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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rka Oct 30. 2022

프롤로그

인간은 날개가 없어도 날 수 있는가? 불가능하다. 인간이 날개가 없이 날 수 있었다면 이카루스는 에게 해에 빠져 죽지 않았을 것이다. 인간이 날개 없이 날 수 있었다면 라이트 형제가 수 많은 실험을 통해 비행기를 만들지도 않았을 것이다. 날개가 없는 인간이 하늘을 넘보면 잠시간의 세계의 전부를 얻을 수 있겠지만 기다리고 있는 것은 추락이다. 길고도 짧은 처박힘. 그렇다 나는 지금 처. 박. 히. 고 있는 것이다. 붕 뜬 몸은 두어 바퀴 회전하며 1층 상가 꼭대기 정도 높이까지 떠올랐다. 몸이 통째로 돌아가는 도중에 깁밥집에서 나오는 사람과 눈이 마주쳤으니 내가 1층보다 높이 있는 것은 확실하다. 그 사람은 목을 한껏 뒤로 젖힌 채 팽이처럼 돌아가는 나를 올려다 보고 있었다.


상상했던 것처럼 지나온 삶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가지는 않았다. 다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사람이 공중에 떴다 떨어지는 시간이 짧아보이지만 꽤 길다는 것과 그 시간동안 생각보다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 내가 하는 것처럼. 내가 왜 날개도 없이 하늘에 떠올라서 이런 생각을 하는지에 대해 설명하려면 오늘 아침부터 이야기를 해야겠다.


오늘 아침 나는 눈을 뜨며 왼쪽 눈꺼풀이 이상함을 느꼈다. 뻑뻑하고 통증이 묵직한 것이 분명 다래끼가 생기려는 전조였다. 이대로 두었다가는 전처럼 칼로 눈꺼풀을 째고 고름을 빼야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곧바로 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오후조로 아르바이트를 옮겼다. 사장은 마침 자기가 스케줄이 비니 나중에 커피라도 한 잔 사라는 농담과 함께 흔쾌히 근무를 조정해주었다. 나는 카페 알바에게 커피를 얻어마시는 사장이 어딨냐며 너스레를 떨고는 서둘러 안과로 향했다. 오전에 안과에 가서 진료를 받고 집에서 좀 쉬다가 일을 나가려고 했는데 오늘따라 길이 막혔다. 가까스로 버스에서 내려 안과로 뛰어들어갔지만 점심시간에 걸려 앉아서 두 시간을 보내야했다. 그날따라 몸이 피곤했는지 병원 대기실에 앉아 고개를 까딱까딱거리며 지루한줄도 모르고 기다렸다. 잠깐씩 눈을 붙일때면 달큰한 냄새가 나는 잠이 파도처럼 덮쳤다 스러지곤 했다. 자다깨다를 반복하다 겨우 진료실에 들어가니 의사가 제때에 잘 왔다며 안약과 먹는 약을 처방했다. 약국에서 약을 타고 나니 어느덧 세시가 다 되었다. 급한 마음에 택시를 잡아타고 카페로 향했다. 택시에서 도망치듯 내려 후다닥 유니폼을 입고 사장에게 인사를 건네니 나중에 커피 한 잔 사라는 재미없는 농담을 또 한 번했다. 나는 웃으며 대꾸하려고 했지만 카운터 뒤로 밀린 손님들 얼굴을 보고는 곧바로 포스기를 눌러야했다. 화요일은 원래 사람이 별로 없는 날인데 그날따라 유난히 사람들이 많이왔다. 화장실 갈 새도 없이 음료를 제조하고 주문 받고를 반복하다 보니 어느새 밤 열시였다. 열시 오분쯤 마지막 손님을 내보내고 마감청소를 하는데 눈이 따끔거렸다. 일하는 내내 쉬지 못해 종아리와 발목도 서로 더 아프다며 아우성이었다. 머릿속에는 빨리 집으로 돌아가 밥도 먹지 않고 누워서 자고 싶다는 생각만이 가득했다.


유리문을 잠그고 휴대폰을 켜니 1분 50초 뒤 버스가 도착한다는 알림이 떴다. 이 버스를 놓치면 다음 버스는 12분 50초 뒤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나는 하는 수 없이 억지로 다리를 움직여 뛰듯이 걷기 시작했다. 조금이라도 빨리 집에가고 싶었다. 다리가 땅에 닿을 때마다 다래끼가 난 쪽 눈이 쿡쿡 쑤셨다. 속으로 오늘은 정말 이상한 날이라고 생각했다. 아침에 다래끼부터 시작해서 병원 점심시간에 걸리고 오늘따라 손님이 많아 쉬지 못했다. 지금 오는 버스도 탈 수 있을지 미지수다. 안 좋은 일은 겹쳐서 일어난다고 하던데, 혹시 버스를 놓치는 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에 잡생각을 떨쳐버리려고 더 열심히 발을 놀렸다. 휴대폰을 보니 '곧 도착'이라는 표시와 함께 버스 모양의 아이콘이 정류장에 근접해 있었다. 마음이 급해진 나는 서둘러 건너편 정류장을 건너기 위해 뛰기 시작했다. 마침 바로 앞 횡단보도의 신호가 바뀐 참이었다. '그래도 운이 아주 없지는 않아'라고 생각하며 첫 번째 흰 금을 밟았을 때였다.


"빠아아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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