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관계에서 취약성을 먼저 보여주는 것은 누구나 꺼리는 일이다. 하지만 자신의 취약성을 먼저 드러낼 때 이는 본격적인 상대와의 신뢰를 구축하는 좋은 방편이 된다. 취약성은 더 이상 숨겨야 할 일이 아니라는 뜻이다. 약점은 지금 당장 보여주지 않아도 언젠가는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데 이를 먼저 드러냄으로써 상대로부터 귀중한 신뢰를 얻을 수 있다면 과감하게 그렇게 해야 한다. 빈틈이 없는 인간은 없다. 집요하게 그것을 감추기 때문에 보이지 않을 뿐이다. 자신의 약점을 감추면 감출수록 관계는 멀어지고 친밀감은 쌓이지 않는다. 이렇게 설명하면 아하 그렇구나 하면서도 정작 자신의 취약성을 감추려고 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다. 본성은 잘못이 없다. 다만 그 본성을 상대에게 당당하게 드러내면 많은 유익이 따른다.
멜라루카 코리아의 유명 강사 정윤숙은 허스키 보이스 소유자이다. 어릴 때부터 약간 허스키한 목소리이긴 했으나 오랫동안 매주 여러 차례 전국 각지를 돌면서 강연을 많이 해서인지 지금은 꽤 허스키한 목소리가 배어 나온다. 그녀는 강의를 시작하면서 자신을 소개할 때 목소리가 아름다운 정윤숙이라고 먼저 말한다. 물론 강연을 좀 들어보면 허스키한 목소리를 금방 알아채지만 먼저 자신의 목소리가 그렇다고 말해 버리니 청중들이 더 좋아한다. 그녀는 강연 시작부터 이렇게 청중을 휘어잡는다. 꽤 괜찮은 전략이다. 만약 자신의 목소리 약점을 감추려고 했다면 오히려 역효과가 생겼을 것이다. 이렇게 자신의 취약성을 먼저 까발리고 시작하면 상대방은 경계심을 버리고 진심으로 가까이 다가온다.
사람들이 매사 완벽하고 빈틈이 전혀 없는 사람을 좋아할 것 같은가? 전혀 그렇지 않다. 그런 사람에게 귀를 기울이거나 칭찬하지 않고 오히려 깎아내리거나 싫어한다. 마치 같은 또래의 나이든 여성 친구들이 여럿이 모였는데 유독 혼자만 날씬하면 질투하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다 무언가 허점이 보이면 그제서야 안심하고 자신을 위로하며 친해진다. 공감과 소통은 그럴 때 제대로 된 반응이 일어난다. 실상 그렇지 못하면서 겉으로만 있어보이는 경우에는 신뢰나 공감을 얻기가 힘들다. 남에게 약점을 보여주기 싫어하는 본성과 함께 인간은 누군가가 자신보다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친근감을 나타내려는 본성도 있다. 없어도 있는 체 하거나 모르는데 아는 체 하는 과정을 통해 인간 관계는 조금씩 금이 가게 마련이다.
물론 이게 말처럼 그리 간단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노력하면 가능하다. 본성을 근본적으로 바꾸기는 어렵지만 조금씩 의도해서 습관을 바꾸면 가능하다. 정윤숙씨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처음부터 이렇게 드러내지 않았지만 강연을 거듭하면서 자신만의 비법을 찾은 것이다. 세상에 잘 난 사람은 정말 많다. 못난 사람은 찾기 힘들다. 왜냐하면 모두가 자신의 취약성을 감추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자신의 취약성을 먼저 드러내면 확실하게 돋보이게 된다. 이것은 성격의 문제가 아니라 깨달음의 차원이다. 취약성을 꽁꽁 감추어봐야 언젠가 드러날 것이라는 사실을 안다면 굳이 그렇게 해야할 이유가 없다. 취약성을 먼저 드러내라. 그러면 상대방으로부터 적극적인 신뢰를 받게 될 것이다. 정말 괜찮은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