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by starka

"우선 경찰에 신고를..."


나는 경찰에 신고를 하려고 주머니를 뒤졌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혹시나 가슴 언저리도 더듬어봤지만 애초에 주머니가 달려있지 않은 티셔츠를 입고 있었기 때문에 휴대폰이 있을 턱이 없었다. 자리에서 일어나 제자리에서 한 바퀴 돌았다. 역시나 휴대폰은 보이지 않고 괜히 머리만 더 어지러워서 우선 정신을 차리기 위해 화장실로 걸음을 옮겼다. 수도꼭지를 냉수 쪽으로 최대한 밀어놓고는 찬물을 손바닥에 모았다. 손에 묻은 피가 물에 녹으며 작은 선홍빛 호수가 되었다. 거울을 보니 얼굴에도 군데군데 피가 튀어있었다. 나는 바가지 모양의 손을 그대로 얼굴에 갖다 대었다. 이마를 타고 턱 끝까지 내려온 물방울이 정신을 번쩍 들게 했다.


'나가자.'


나는 서둘러 집 밖으로 나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아닌 누구라도 일단 자리를 벗어나야겠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지잉- 지잉-'


두 번의 진동이 발을 붙잡았다. 분명한 휴대폰 진동이었다. 나는 황급히 몸을 돌려 다시 방으로 들어갔다.


'지잉-'


진동이 다시 울렸다. 소리가 난 곳은 최선화가 앉아있는 쪽이었다. 여전히 눈을 크게 뜨고 있는 그녀는 손에 휴대폰을 쥐고 있었다. '악취미야'라고 나는 생각했다. 시퍼렇게 눈 뜬 시체의 손에서 휴대폰을 뺏어 와야 하는 상황이 만약 누군가 의도했다면 굉장히 변태일 것이 분명했다.


'지잉-'


최선화의 손에서 또 한 번 휴대폰이 울렸다. 마치 어서 임무를 완수하라는 듯한 재촉처럼 느껴졌다. 나는 최대한 최선화의 눈을 피해 옆으로 다가갔다. 곁눈질로 손 위치를 대충 본 뒤 눈을 질끈 감은 채 한 손으로 더듬거리며 휴대폰을 찾았다.


최선화의 손은 휴대폰을 꼭 잡고 있어서 쉽게 빠지지 않았다. 손끝으로 느껴지는 그녀의 체온은 나보다 훨씬 낮았다. 사람의 손이라기보다는 마치 인형의 손을 만지는 것처럼 이질감이 들었다. 그 고무 같은 손가락이 휴대폰을 단단히 쥐고 있었다. 나는 눈을 감고 두 손으로 최선화의 손가락을 펴기 시작했다. 검지라고 생각되는 부분이 조금씩 펴졌다.


'지잉-'


순간 울린 휴대폰 진동이 최선화의 손을 타고 내게 전해졌다. 나는 괴수 같은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손끝에서 시작한 진동이 목 뒤까지 타고 올라와 머리카락을 꼿꼿이 세우는 것 같았다. 팔뚝에 닭살이 우수수 돋았다.


나는 고개를 크게 두어 번 흔들어 정신을 차리고는 이번에는 눈을 감지 않고 최선화의 손에서 휴대폰을 빼냈다. 나는 참았던 숨을 뱉으며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섰다. 최선화의 눈이 여전히 나를 쳐다보는 것 같았지만 애써 모른 채 했다.


'지잉-'


휴대폰이 또 울렸다. 내 것이 아니라 선화의 휴대폰인 듯했다. 화면을 보니 '민주'라는 사람한테 온 메시지들이 가득했다. 어디서 들어본 이름이라고 생각하며 휴대폰 화면을 두드렸지만 잠김 화면에서 넘어가질 않았다. 그냥 두고 얼른 밖으로 나갈까도 생각했지만 왠지 이 메시지를 열어봐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나로 하여금 잠금을 풀게 만들었다.


나는 고개를 돌려 최선화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아직도 눈을 부릅뜬 채 허공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 시선이 눈 깜빡할 사이에 나에게로 향할 것만 같은 오싹한 기분이 스멀스멀 올라왔지만 지금 이 메시지를 열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은 느낌이 나를 선화의 앞까지 움직이게 만들었다.


나는 한숨을 내쉬며 최선화의 얼굴에 휴대폰을 갖다 댔다. 다행히 한 번에 잠금이 풀렸다.


'지잉-지잉'


마침 또 휴대폰이 울렸다. 이번에도 민주에게서 온 메시지였다.


'무슨 일 있어? 왜 연락이 없어!'


'오늘 약속 잊은 거야?'


'덕구랑은 잘 만나고 다니면서 나는 무시하기야?'


'진짜 무슨 일 있는 것 아니지?'


'전화도 안 받고 뭐야?'


'일단 너네 집 쪽으로 가고 있다!'


서민주. 중학교 때부터 최선화의 단짝이던 애였다. 어딜 가나 한 명씩은 꼭 있는 부류의 인간이었다. 학교에서 제일 예쁜 애의 옆에 붙어서 입지를 높이는. 아직도 나를 '덕구'라고 부르는 것을 보니 서민주가 기억하는 나는 여전히 중학생 시절에서 하나도 자라지 않은 것 같다. 서민주가 내게 했던 굴욕적인 말들과 상황이 순간 기억이 나면서 욕지기가 치밀었다. 하지만 내가 입으로 '씨발'이라고 욕을 뱉은 것은 지금 집으로 오고 있다는 서민주의 연락 때문이었다. 이대로 서민주가 들이닥친다면 나는 꼼짝없이 살인범 취급을 받을 것이 분명했다. 그렇다고 내가 '나는 아니야, 나도 눈떠보니까 선화가 죽어있었다고! 칼? 이것도 일어나 보니까 내가 들고 있었는데 내가 찌른 것은 아냐!'라고 말해봤자 그 누구도 믿지 않을 것이다.


나는 몇 초간 깊은 고민 끝에 자리를 벗어나기로 결정했다. 우선 바닥에 팽개친 과도를 주워서 날이 위쪽으로 오게끔 조심스럽게 오른쪽 주머니에 넣었다. 화장실에서 다시 한번 손과 얼굴을 닦고 머리를 정돈한 다음 현관문 손잡이를 잡고 돌렸다. 끼익 하는 쇳덩이 긁히는 소리가 불쾌하게 귀를 자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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