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홈, 스위트

by starka



최선화의 집에서 나와서 버스를 탄 나는 김필수가 한 말을 머릿속으로 떠올렸다. 세상을 움직이는 0.00001%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세상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들의 존재조차도 알지 못한 채 그들을 위해 일하다 죽는 당연한 삶을 산다는 이야기. 드라마나 영화 속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라는 나의 반론에 그것조차도 그들 중 일부의 소소한 유희일뿐이라는 김필수의 대답. 그것들은 내가 그리는 애니메이션보다 현실성이 떨어지는 이야기들이었다.

김필수는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단은 좀 자고 싶다, 그 생각뿐이었다. 선화가 죽은 것도, 김필수의 이야기도, 나를 지금쯤 미친 듯이 찾고 있을 형사도 다 제쳐놓은 채 깊은 잠을 자고 싶었다. 잠시 눈을 감았다 뜬 것 같은데 몇 시간이나 지나있는, 그런 개운한 잠. 어디로 갈지 정하지도 않은 채 줄 곧 잠을 갈망하며 나는 나도 모르게 발길이 이끄는 대로 집으로 왔다. 이틀이 지나서야 내 방으로 돌아온 나는 옷도 벗지 않은 채 그대로 침대에 누워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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