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는 사람이나 사물의 가치를 판단하는 것이다. 평가를 하는 목적은 가치를 판단하여 어떤 기준을 정한 후 서열을 매기거나 표준에 도달했는지 여부를 따지기 위해서이다. 평가를 받고 기분이 좋은 경우는 극히 드물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비교의 대상이 되는 평가 받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평가를 의식하지 말아야 한다. 평가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스스로 목표하는 바를 이룰 수 있다. 평가에서 비교를 떼어놓고는 생각할 수 없다. 평생직업을 찾기 위한 창직을 하려면 비교하는 프로세스를 없애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의 두뇌와 뼛속 깊이 박혀있는 비교하는 말과 생각이 도무지 없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의식적으로 평가하지 않아야 비교하지 않게 된다. 쉽지 않지만 가능하다.
최근 열한번 째 책을 낸 박성배 작가는 그의 저서 제목이 <꿋꿋이 나답게 살고 싶다>이다. 십여년 전 영종도에 건물을 짓고 난 후 발생한 빚과 이자로 인해 처절한 고통의 나날을 보내면서 지금까지 일만 권의 책을 읽고 글쓰기를 하다 작가로 거듭날 수 있었다고 한다. 책 제목 선정은 출판사에서 도와줬다고 하는데 얼마전 출판기념회에서 필자는 축사를 통해 과연 나답게 사는 길이 뭘까 하는 질문을 참석자들에게 던졌다. 답다는 말은 같다는 뜻인데 답게 살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의 정체성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자신이 누구이며 왜 지금 여기 이러고 있는지를 알지 못하면 당연히 자신답게 살 수 없기에 그렇다. 답다는 말은 바로 평가를 의식하지 않는 강력한 멘탈이 요구된다.
하지만 실은 우리가 세상을 살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란 보물찾기보다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된다. 특히 잘못되어 있는 우리 교육시스템의 영향으로 비교하고 평가받고 살아왔기 때문에 갑자기 평가를 의식하지 않기가 참으로 어렵다. 물론 평가의 긍정적인 측면이 전혀 없지는 않으나 대체로 평가는 부정적인 모습으로 우리를 짓누른다. 남에게 평가받기 싫어하는 사람도 자신도 모르게 불쑥 남을 평가하고 비판하는 말을 하는 것을 주위에서 자주 본다. 자유인이나 직업인으로서의 평가는 나중에 시간이 하게 되며 가까이는 시장의 고객이나 독자의 몫이다. 선거철이 다가오면 어김없이 후보자들은 표를 얻기 위해 평가에 몹시 신경을 쓴다. 매스컴의 평가에도 민감하다.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이라면 예외없이 평가에 목숨을 건다.
사람이기 때문에 전혀 평가를 의식하지 않을 수는 없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평가란 의식하면 할수록 생각과 행동이 부자연스러워진다. 얼마든지 소신 있게 할 수 있는 일임에도 평가 의식이 있으면 눈치를 보게 되고 잘하려는 마음에 앞뒤가 뒤죽박죽 되기도 한다. 지금 일부 중학교 1학년 학생들은 자유학년제로 연간 시험을 치루지 않는다. 그대신 다양한 경험을 쌓기 위해 창직반을 지도하는 필자와 같은 외부교사를 활용하고 있다. 그런데 한 해가 지나 2학년부터는 본격적인 시험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다. 과연 평가 없이 지내다가 평가를 하게 되면 학생들이 무슨 생각부터 하게 될까. 어떻게든 시험 성적을 잘 받기 위해 모든 노력을 경주하게 되지 않을까. 학생이든 성인이든 평가하지 않고도 마음껏 자신의 역량을 펼칠 수는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