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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JIN Apr 08. 2019

주말 햇살 속 먼지

별다른 일이 없는 주말 나의 하루는 청소로 시작해 청소로 끝이 나는데 우선 벤티 아이스커피를 사 오고 핸드폰을 스피커에 연결한 뒤 엠씨더맥스 전곡을 랜덤 재생해놓고 마스크를 쓰면 청소 준비가 끝난다.

일단 빨래를 돌려놓고 청소기에 브러쉬 툴을 끼워 소파부터 시작해 침대 티비다이 장식장 식탁 가전제품 책상 책장 피규어 게임기 순으로 먼지를 털어낸다. 애들 방은 캣타워의 난이도가 높으므로 마지막으로 미뤄두고, 이후 가장 안쪽에서 현관 방향으로 각 방과 사물의 순서대로 터빈 청소를 한다. 이쯤 되면 빨래가 끝나니 건조를 돌려놓고, 청소기의 순서가 끝나면 스팀기 또는 물걸레를 빨아 마루 청소 용액과 소독제를 섞어 공간의 각 꼭짓점부터 시작해 내가 밟지 않을 수 있는 루트대로 구역을 나눠 걸레질을 한다. 이제 재활용과 일반 쓰레기를 모아 내놓고 잠시 바람을 쐰 뒤, 걸레질로 일어난 흡착 먼지들을 없애기 위해 청소기 헤드를 바꿔 다시 청소기를 돌린다. 마지막으로 입은 옷을 세탁 바구니에 넣고 화장실에 들어가 락스 청소를 한 뒤 샤워를 하면 내 청소 루틴은 끝이 난다.

일본인들은 깨끗하면 죄가 없어진다고 생각하는 전통문화가 있는데 나도 이와 비슷한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일례로 어릴 때 한창 엄하게 클 때는 친구들과 사람 많은 술집에 다녀오면 마당에서 손발을 씻고 걸쳤던 옷을 현관 입구에 벗어두고 들어가 샤워하러 직행하기도 했으니. 이런 과정을 통해 그 당시 나에게 허용되지 않았던 일을 했을 때의 죄책감을 조금이나마 덜어내려고 했던 것 같다. 주말 이러한 청소의 과정은 나에게 일주일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기반을 다지게 해주는 중요한 과정인데, 보통 '아 그때 그 친구한테 그런 말을 하지 말걸, 그런 행동을 하지 말걸, 그 사람한테 감정을 드러내지 말걸, 신났다고 나대지 말고 자제할 걸' 등의 후회로 끝나기 마련이다.

매 주말 아무리 청소를 이렇게 해도 돌아서면 햇빛에 비치는 먼지나 얼룩들이 남아 있는데, 이것들은 언제나 완벽해지려고 하는 나와 닮아있다. 세상 모든 것은 완벽할 수 없는데 완벽하려고 바둥거리는 내 생활이 꼭 청소같다. 이렇게 매 주말 결코 완벽해질 수 없는 나를 또 배워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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