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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상철 Feb 22. 2016

옐로모바일의 사소한(?) 실수

옐로모바일이 무슨 회사인지 모르는 사람도 꽤 있을 것이다. 그러면 이렇게 설명하면 괜찮을까? 요새 10~20대라면 거의 알 만한 피키캐스트나 신동엽이 광고해 유명한 쿠차 등의 모회사가 옐로모바일이다.


피키캐스트를 좋아하는 사람은 많을지언정 옐로모바일을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은 그리 곱지 않다. 내 개인적인 견해라기보단 여러 뉴스 채널에서 보이는 여론과 기사들의 방향이 그러하다. 최근 옐로모바일이 SBI저축은행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며 다시 한 번 주목받게 됐는데, 아니나 다를까 이번에도 좋은 소리는 못 듣는 형국이다. 그러면 한 가지 질문을 해 볼 수 있다. 옐로모바일이 도대체 뭘 잘못했길래 이미지가 이렇게 안 좋은 걸까?


참 사소한 것이 시발점이 된 게 아닌가 싶다. 이게 사소하다면 사소한 거지만, 적어도 한국 사회에서는 사소한 이슈가 아닐 수 있다. 문제가 됐던 이상혁 대표의 인터뷰 기사를 읽고 나서 ‘홍보팀에서 어떻게 이런 기사를 그대로 나가게 했지?’라는 의문이 들었다. 자신감이 과했던 걸까?


어떤 인터뷰였는지 잠깐 살펴보고 가자. 인터뷰 기사에 이런 부분이 있다. ‘이상혁(44) 옐로모바일 대표에게 “요즘 무슨 차를 타고 다니느냐”고 묻자 “벤츠 S500인데요, 왜요?”라고 되물었다. 이 차는 2억 원을 호가하는 고급 세단이다. 이 대표는 “작년까진 택시를 타고 다녔다”며 “벤츠를 타라는 것은 투자기관의 요청 사항이었다”고 말했다. 창업 4년 차인 옐로모바일은 작년 말 미국 실리콘밸리의 벤처캐피털 ‘포메이션8’에서 1억500만 달러(약 1,170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당시 회사 가치는 1조 원으로 평가됐다.’ (출처: 조선비즈)


실제 인터뷰를 영상으로 본 건 아니지만, 전반적으로 거리낄 것 없는 자신감이 느껴진다. 사실 옐로모바일 정도 되는 회사의 대표가 안전이나 편의를 위해 고가의 차를 타는 건 그렇게 유별난 일도 아니다. 하지만 문제는 다른 식으로 커졌다.


인망 있는 유명 VC들이 그런 조건은 있을 수 없다고 의문을 제기하면서 논란이 커졌다. 어떤 투자자가 그렇게 고가의 차를 타라고 권유할 수 있는지 많이들 의심했다. 일반적인 시각에서 보면 타당한 문제 제기다. 아직 적자고 수익구조도 좋지 못한 회사의 대표 보고 투자했다고 벤츠 S클래스를 타라고 요청했다는 건 오해 사기 충분한 정황이다. 더군다나 그걸 인터뷰에서 자랑하듯 말하니 탐탁지 않게 여겼을 사람이 꽤 많았을 것이다. 이 사건 이전에는 이렇게까지 안 좋은 소리 듣는 기업은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냉정하게 말해 이상혁 대표의 주장이 잘못된 것도 아니다. 옐로모바일 투자사인 포메이션8의 구본웅 대표는 LS그룹 장남이다. 재벌 출신의 투자자 관점에서 큰돈 투자한 마당에 투자사 CEO의 안전을 위해 그 정도 배려는 충분히 가능한 일이고,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을 수 있다.


다만 진짜 문제는 이상혁 대표가 그런 식으로 인터뷰했다는 것. 그리고 그런 걸 그대로 외부에 노출해 놓고 어떤 수습도 안 했다는 사실이다. 이상혁 대표의 인터뷰는 분명 경솔했다. 하지만 옐로모바일 홍보 쪽에서도 이런 부분은 사전에 막았거나, 일이 터진 후 적절히 수습했어야 했다. 아직 잔치할 때가 아닌데 샴페인 터뜨리는 모습을 보여주다니. 논란이 커지는 데도 어떠한 대처도 안 하는 건 너무 안이한 태도다.


한국 사회에서는 곧 죽어도 겸손한 게 좋다. 겸손은 이 사회가 원하는 큰 국민 정서다. 실제 성격이 겸손한 게 가장 좋지만, 설령 타고난 성격이 그렇지 못하더라도 처세 면에서 훈련할 필요가 있다. K리그 MVP도 자신감을 보이면 욕먹는 사회다. 본인 실력과 관계없이 과할 만큼 겸손한 태도를 보이는 게 처세 면에서 좋다는 의미다. 종종 가식적이라는 평가를 받겠지만, 그래도 손해 보는 것보단 낫지 않나.


출처: 머니맨(http://moneyman.kr/archives/14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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