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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티브 고 Jan 21. 2021

9. 아이는 용기 있다.

영어울렁증 극복 방법

ⓒ raisingchildren.net.au

영어를 배움에 있어서 아이와 어른의 결정적인 차이가 여기에 있다. 바로 아이들은 새로운 관계를 맺거나 대화에 참여하는데 큰 불편함이 없다. 언어가 다르고 생김새가 달라도 처음 만난 사이끼리도 쉽게 친구가 된다. 처음 만난 친구끼리도 하루 종일 신나게 놀고, 헤어질 때 되면 아쉬워서 훌쩍거릴 만큼 친화력이 좋다. 우리 어른들에게는 없는 엄청난 용기가 있다. 물론, 모든 아이가 그렇다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보편적으로는 맞는 말이다. 반면 우리 어른들은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관계를 맺는 게 더욱 쉽지 않고, 생각해야 할 사회적 위치나 체면이 있다. 그리고 혹시나 영어로 말하다가 실수라도 하면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 신경도 크게 쓰인다. 여기에 ‘말은 아껴야 한다.’는 우리나라의 문화적 영향까지 더해지면 우리는 영어로 말하기가 더욱 어려워진다.

“그래도 좌절하지 마세요! 지금 바로 이태원이나 홍대에 가서 외국인에게 말을 거세요.”라는 구호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를 실천할 수 있을지가 고민이 된다. 그만큼의 실천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영어 말하기를 잘할 수밖에 없다. 영어 스피킹은 자신이 입을 벌린 만큼 향상되고, 원어민의 피드백을 통해 좀 더 정교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위대한 실천가들의 성공담은 그렇지 못하는 우리를 자책하게 되거나 우리의 영어울렁증을 더욱 심하게 만든다.


우리가 느끼는 불안함은 마치 ‘안개’와 같다. 멀리서 바라볼 때는 뿌옇게 보이며 앞이 하나도 보이지 않을 것 같은 막연함이 앞을 가린다. 영어 말하기도 이와 비슷하다. 외국인만 만나면 영어울렁증 증세가 나타난다. 심장이 쿵쾅거리고, 숨은 거칠게 쉬어지고, 땀이 삐질삐질 흐르고, 할 말이 생각나지 않고, 버벅거리게 되고, 말문이 막혀버린다. 그래서 영어 말하기는 내가 절대 통과할 수 없는 끝없는 안개가 되어버렸다. 그런데 이 막연한 불안감은 가만히 살펴보면 가야 할 길이 하나하나 보인다. 

안개 속을 들어가 보면 어떤가? 생각한 것만큼 깜깜하지 않다. 그래도 어느 정도는 앞이 보인다. 빠르게 갈 수는 없지만 그래도 완전히 못 갈 정도는 아니다. 그리고 이내 그 안개 속을 지나가는 게 익숙해진다. 영어 말하기에 대한 불안함도 한번 그 실체를 제대로 맞닥뜨려보자. 숨이 벅차오른다? 긴장해서 그렇다. 우선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호흡의 안정을 먼저 찾자. 무슨 말을 하지 모르겠다? 할 말을 미리 준비해보자. 하루의 한 단어, 한 문장도 좋다. 매일 한 단어와 한 문장이 쌓여 좀 더 긴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된다. 말을 버벅거린다? 말을 그렇게 빨리 할 필요 없다. 말의 속도를 줄여보자. 너무 잘해 보이고 싶은 나머지 자신이 처리할 수 있는 영어의 속도보다 빨리 말해서 말이 꼬이는 경우가 많다. 발음이 신경 쓰인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님을 생각하자. 외국인은 정말로 발음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발음보다 자신감이 훨씬 더 중요하다. 문법을 모르겠다? 하고 싶은 말의 단어만 말해도 좋다. 외국인의 질문에 ‘음~ 어~ 음..’ 이러고 가만히 웃는 것보다는 전달하고 싶은 의미의 단어만 말하는 게 100배 낫다. 그리고 이어지는 원어민의 교정된 표현을 익히면 된다.


자신감이 없다? 자신감을 가져도 된다. 내 원어민 친구가 내 영어 자신감에 힘을 불어넣어준 이야기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하루는 원어민 친구의 집에 초대를 받았다. 식사를 마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원어민 친구가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스티브, 너 네(영어를 배우고 있는 외국인)는 진짜 대단한 거야. 나는 영어권 나라에서 태어나서 영어를 하고 있지만 나는 너만큼 다른 나라 언어를 할 줄 아는 게 없어. 내가 한국 가면 너처럼 이렇게 대화 못해. 정말 영어를 배우는 사람들이 우리보다 나은 거야.’ 나는 항상 영어를 못한다는 사실에 주눅이 들어있었는데, 생각하면 할수록 맞는 말이었다. 객관적으로 생각했을 때, 영어권 나라 사람들의 모국어를 사용하는 것이고, 우리는 모국어를 넘어서 다른 나라의 언어를 배우기 위해 열심을 내고 있는 중이다. 누가 봐도 다른 나라 언어를 배우기 위해 열심을 내는 우리가 더 대단한 것이다. 자신감을 갖자. 우리는 모국어를 넘어 외국어까지 배우는 열심을 내는 중이다.


영어울렁증이 조금 나아질 것 같은가? 아직도 용기가 더 필요한가? 그렇다면 내가 만난 영어 울렁증이 있었던 어린 친구의 이야기가 조금의 실마리가 될 것 같다. 아이라고 다 용기가 있는 것은 아니다. 어떤 이유인지 모르게 말하기에 불안감을 느끼는 친구들도 있다. 내가 만난 3살 짜리 러시아 여자아이가 그랬다. 금발머리에 파란 눈. 우리가 생각하는 전형적인 외국인의 외형에 성격은 꽤나 예민한 편이었다. 이 친구는 유치원에서 아무 말도 안 하기로 유명했는데, 아마 부모님이 러시아 분이어서 자신이 잘 못하는 영어를 사람들 앞에서 말하기가 불편했던 것 같다. 정말 한 마디도 하지 않는 아이였다. 어느 날 이 러시아 여자아이의 입에서 처음으로 영어 단어 나오는 기적적인 일이 일어났다. 그 날은 내가 이 친구의 입을 열기로 작정한 날이었다. 보통은 간식이나 장난감으로 꼬시면 대부분 넘어오는데, 이 친구는 유치원에서는 입을 열지 않기로 작정을 한 것 같았다. 잠시 동안 이 친구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유심히 살펴봤는데, 유난히 내가 숨었다가 나타나면서 깜짝 놀라게 하는 장난에 환하게 웃는 것이었다. 이거다! 싶어서, 정말 유치원에서 숨을 수 있는 공간에는 다 숨었다가 튀어나왔다. 의자 뒤에서 튀어나오고, 문 뒤에서 튀어나오고, 심지어 화장실에서 볼 일을 보는데도 튀어나오고, 내가 생각해도 정말 정신없이 튀어나왔던 것 같다. 이 친구는 이제 내가 과연 어디 있다가 튀어나올지에만 몰입하고 있었고, 그러다가 자신의 신발끈이 풀어진 줄도 모르고 있었다. 그 찰나에 내가 그 친구에게 또 튀어나가서 깜짝 놀라게 하면서 “신발끈 풀어졌네! ‘신발끈’ 해봐.”라고 말했데, 그 친구는 자신도 모르게 “신발끈~!”이라고 소리를 질렀다. 자신이 말을 하지 않으리라고 했던 걸 깜빡했던 것 같다. 영어울렁증에 대한 해답이 어쩌면 여기에 있는 것 같다. 우리가 불안함과 걱정을 극복하기에 집중하기보다는 자신이 좋아하는 무언가에 온전히 몰입하게 되면 자연스레 잊히는 게 아닌가 싶다. 


영어로 말하기 위한 용기를 갖기 위해 두 가지 이야기를 했다. 첫 번째는 불안함은 그 실체를 정확하게 바라보면 해결방법이 보인다는 이야기였고, 두 번째는 불안함 극복에 집중하기보다는 자신이 온전히 몰입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아보자는 이야기였다. 첫 번째 방법은 앞으로 영어 말하기를 하면서 지속적으로 필요한 부분이고, 두 번째 방법을 위해 몇 가지 유용한 팁을 주겠다.



자신이 흥미를 느끼는 영역에 함께 할 외국인 친구를 만나야 한다. 먼저 ‘meetup’이라는 앱이 있다. 등산모임, 러닝 모임, 자전거 모임 등 다양한 영역에서 원어민 친구들이 만남을 갖는 플랫폼이다. 원하는 모임이 없다면 자신이 호스트가 되어 원어민 친구들을 모을 수도 있다. 다음으로 한국어를 배우고 싶은 외국인들이 언어교환 만남을 위해 자주 방문하는 ‘Hello Talk' 'Tandem'이라는 앱이 있다. 한국어를 배우고 싶은 외국인 친구들과 영어를 배우고 싶은 우리가 서로의 언어를 배우고 가르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처음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외국인 친구를 사귀고 싶다면 ‘MEEFF’라는 앱도 한국인 친구를 찾는 외국인으로 가득 차 있다.     

영어울렁증은 극복할 수 있다. 모국어를 넘어 외국어를 배우고 있는 우리는 대단한 열심을 내고 있는 중이다. 자신감을 갖자. 그리고 열심히 말하면서 익힌 단어들을 외국인 친구를 만나 사용해보자. 아직은 믿기 어려울 수 있겠지만 정말로 영어로 말할 수 있다. 용기는 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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