정하기 쉽지 않은 모양이다.

워낙 우리는 지난 50년 이상을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로 살아 온 탓에 남의 것을 보고 따라하는 데는 천재적이지만 퍼스트 무버first mover가 되어 창직을 하기에는 컨셉부터 정리가 안 된다. 일정한 스텝을 밟으며 자격증을 포함한 스펙을 차곡차곡 쌓아야 창직할 수 있다고 결론부터 내려 버린다. 그러니 웬만해서는 창직의 반열에 오르기 어렵다. 스스로 뭔가 새로운 일을 하고 있어도 자신이 창직을 할 수 있다고 상상조차 않는다. 게다가 다른 사람이 뭔가를 해도 쉽게 납득하기 어려우면 인정하는데 인색하다. 그래서 더욱 창직은 남의 얘기다.

창직에는 공식이 없다. 예비 지식이나 자격증도 필요없다. 책을 많이 읽는다고 창직이 되는 것도 아니다. 오감으로 느끼는 모든 것을 흉내내어 보아도 창직과는 거리가 멀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한번도 듣지도 보지도 못한 일을 하고 싶어지면 그것이 창직의 출발이라고 보아야 한다. 창직하기로 마음을 먹고 남들에게 선언하는 순간부터 직접 경험하는 것이 모두 창직의 밑거름이 된다. 선언하고 나면 그것을 이루기 위해 관련된 독서도 하게 되고 모든 생활 속의 관심이 하나로 집중된다. 이때부터 하루하루 창직의 첫걸음이 시작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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