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길에 만난 친구

너와의 인연이 그저 감사할 따름

by At


여행의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 묻는다면

나는 단연코 망설이지 않고 말한다.

"숙소" 라고.


영국 여행 중, 호텔 또는 괜찮은 에어비앤비 만을 고집했지만, 생각보다 비싼 영국 물가에

이것도 여행의 경험이지 뭐, 라는 생각으로 1박에 20,000원 하는 호스텔에 2박을 예약했다.


20대 중반을 마지막으로 호스텔은 이용해 본 적이 없어 긴장감에 속이 일렁였다.


생각보다 친절한 스탭과, 생각보다 많이 좁은 룸... 2층 침대 3개 총6개의 침대에 나름 프라이버시로 커텐이 쳐져 있었지만 이틀을 여기서 보내야 한다는 생각에 꽤 아찔했다.


주방에서 숨을 고르던 찰나, 누가봐도 " 나 영국인이오 " 하는 영국맨이 "Hi" 하고 말을 건다.


사실 나는 영어 잘 못한다. 여행 중, 아주 간단한 영어만 할 수 있고, 나머지는 파파고를 사용했지.

또한 상대적으로 스피킹 보단 리스닝 이었지만, 들어도 결국 문장으로 말을 내뱉는건 어렵기에.


hi 를 시작으로 말을 걸어 온 영국맨과 몇 마디 주고 받았지만 나의 영어는 금새바닥을 보였다.

그러나, 그 영국맨은 끝까지 말을 걸었다. 결국 내가 파파고를 켜면 검색되는 시간까지 기다려 주면서.


동양인 여자애 혼자 여행온게 꽤신기했나.. (요새는 흔할텐데..)


그렇게 끊임없이 말을 걸어 준 덕분에 나는 호스텔에서 많은 유럽애들이 모인 시간에도 어색하지 않게 섞일 수 있었고, 영어가 짧은 내가 유럽인들 틈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틈틈히 내게 말을 걸고 나를 챙겨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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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꽤 고단하던 순간에 숨 고르기 하듯 떠난 여행.

계속 말을 걸어주는 그 영국맨이 고맙고 즐겁기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부담스러웠다.

영어가 짧으니 계속 머리를 굴리고, 파파고를 켜고, 쫌......피곤했다.


다음날 저녁, 다시 리빙에 앉아 야경 보러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리빙 말곤 앉을 곳이 없다...)

그 영국맨 다시 등장!

"너 어디갈 거야? "

"나 00으로 야경보러 갈거야 "

"지금?"

"응"

"그래, 그럼 레츠고 하자"

????????????????????????????????

(너랑 같이 간다고 한 적 없는데...?) .......당황스러웠지만, 그 관광지를 내가 전세낸것도 아니고

싫다고 말하기도 뭣하고, 뭐 야경보러 가는거니까 그래 혼자보단 둘이 나을 수도 있겠다

하고 얼떨결에 그래 하고 같이 길을 나섰다.


함께 야경을 보고 짧은 영어로 이런저런 얘기도 했다.

내 짧은 영어를 찰떡같이 알아듣고 또, 느릴 땐 기다려주고 했던 그 친구덕분에 대화가 가능했다 싶다.


지는 석양을 바라보며, 내가 이 초록 잔디 언덕에서 영국맨과 수다떨며 야경을 보게 될 줄이야.


그렇게 호스텔로 돌아와 각자 만든 음식을 나눠먹기도 했다.

인스타 맞팔을 하고 다음날 우리는 각자의 여행길로 흩어졌다. 나는 숙소를 옮겼다.


도시가 작은건지 인연이었던건지 다음날 여행길에 우연히 마주쳤다.

나보다 더 길게 그 호스텔에 묵었던 그 친구는 나에게 저녁에 호스텔로 놀러오라고 했다.

나는 단칼에 거절했다... 그 친구를 만난건 반가웠지만 호스텔 숙박이 내겐 꽤나 고단해서 다신 안가고 싶었고, 이틀을 되지도 않는 영어로 대화를 나눴더니 머리가 약간 아팠다..............하하하하,,,,



그렇게 안녕을 나눴다.

그 친구는 내게 본인이 찍은 여러 풍경의 사진들과 인스타 DM 을 보냈다.

여행 중, 힘든일이 생기거나 자신이 도울 일이 생기면 꼭 연락하라고 말이다.


좋은 친구였다.


그러나, 다시 연락할 일 있겠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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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여행 중,

식당에서 갑자기 들고있던 카드가 되지 않았다.

혼자 여행중이었고, 현금은 없었다. 그리고 그 카드는 계속적으로 사용중이던 문제없던 카드였다.


졸지에 먹튀로 몰리게 된 긴박한 상황이었고, (직원들이 이상하게 쳐다보며 시간을 더 지체할 경우 먹튀로 낙인되기 일보직전이었다.....

영국에 아는 사람 하나 없던 나는 "영국맨"이 불현듯 떠올라 상황을 설명하고 도움을 구했다.


한치의 망설임과 주저함도 없이 지배인과 통화를 하더니 자신이 계좌이체로 결제까지 끝냈다.


영국을 떠나기 전 마지막 날이라 맛있는걸 먹고 싶어서 여행 중 처음으로 비싼 음식을 먹었다.

한화로 약 8만원이었다.

결제까지 끝내고 나와 근처 공원에서 서러움에 펑펑 울던 내게 영국맨은 전화로 위로 했다.

전화너머 들리는 그의 영어를 백프로 다 알아듣지 못해도 날 따뜻하게 위로하는건 너무 잘 느껴졌다.


한국으로 돌아와 그 금액을 갚겠다며, 연락을 했을 때, 그 영국맨은 영국에서 안 좋은 일을 겪어 영국인으로써 미안하다며 절대 받지 않겠다고 했다.


그리고는 그는 한국에 놀러가면 막걸리를 함께 먹자고 말했다.


여행을 끝내고 한참이 지난 지금도 나는 그 친구와 잘 연락하고 있다.


호의적이지 않았던 내게 호의로 먼저 다가와서 말을 걸어주고, 헤어질때도 쿨 병 걸린 애처럼

안녕, 여행잘해라~ 하고 돌아섰는데, 결국 그 인연으로 은혜를 입은건 내가 되었다.



사실, 사람때문에 고단해서 간 여행이었다. 그런데 사람으로 위로 받았다.

알 수 없다. 참.


이러나 저러나 이래도 그래도

우리 사는 인생은 " 사람 " 인 것 같다.



고맙다.

영국맨.

웰컴한국이다 영국맨 ! 나 기다리고 있어 꼭 놀러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