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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상철 Mar 17. 2016

20대에 한 번쯤 해볼 만한 경험

원래는 '20대에 해볼 만한 돈 낭비(?)' 정도로 제목을 정할까 했는데, 시작부터 편견을 주는 것 같아 무난하게 바꿨다. 아래 나오는 일련의 경험은 별거 아닌 것 같으면서도 내 삶에 다양한 영감을 줬던 경험이다. 경험의 종류가 가진 특성상 대다수 청년이 해보기 어려운 일임을 고려해 그저 참고만 했으면 한다.


– 최고급 호텔

최고급 호텔은 써 보기 전에는 내게 부담스러운 공간이었다. 왠지 사지도 않을 거면서 백화점 명품관에 구경 온 느낌이라 별로 내키지 않은 공간이었는데, 이런 거에 부담감을 느끼는 게 싫어서 그냥 적극적으로 써 보기로 했다. 처음에는 카드키를 가져다 대야 엘리베이터가 작동한다는 것도 모를 만큼 어리숙했지만, 많이 쓰다 버릇하니 금방 익숙해졌다. 여러 호텔을 써 보니 ‘돈 쓰면 좋긴 좋지만, 또 막상 그렇게 대단한 건 아니구나’라는 이질적인 감정을 동시에 느꼈는데, 지금까지도 돈에 대한 내 가치관 형성에 큰 영향을 준 경험이었다.


– 최고급 음식

평소 입맛이 저렴해 분식집에서 1,500원짜리 핫도그만 사 먹어도 즐거운 사람이지만, 미식가들이 왜 그렇게 비싼 걸 먹으러 찾아다니는지 궁금했다. 어쨌든 이런 건 결국 경험해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부분이라 직접 좋은 식당을 찾아다녀 보기로 했다. 엄청나게 비싼 건 아니지만, 나름 사치스러운 식당을 다녀 보면서 이번에도 두 가지 감정을 동시에 느꼈다. ‘아 정말 맛있고 친절하지만, 굳이 이렇게 쓸 만한 가치는 없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몰랐을 때는 좋은 식당은 무슨 신비의 맛이라도 낼 줄 알았는데, 가격과 맛은 비례하지 않음도 깨달았다. 이제는 음식에 대한 욕구가 거의 없어졌다는 점에서 충분히 돈 써볼 만한 경험이었다.


– 명품 구매

젊을 때 한 번쯤은 정말 좋다는 물건 사보는 것도 중요한 경험이다. 좋은 게 왜 좋은지 모르는 건 어떤 의미에서 슬픈 일이다. 경험이 없어서 물건의 진가를 못 알아보는 것이니 그만큼 안목이 없다는 걸 의미하기도 한다. 명품을 써 보면서 장인 정신이나 브랜드가 추구해야 할 가치 등 사업상 필요한 다양한 생각도 해볼 수 있었다. 너무 과하지 않다면 자기가 정말 좋아하는 것 한두 개 정도는 명품을 사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라 생각한다.


– 임금 주기

대다수 20대는 다른 사람에게 임금을 준 경험이 없다. 그래서 자영업자의 입장이나 기분을 잘 알지 못한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임금을 주면 그때부터 세상이 좀 다르게 보이기 시작한다. 만화 미생의 대사처럼 사람이 서는 곳이 바뀌면 풍경도 달라지는 셈이다. 노동자에서 사용자로 위치가 바뀌면서 시장을 바라보는 눈이 많이 달라졌다. 리더십 등 조직 관리에 필요한 많은 경험도 해볼 수 있었다. 무엇보다 사업에 대한 동기부여와 보람을 크게 얻을 수 있었던 값진 경험이었다.


난 일찍부터 일했다. 특별한 기술이 있어 시급이 높은 프리랜서였고, 남들보다 비교적 돈을 쉽게 벌어서 이런저런 경험을 다양하게 해볼 기회가 있었다. 물론 지금은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는 처지지만, 20대 시절 해봤던 다양한 경험이 30대 삶에 큰 밑천이 됐다. 독서나 여행 같은 훈훈한 얘기면 좋았겠으나 그런 것보다 더 크게 와 닿았던 부분을 솔직하게 적어 봤다. 당장 사는 게 버거운 학생들이 이걸 읽으면서 박탈감을 안 느꼈으면 한다. 돈 있으면 한 번쯤 해볼 만한 경험이라는 것이지 꼭 해봐야 하는 건 전혀 아니니까.


원문: 머니맨(http://moneyman.kr/archives/15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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