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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rka Aug 20. 2023

사업가의 길-02

자+영업 = 자영업

자영업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힘들다
고생한다
고되다
억척스럽다
불안하다
스트레스가 많다 
쉬는 날이 없다 
부지런해야 한다 
월세
인건비


모두가 부정적인 어감을 가진 단어들이다. 당신이 '자영업'을 떠올리면서 함께 생각한 단어들에 대해 나도 동의한다. 하지만 나는 몇 가지 단어들 또한 '자영업'과 함께 떠올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장
부자
몇 개의 지점
외제차



어떤가? 앞의 나열한 부정적 어감의 단어들을 모두 합친 것보다 및의 단어들이 주는 영향이 더 크지 않은가? 당연하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람들은 대개 많은 것을 소유하고 싶어 한다. 흔히 말하는 부자가 되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누군가에게 고용된 사람보다는 누군가를 고용하는 입장인 사람이 더 많은 것을 소유하고 있는 것이 당연하다. 누군가를 고용하면 물질적인 대가를 주어야 하는데, 가진 것이 없는 사람은 줄 것이 없을 테니 말이다. 


자영업이란 무엇일까? 한자로 풀이하자면 '자신이 직접 경영하는 사업'이라는 뜻이다. 


자신이 직접 경영하는 사업이라, 무엇인가 확 박히는 느낌이 없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자영업이란 '나 혼자 물건을 파는 일'이다.


어떤가? 아까보다 조금 더 구체화되지 않았는가?


여기서 말하는 물건은 단순히 어떤 사물이 아니라 팔 수 있는 모든 것을 뜻한다. 봉이 김선달이 한강물을 팔아먹었듯이, 누군가에게 팔 수 있는 것이면 무엇이든지 사업이 될 수 있다. 다만 중요한 사실은 어디에 소속되어 물건을 파는 것이 아닌 '나 혼자' 판다는 사실이다. 똑같은 판매 활동을 하더라도 회사에 소속되어 물건을 판다면 그것은 영업직 사원이다. 자영업자는 어디에 소속되지 않은 채 물건을 파는 사람을 말한다. 여기가 사람들이 부정적인 생각을 하게 되는 포인트다. 


혼자서 해야 한다고?


그렇다. 자영업자는 혼자서 물건을 팔아야 한다. 말 그대로 자(스스로) + 영업인 셈이다. 영업을 한자로 풀면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사업'이지만 내 식대로 해석하자면 '물건을 팔기 위해 하는 모든 행위'다. 물건을 팔기 위한 행위들은 무엇이 있을까? 


먼저 상품이 있어야 하겠다. 그다음 그 상품을 판매하기 위한 홍보전략이 필요하겠고, 효과적인 판매를 위한 마케팅이 필요할 것이다. 고객이 상품을 볼 수 있는 전시장 혹은 쇼룸 같은 공간이 필요할 것이다. 또 고객을 응대하기 위한 CS도 필요하다. 만약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고객이라면 웹사이트와, 배송 시스템도 준비해야 한다. 그런데, 물건을 그냥 보낼 수는 없으니 패키징도 고려해야 한다. 그렇게 매출이 발생하면 따로 매출관리와 비용관리를 위한 회계 시스템도 구비해야 한다. 직원이 있다면 인건비도 알맞게 책정해야 하고 주기적으로 직원을 채용할 수 있는 인사 시스템도 갖춰야 한다. 


자 어떤가, 숨이 턱 막히지 않는가?


'나 혼자 물건을 판다'는 것에는 이렇게 많은 요소들이 필요하다. 회사에서는 이 일들을 부서를 만들어서 따로 관리한다. 영업부, 마케팅부, 인사관리과, 홍보부, 회계부 등등 조직별로 하나의 업무만을 다룬다. 그렇지만 자영업자는 '혼자' 이 모든 것을 해야 한다. 예전에 알리바바 창업자인 마윈 회장은 20대를 위한 조언에서 '중소기업에서도 일해보는 것'을 추천했다. 대기업에서 일한다면 큰 기계의 부품으로써 프로세스를 배우기에는 좋지만 중소기업에서는 꿈, 비전을 가질 수 있고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배울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조언의 취지였다. 그런데 중소기업도 '회사'이다. 자영업자는 혼자 중소기업에서 하는 모든 일들을 다룬다고 생각하면 정리가 빠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는 자영업자들이 많다. 국내 자영업자 비율은 OECD국가 중 6위를 차지하고 있을 만큼 높다. 이렇게 힘든 자영업의 길을 사람들은 왜 선택하는 것일까? 나는 크게 두 가지가 작용한다고 생각한다. 


1. 실직


2. 꿈 혹은 비전


IMF 이후 대량해고에 직면한 회사원들은 너도나도 자영업의 길로 빠져들었다. '빠져들었다'는 말이 정확한 것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생계를 유지하고 가족을 먹여 살려야 하는데 40대에 퇴직한 회사원들은 마윈의 말마따나 '큰 기계의 부품'으로 일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오랜 시간 기술을 배워야 하거나 특별한 노하우가 필요한 것이 없는 업종을 택해 자영업을 시작했고, 그들의 말로는 비참했다. 그들이 손쉽게 할 수 있는 자영업이란 바꿔 말하면 '경쟁력'이 없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특별한 경쟁력이나 차별점이 없다면 소비자들이 그들을 판단하는 가장 큰 항목은 바로 가격이다. 조금이라도 싼 가격에 고객이 몰리자 그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경쟁업체와 가격 경쟁을 하는 '치킨게임'에 빠져들고 만 것이다. 

대기업에서는 프로세스를 배우기는 좋다. 하지만 하나의 부품으로써 회사생활을 하기 때문에 전체를 파악하기에는 어렵다

실직하지 않고 스스로의 선택으로 회사 대신 자영업을 택하는 경우도 많다. 

 

우리나라 경제가 어느 정도 안정이 되고 선진국 반열에 들 때 쯔음, 그러니까 내 기억상 2015년 ~ 2016년을 기점으로 젊은 자영업자들이 탄생했다. 그때는 이 브런치도 막 론칭했을 시점인데, 그 당시 유행했던 키워드가 바로 '퇴사'였다. 지금이야 90년대 생이 온다느니 MZ세대라던지 서로 다른 세대의 충돌이 익숙해졌지만 그 당시에는 아직도 기성세대들의 파워가 막강할 때였다. 여기서 말하는 기성세대의 파워란 기성세대가 가지고 있는 가치관이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영향력이 막강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수십 년을 지배한 우리나라의 가치관인 


'좋은 대학 -> 대기업 입사 -> 결혼 -> 육아 -> 자녀의 좋은 대학 입학 -> 자녀의 대기업 입사 -> 자녀의 결혼 -> 손주 돌봄'


이 지배적인 사회였다는 말이다. 


그런 사회적 분위기에서 '퇴사'를 결정한 그 당시 20대 - 30대를 사회는 신기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조직에서 갑자기 확 튀는 사람들은 공격대상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호기심과 선망의 대상이 된다. 그런 의미에서 그 당시 '젊은 퇴사자'들은 하나의 영웅처럼 사회의 한편을 차지했다. 끝도 없는 무한루프의 회사생활에서 뛰쳐나간 그들이 누구나 가슴 한편에 묻고 사는 사직서를 대신 내주고 정글로 뛰쳐나가 자유로운 삶을 사는 데에 대리만족을 느낀 것이다. 


나 역시 기자생활을 하고 있을 때라 그들에 대한 관심이 컸다. 그때 나에게 영감을 준 사람들이 두 명 있었는데, 한 명은 브런치에서 대상을 받은 '티거장'과 또 한 명은 연희동에서 '책 바'를 운영하는 정인성 대표였다.(지금은 망원동으로 확장 이전했다)


'티거장'은 브런치가 론칭하고 제1회 브런치 대상을 받은 작가로, 삼성전자에 입사하여 일하다 퇴사한 후 직장인들을 위한 '퇴사학교'를 설립한 사람이다. 아직도 있는지 모르겠지만 '티거장'님의 브런치를 읽으며 대단하다는 말을 수 없이 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 당시 '삼성전자'의 위상이란 입사와 동시에 정년까지 고액연봉이 보장되는 삶의 프리패스 같은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삼성을 퇴사하고 '퇴사학교'를 설립하다니, 사회초년생인 나로서는 대단하다는 말 밖에 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가 '퇴사학교'를 론칭할 때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강연에 찾아갔다. 거기서 만난 것이 '책 바'의 정인성 대표였다. 


당시 '퇴사학교'는 사업초기라 퇴사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강연을 주로 다뤘다. 그때 강연중 하나를 맡은 정인성 대표 역시 퇴사 후 '책 바(bar)'를 차린 자영업자였다. 정인성 대표는 강연에서 회사를 그만둔 이유에 대해 '그토록 가고 싶었던 회사였지만 막상 다녀보니 답답했다'라고 말했다.(10년이 다 되어가는 일이라 정확한 워딩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비슷한 뉘앙스였다) 그러면서 자신이 '책 바'를 구상하게 된 계기, 준비과정, 비용 등 내게 도움이 될 만한 것들을 아낌없이 말해주었다. 사실, 그때의 고마웠던 기억 때문에 내가 이 시리즈를 기획한 것도 있다. 막상 자영업을 시작하려고 했을 때 조언을 구할 사람이 없는 그 막막한 기분을 누구보다도 잘 알기 때문이다. 


정인성 대표의 강의가 끝나고 질문시간에 내가 했던 질문이 있다. 


'혹시 퇴사하고 싶은데 지금 당장 목돈이 없으면 어떡하죠?'


지금 생각해 보면 웃음이 나오지만 정말로 나는 절실했던 질문이었다. 그러자 정인성 대표가 '실례지만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라고 물었다. 당시 20대 중반이었던 내가 나이를 말하자 정인성 대표가 하는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벌써 퇴사하시게요?


정인성 대표는 웃으며 어쨌든 종잣돈을 모을 때까지는 회사를 다니라고 조언해 주었다. 결과적으로 나는 다른 방법을 찾았지만 지금 생각해도 정석적인 조언이라고 생각한다. 그때 정인성 대표가 말해주었던 여러 가지 경험들과 조언이 없었다면 내가 자영업을 하겠다는 용기를 얻는데 더 많은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다음에서는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자영업자로써 내가 어떻게 자영업을 시작했는지에 대해 여러분들께 경험을 나누어보겠다. 예비 자영업자 혹은 자영업을 꿈꾸는 이들에게 자그마한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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